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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창립 20주년과 투쟁의 과제

올해는 전교조 창립 20주년이다. 20년 전인 1989년 5월 28일, 교사들은 굴종의 삶을 떨치고 당당히 노동자임을 선언했다.

서슬파란 독재 정권에 맞서 ‘민족, 민주, 인간화’를 내걸고 참교육 운동을 시작한 전교조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혹독한 탄압을 받았고, 무려 1천5백27명의 교사들이 파면해임됐다.

수많은 학교에서 “선생님을 돌려달라”는 제자들의 외침은 닫힌 교문을 넘어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 모임’도 전교조 지지 활동을 했다.

이런 지난한 투쟁 끝에 전교조는 창립 10년 만인 1999년에 합법화됐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마지못해 전교조를 인정하면서도 노동3권이 아니라 1.5권만 보장하는 심술을 부렸다.

전교조가 합법화되자 숨막히는 병영 같던 교실에서 학생들을 입시경쟁으로 내모는 현실을 바꾸고자 수많은 교사들이 전교조로 모여들었다. 합법화 2년 만에 조합원 수는 1만 명에서 9만 명 가까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후 전교조는 입시경쟁 교육과 교육시장화에 맞선 투쟁의 선봉에 서 왔다.

전교조가 취할 것과 버릴 것

그리고 이 때문에 정부와 우파들은 전교조를 눈엣가시처럼 증오해 왔다.

극우익 조갑제는 올 초에 ‘5대 좌파세력’ 중 하나로 전교조를 지목했고, 한나라당 의원 조전혁은 《전교조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책까지 냈다.

이명박 정부도 ‘미친교육’의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 파면·해임 등 전교조 죽이기를 계속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역겹게도 전교조에게 “참교육의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충고까지 하고 있다.

“한미FTA 반대 수업, 노동절 계기 수업, 반전평화 수업 등 정치 투쟁이 전교조의 위기를 낳았다”(〈한국일보〉)는 것이다.

한 때 10만 명에 육박하던 전교조 조합원이 7만 명 이하로 떨어진 것이 위기의 증거라며 전투성과 정치성을 거세해야 한다는 우파적 압력을 넣는 것이다. 단체행동을 금지하고, 정치 활동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으면서 전교조를 마녀사냥하고 탄압해 조합원 탈퇴를 부추겨 온 당사자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확대, 일제고사, 영어몰입교육 등 ‘미친 교육’을 막아내지 않고서는 참교육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전교조는 더욱 투쟁적이고 정치적이 돼야 한다. 지난해 촛불 정국 때처럼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강력한 투쟁에 나서는 게 전교조 혁신의 방향이어야 한다.

한편, 진보 진영 일각에서 전교조가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등 조합주의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교사 구조조정과 해고 등으로 이어질 정부의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것은 옳은 것이다.

교사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은 교육의 질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정당한 투쟁이다. 전교조에게는 경제적 투쟁과 참교육 등을 위한 정치적 투쟁 둘 다 필요하고 둘을 칼 같이 구분하기도 어렵다.

물론 전교조는 교사에 대한 어떠한 평가도 반대하는 협소한 태도를 취해선 안된다. 나아가 전교조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과 비정규직 교사들과 학교 비정규직들의 차별 해소를 위한 투쟁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전교조 지도부는 ‘사회적 논의’에 미련둘 때가 아니다

정부와 우파의 집중적인 마녀사냥 속에서 지난 몇 년간 전교조 조합원들은 다소 위축돼 왔다. 그러나 지난해 촛불 운동을 계기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 24일 교사대회에는 전체 조합원의 10분의 1이 참여해 대성공을 거뒀고 12월 파면·해임 교사 방어 집회에는 유례없이 많은 평조합원들이 모였다.

무엇보다 지난 4월 경기도교육감에서 전교조가 지지한 김상곤 후보가 당선된 것은 정말 통쾌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의 투쟁은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이명박의 경쟁 교육 정책에 파열구를 낼 수도 있다.

전교조 지도부가 창립20주년을 맞이하여 ‘제2의 참교육 운동’을 선언하며 “학생들의 인권 보호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교육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권 보호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전교조 지도부는 이명박 정부에 “21세기 학교 교육 혁신 사회적 논의기구”를 제안하며 강력한 투쟁 건설을 중심에 두기보다 대화 시도에 연연하는 태도를 보였다.

노무현 정부 아래서 정부와 협력·대화를 추진하다가 뒤통수만 맞았다는 비판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노무현보다 더한 신자유주의 맹신 우파 정부와 무슨 대화에 미련을 두는지도 납득이 안간다.

“국민들 시각에 맞춰 함께 풀어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한다”는 말도 ‘투쟁 일변도가 문제’라는 우파적 압력을 눈치보는 듯해 꺼림직하다.

전교조 지도부는 또 “내년 지방자치 선거와 교육감 선거를 MB교육 심판의 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것은 필요한 과제지만, 중요한 것은 당장 ‘MB교육 심판’을 위해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 투쟁이 성공해야 내년 선거에서도 진보 후보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투쟁을 위해서도 교육 시장화를 추진했던 민주당과 전략적 동맹은 맺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난해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행 사건 은폐에 연루된 3명을 제명하기로 한 결정을 뒤집으려 하는 움직임도 있어서는 안된다.

5월 23일 ‘창립20주년 기념 및 경쟁만능 MB교육정책 심판 교육주체결의대회’에서 전교조는 학생·학부모 들과 연대해 MB에 맞선 투쟁을 선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