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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위기와 대안:
지배계급의 경제 위기 “해결책”이 통할까?

크리스 하먼이 국제 지배계급의 경제 위기 대응책과 이른바 ‘해결책’의 이면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살펴본다. 크리스 하먼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 편집자이고, 국역된 책으로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 《민중의 세계사》 등이 있다. 《21세기 대공황과 마르크스주의》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버락 오바마는 4월 20일 런던 G20 회담을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G20 회담이 깊어가는 위기의 해법을 제시했습니까?

이번 회담의 결과는 오바마가 주장한 바와 전혀 부합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고든 브라운은 이번 회담에서 1조 1천억 달러의 “국제 신용·성장률·일자리 복원 계획”과 더불어 총 5조 달러 규모의 “사상 초유의 재정 부양 방안”을 결정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사실 회담 직후에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약속된 1조 1천억 달러에는 이전 내용의 재탕이거나 이미 추진 중인 방안이 담겨 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운용자금 5천억 달러 증액 가운데 일부는 이미 발표된 내용이고 2천5백억 달러는 앞으로 모아야 한다.”

어떻게든 자본주의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논평가들조차 매우 비관적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리스트 울프강 문차우는 “2년 전에 경제 위기가 처음 시작했을 때 세계 지도자들의 대응은 기대에 상당히 못 미쳤다. 그런데 이번 런던 회담은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이번 회담의 결정들은 세계경제 위기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다른 칼럼리스트 마틴 울프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난주 런던에서 열린 G20 회담이 세계경제가 지속적으로 회복할 길을 열었는가? 아니다.”

그래도 회담 후에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오바마는 이제 “희망의 서광이 비친다”고 말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벤 버냉키는 경제 활동이 급격히 둔화한다는 “명시적 신호는 없다”고 주장하는데요.

오바마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연설한 바로 그날 이 기구에서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11개 주요 경제국을 살펴본 결과 모든 곳의 경제가 급격히 둔화한다는 유력한 지표”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 보고서는 2009년에는 “OECD 국가들의 경제”가 평균 -4.3퍼센트 성장하며 2010년 말까지 “1990년대 초반 이래 처음으로” 실업률이 두 배로 뛴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4월에 미국에서는 61만 명이 추가로 실업수당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제조업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2.8퍼센트 하락했습니다. 유럽에서는 18.4퍼센트, 일본에서는 무려 38퍼센트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어마어마한 정부지출이 얼마간 효과를 내지 않았습니까?

은행들의 파산을 막으려고 투입한 막대한 금액과 “경기부양 패키지”의 금액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경기부양 패키지”는 기업에게 상품과 서비스가 판매될 시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OECD의 발표를 보면 이 “재량적” 재정정책으로는 2009~2010년에 GDP가 고작 0.5퍼센트 성장합니다. 게다가 정부지출에서 “비재량적” 부분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이는 실업수당이나 사회안전망과 같이 실업의 증가와 함께 자동으로 늘어나는 지출입니다.

정부지출이 다소간 효과를 내기는 합니다. 그러나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는 위기를 막지는 못합니다. 누군가 일자리를 잃는다면 실업수당으로는 그 사람의 원래 구매력을 메우지 못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생산하는 상품이 덜 판매되고 이 사람도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이런 위기에서 기업들이 임금 동결이나 삭감으로 자기 이윤을 지키려 애쓴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누군가의 임금 삭감은 다른 사람이 생산하는 상품의 시장을 위축시켜 그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됩니다.

양적완화는 무엇이며 무슨 구실을 하게 됩니까?

양적완화는 은행과 기업에게 이자 없이 대출해 주는 정책으로, 실제로는 정부가 돈을 찍어내는 효과를 냅니다. 은행은 기업에게 돈을 빌려 주고 기업은 이 돈을 생산에 투자하도록 고무하는 정책입니다. 양적완화는 금리를 대체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사람들에게 저축할 유인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시행합니다. 그러나 기업이나 개인이 파산하지 않으려고 10원이라도 아끼려 한다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유동성”과 “지불 능력”을 나눠서 생각합니다. 유동성 문제는 누군가에게 받을 돈을 아직 받지 못해 당장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이때 “양적완화”는 기업이나 은행에게 돈을 줘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지불 능력의 문제는 받을 돈보다 빌린 돈이 많을 때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양적완화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파산한 은행들은 지불 능력의 문제를 겪었습니다. 은행들은 가격이 오르리라는 막연한 기대로 자산을 매입하려는 사람들에게 대출해 주려고 돈을 빌렸습니다. 주택과 자산 가격이 떨어지자 은행들은 갑자기 빚을 갚지 못하게 됐습니다. 한 은행이 파산하면 그 은행에 돈을 빌려 준 다른 은행도 타격을 입게 됩니다. 정부는 은행들이 대차대조표에 나와 있는 손실을 메울 만큼의 준비금(은행의 “자본금”)을 보유하게 하려고 은행에게 돈을 쥐어 줬습니다. 정부는 이런 양적완화 조처로 은행들이 대출하기를 바랐습니다.

