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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범국민대책위’는 시간 낭비 말고 파업 지지와 연대로 나서야

쌍용차 점거 파업이 6일차를 맞고 있다. 사측은 일부 라인을 휴업 조치하고, 무조건 2천6백46명 해고 숫자를 채우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임금 체불의 고통과 사측의 ‘파업 불참, 퇴직’ 강요를 못 이긴 한 조합원이 스트레스성 뇌출혈로 사망했다.

파업 노동자들도 26일부터 관리자들을 모두 쫓아내고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직장폐쇄와 단전단수에 대비해 생수와 물품도 준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포함된 ‘일방적 정리해고 반대!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이하 범대위)는 강력한 연대 투쟁을 건설하기는커녕 전혀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6일 열린 ‘정책전문가 워크샾’에서는 한나라당·민주당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토론회 개최 논의에 두 시간여를 허비했다.

‘정리해고형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내용으로 토론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에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정리해고 반대’ 같은 이념형 주제론 한겨레·경향 같은 진보매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묵살했다. “물리적이든 이데올로기적이든 ‘파업 지원 방안’이 논의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민주노조운동의 과제를 범대위에 요구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정치’가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범대위 주도 세력들의 이런 태도는 이미 범대위 명칭을 정하는 데서 드러났다. ‘노동자 살리기’를 분명히 강조하기보다 “자동차 사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대책 세우기를 내세우는 것은 계급타협적 대안 모색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명칭조차 초기의 ‘경제 회생과 제조업 발전 및 쌍용차의 바람직한 정상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보다 나아진 것이긴 하다.

그러니 일부 참가자들이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압박해 정부 차원의 쌍용차 지원을 끌어내도록 하자거나, 민주당과 연대해 정부를 압박하자는 등 엉뚱한 제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또 민주노총은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를 이유로 6월초로 범대위 공식 발족을 연기했다. 외롭게 점거 파업 중인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한 강력한 연대가 시급한 상황인데 말이다.

1998년에 현대차 정리해고 반대 파업이 강력히 유지되자 정치인들이 너나 없이 중재에 나서겠다며 현대차 울산 공장을 찾았다.

파업이 강력해지도록 하고, 지지 여론을 끌어 올리지 못한다면 범대위식 ‘정치’는 소망과 달리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다.

더구나 정부와 쌍용차 사측이 초강경 자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모셔 놓고 ‘일자리 나누기’나 ‘회생’ 방안 논의하자는 건 정부와 자본의 책임에 대한 정면 비판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회생 방안 논의로는 ‘이데올로기’적 지원도 효과적으로 할 수 없다.

범대위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대량해고를 막아내기 위한 연대체라는 성격을 분명히 하고 점거파업 지지 입장부터 표명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자본의 잘못을 폭로하고 파업 정당성을 널리 선전할 뿐 아니라 시급히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