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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대규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쌍용차 사태에 운동이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강력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본의위기전가에맞서싸우는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4월 2일 ‘임박한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노동자의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토론회 주발제를 맡은 공투본 정종남 공동집행위원장은 “세계경제 위기와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과잉생산에서 비롯한 쌍용차 위기는 앞으로 벌어질 구조조정 회오리의 전초전”이라며 “이 투쟁의 승패 여부가 계급 세력관계를 저울질할 일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공황 초입에 이명박 정부에 맞선 본격적인 첫 전투가 쌍용차 투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투쟁이 승리한다면 전체 운동이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며 “금속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과 전체 노동운동이 전략적으로 힘을 집중해 연대 투쟁의 채비를 갖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자유토론에서도 여러 현장 활동가들이 쌍용차를 중심으로 한 투쟁 건설과 연대 확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장은 “쌍용차가 무너지면 GM대우와 기아차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사분오열될 수 있고 자본의 의도가 관철되기 쉬워질 것”이라면서 빠르게 투쟁을 건설하고 쟁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차, 대우차를 비롯해 적잖은 현장 활동가들이 모인 이날 토론회에선 투쟁 방향과 대안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토론이 이어졌다.

쌍용차의 한 활동가는 “지금 노조 내부에선 장렬히 전사할 것이냐, 일정 정도 양보해서 훗날을 도모할 것이냐 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하고 소개하며 ‘양보가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논점을 제기했다. 그는 노조가 자구안을 낼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자동차노조 17대 쟁의부장을 맡았던 김창곤 활동가는 “지난 대우차 투쟁을 돌이켜 보면, 사측은 이미 처음부터 (대규모 해고를 위한) 프로그램을 다 짜 놨다”며 “노조가 합의안, 경영혁신안 등을 다 만들어 제시했지만, 사측은 처음부터 분명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 싸움을 피할 수는 없고, 양보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기만이 대안”이라며 “정규직·비정규직 단일 전선을 만들고 연대를 확산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정종남 공동집행위원장은 임금 삭감이나 무급 순환휴직 등을 포함하게 될 자구안이 “당장의 해고를 연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잉여인력을 인정하는 꼴이 돼 사측의 해고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당장에 강력한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차 투쟁 경험을 되살리며 이렇게 말했다.

“2001년 대우차의 경우 공장점거 파업으로 맞섰지만 동력이 약화될 대로 약화된 상태에서 너무 늦게 투쟁이 벌어진 측면이 있다. 싸움은 타이밍이다. 비정규직 우선 공격에 초반부터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최초의 감원 시도 그 자체에 반대해 구조조정 초기부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98년 현대차 공장점거 파업과 같은 단호한 투쟁만이 사측의 공격을 저지하고 노동자 회생 방안을 관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오민규 활동가는 투쟁 건설을 통해 자신감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사측은 자구안, 회생안을 압박하면서 패배의식을 확산시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투쟁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라며 “지금은 강력하게 투쟁하면서 조합원들의 자신감을 고취시키고 투쟁을 확대하는 게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공장점거 파업

쌍용차 위기의 해결 방안과 대안 문제에 대한 격론도 벌어졌다. 울산과학대 경제학과 백일 교수는 “노조는 쌍용차가 살아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면서 회생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쌍용차는 지금 주가가 떨어져 상하이차가 갖고 있는 53퍼센트 지분을 기껏해야 7백억 원으로 사들일 수 있다”면서 “체불임금 채권을 활용해 기업 지분을 확보할 수 있으면, 서유럽처럼 노조가 경영에 강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며 노조의 기업 지분인수방안을 제시했다.

백 교수는 국가 책임론을 제기하는 방안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쌍용차 노조의 공적자금 투입 요청에 대해서는 “사실상 채권단이 거부하면 청산은 불가피하다”면서 “(공적자금 투입 여부는) 우리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무기력한 안”이라고 말했다.

공투본 정종남 공동집행위원장의 ‘정부가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도록 투쟁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쌍용차 국유화 주장에 대해서는 “구호만 있고 구체화된 모습이 아니어서 사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노조 활동가는 “지금 임금 체불로 조합원들이 고통 받고 있고 8백여 명이 이미 신용불량자가 됐는데, 이걸로 채권을 확보하자는 것이냐? 수천억 원에 달하는 채무는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정부와 상하이차에 위기의 책임이 있는데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는가?”하고 반문했다.

정종남 공동집행위원장은 “채권단은 노동자 희생만을 받아들일 것”이라며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회생 방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강력한 투쟁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자 지분 인수안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진취적인 방안”이지만 “임금 채권을 활용한 노동자 자주관리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가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역 기업화나 국민기업화 주장에 대해서도 “사기업, 지방정부, 은행이 다수 지분을 가지면 기업 운영의 우선순위는 당연히 이윤 창출이 될 것”이라며 “이 방식이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 진일보한 대안이라고 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자본을 회수하고 공적자금을 투입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유화가 현실적 전술로서 유효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허영구 민주노총 전 부위원장도 “미국에서 이미 국유화를 시도한 지금에서는 국공유화 주장이 사회주의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국민경제상 필요에 의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공유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허영구 전 부위원장은 “정부에 공적자금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할 수도 있다”거나 “노동자 기업 인수도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말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두는 듯 했다.

기아차의 한 조합원은 “어떻게 기업을 회생시킬 것인지 하는 얘기는 공허하다”면서 “노동자 생존권 쟁취만이 대안”이라며 대안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제기했다.

반면, 정종남 공동집행위원장은 “부도가 나면 누군가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문제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면서 “바로 국가가 책임지라고 할 때 생존권 보장도 가능해진다”고 반박했다. 다함께 강철구 활동가도 “지속적인 고용, 임금을 보장하고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려면 국가밖에 책임질 주체가 없다”고 덧붙였다.

쌍용차 등 금속노조의 활동가들이 모여 치열하게 진행된 이날 토론은 경제 위기 속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투쟁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이 토론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