양적완화 정책이 성공할까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알 재간이 없다는 점이 이 체제가 미쳐 돌아간다는 증거입니다. 각 은행의 수장들도 예전에 자기들이 대출해 준 돈이 얼마나 회수 가능한지, 그래서 다른 은행에 빚진 돈을 갚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뭔가 문제를 감지하더라도 그들은 이 비밀을 꼭꼭 숨기고 더 많은 돈을 빌려 그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서 미국 은행들의 손실규모 추정치가 다양합니다. 누구는 4천억 달러라고, 누구는 8천억 달러라고, 누구는 1조 6천억 달러라고 추정합니다. 미국 은행들의 손실액이 4천억 달러라면 이미 쏟아 부은 돈으로 은행권이 정상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조 6천억 달러라면 더 많은 대형 은행이 무너지면서 위기가 질적으로 크게 악화할 것입니다.

일부 지배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며 은행 시스템 전반의 국유화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제임스 베이커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아버지 부시 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인물입니다. 베이커는 [자기 책에서] “지금까지 제안된 정책들은 금융시장의 자신감이 회복되면 은행들도 살아나리라는 가정을 깔고 있다. 그러나 이 가정이 틀렸다면 ‘좀비 은행’이 생기면서 미국은 ‘잃어버린 10년’을 겪게 될 것이다”하고 말했습니다. 베이커는 은행의 주주들을 날려버리는 등 국가가 자신의 정치 철학에 완전히 위배되는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나는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단지 일시적이라 하더라도 정부가 뭔가를 소유한다는 사상을 혐오한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은행의 주주들은 매우 강력하며 국유화 움직임을 기를 쓰고 저지하려 들 것입니다. 또한 사유재산이라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를 위협하는 모든 조처를 우려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이런 대응이 두려워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의 ‘자유주의자들’은 베이커와 공화당 일부도 불가피하다고 여길 정책조차 추진하기를 꺼렸습니다.

미국 정부는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로 거대 은행들에게 “스트레스 테스트”를 시행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워싱턴 특파원 에드워드 루스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두고 “숨구멍을 트려고 청산 날짜를 뒤로 미룬” 셈이라고 했습니다.

문차우는 “지금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의 부양책의 약발이 먹힐 때까지 기다리며 경제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지켜보는 이른바 ‘관망 모드’로 들어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관망하는 동안 실업률은 치솟을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고장났다” ─ 런던 G20 정상회담 항의 시위 ⓒ사진 출처 http://flickr.com

그러면 회복은 아예 불가능합니까?

체제 옹호론자들은 언제나 이전의 체제 위기가 모두 결국에는 끝났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위안을 삼습니다. 그러나 회복하려면 대단히 긴 시간이 걸립니다. 1930년대에 체제가 회복하는 데는 10년 동안의 경제적 참상과 역사상 가장 반인륜적인 전쟁이 필요했습니다.

경기부양 패키지의 볼품없는 규모를 봤을 때 그들은 충격을 피하지 못할 듯합니다. 게다가 꽤나 다루기 힘든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첫째, 경제가 회복되려면 대자본가 다수가 [생산에] 투자하고 노동자를 고용해서 얻을 이윤이 위험을 상쇄할 만큼 크다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품 성장기 동안에도 생산적 투자가 증가하는 수준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로버트 브레너, 데이비드 콧츠, 안와르 샤이크 등 급진 경제학자들은 25년 전 이윤율이 바닥을 친 이래로 아주 부분적인 회복만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회복조차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줄여 사람들이 경제가 생산한 상품을 구매할 능력을 희생시켜 얻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호황은 대부분 단기성 투기에 의존한 것이었습니다.

주류 금융 경제학자 앤드류 스미더스는 미국 공업 이윤율이 지난 10년 동안 22퍼센트 상승한 것은 부동산 자산 거품을 포함한 것이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사장들은 스톡옵션 등을 포함한 어마어마한 수당과 보너스를 정당화하려고 수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려야 했던 것이죠. 제너럴모터스가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이제 거품이 꺼지면서 진정한 이윤율 수준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경제의 자연 치유 능력은 그야말로 취약합니다.

그래도 지배자들은 이윤율을 높일 방법을 찾아 내지 않을까요?

역사적으로는 몇몇 대기업이 도산해서 다른 기업의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파산한 기업의 공장과 설비를 저렴하게 매입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거대 기업이 무너진다면 그 충격은 경쟁 기업들에도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우익 정부조차 이런 “대마불사(大馬不死)”의 관점에서 구제 금융을 지원합니다. 구제 금융으로 경제 전체의 처참한 붕괴를 막기는 합니다만, 바로 구제 금융 탓에 위기에서 재빨리 탈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정부들이 경기부양책으로 탈출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경기부양에는 어떤 문제가 있나요?

경기부양책의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위기는 국제적인데 반해 해법은 일국적이기 때문입니다.

위기의 주요 요소 하나는 지난 20년 동안 세계경제의 불균형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영국, 이보다는 작은 아일랜드 같은 나라들, 동유럽 국가들에서 정부와 개인 들은 재화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돈을 빚으로 충당했습니다. 차입금은 대부분 중국·일본·독일 같은 다른 나라의 이윤에서 나왔습니다. 중국·일본·독일은 미국·영국 등지에 수출해서 돈을 벌었는데 이 돈은 미국·영국 등이 중국·일본·독일에서 빌렸던 것입니다. 거품 성장기 동안 은행들은 이 대출·대부가 영원히 선순환할 거라고 착각했습니다.

각 정부들의 상이한 대응으로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단기적 거품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영국과 미국 정부는 경기부양 패키지에 필요한 자금을 빌릴 것이고, 유럽 대륙의 국가들은 더 적은 돈을 경기부양에 쓰면서 자국 자본들이 대미 수출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도 막대한 경기부양책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수출 의존도가 큽니다. 영국 같은 나라들은 자국 통화 가치의 국제적 하락에 기대 수출을 늘리려 합니다.

국내 경제에 기반을 둔 국내 대기업들뿐 아니라 심지어 초대형 다국적기업들도 생산·판매·수익에서 특정 국가 경제와 정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이들의 압력에 대응해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들이 국제 경제의 균형을 재구축하려고 단일한 방안에 합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G20 회담 이면의 치열한 말다툼이 이를 보여 줍니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미국과 영국이 다른 나라들을 지배할 자국 은행 시스템의 영향력 회복에만 관심을 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독일과 프랑스가 수출만 늘리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위기의 책임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였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래서 확고한 체제 옹호론자 마틴 울프조차 경제가 중기적으로는 회복될지라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마틴 울프는 “세계는 지금 불안정한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 회복이 없는 것보다야 낫지만 그리 좋지는 않다”고 불평했습니다. 다른 논평가들은 더 비관적입니다.

그래서 정상회담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입니까?

국민국가에 기반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정부의 능력은 그 정부의 국제적인 영향력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특히 이 점에서 큰 문제에 봉착했습니다. 21세기를 “새로운 미국의 세기”로 만들려 했던 시도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군사적으로 좌절하며 어긋나게 됐습니다. 그래서 노련한 미국 전쟁광들도 오바마가 이란, 러시아, 심지어 베네수엘라와 쿠바에게도 유화책을 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경제 위기 탓에 미국 자본가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익을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미국 국가가 필요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증파하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파키스탄으로 확대하며, “훈련” 목적이라며 이라크에 5만 명의 병사를 유지하는 것이 이 상황을 설명해 줍니다.

동시에 다른 강대국들은 미국의 힘이 약해진 틈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중국은 아프리카로 진출하고 러시아는 미국과 친한 옛 소련 공화국들에 자신의 영향력을 끼치려 합니다. 위기 때문에 국내 경제들이 파탄하면서 이 모든 지역의 긴장이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동유럽, 중동, 동북아프리카에서는 언제라도 분쟁이 발발할 여지가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원래 전쟁광입니다. 이라크 전쟁과 점령에 찬성표를 던진 행동이 이를 증명합니다. 오바마도 똑같이 되라는 압력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사실, 파키스탄을 폭격하면서 그는 이미 전쟁광이 됐습니다. 물론 그의 언사가 아직 부시보다는 덜 사납긴 하지만 말입니다.

지배자들은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려 위기를 더 심화시키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일부 경제학자가 부분적 회복 뒤에 큰 폭의 추락으로 이어지는 “W자” 침체를 예견하고, 그것이 자본주의 자체를 곤경에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자본가계급이 체제 자체가 낳은 위기에 대처할 방법을 모르는 고전적인 사례를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배계급 내부에 공공연하게 분열이 생기고 동시에 격분한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분노를 표출할 방법을 모색하는 정치적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정치적·사회적·경제적으로 유동적입니다.

번역 차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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