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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촛불항쟁과 저항의 미래》:
촛불항쟁의 산 증인이 쓴 촛불 평가와 전망

김광일, 《촛불항쟁과 저항의 미래》(책갈피) 책 표지 ● 책 구입하기

우리는 아직 그를 기억한다. 지난해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방송차 위에서 특유의 선동적 목소리로 구호를 선창하고 투쟁을 호소하며 자신의 열정을 불사르던 그의 모습이 여전히 눈에 선하다. 이명박 정부의 광기 어린 공안 탄압 칼바람이 몰아치는 지금 그가 더욱 그리운 것은 그래서다. 그가 자신을 쫓는 경찰의 눈을 피해 1년 가까이 힘든 수배 생활을 하면서 짬짬이 쓴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그의 또 다른 투쟁 방식이고 저항의 수단이다. 그는 김광일 광우병국민대책회의 행진팀장이다.

이 책은 그동안 나온 촛불항쟁 관련 책들과 여러모로 다르다.

지은이는 지난해 촛불항쟁 당시 정치적 지도부 구실을 했던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서 행진팀장을 맡아 불철주야 현장의 한복판을 누비던, 운동의 산 증인이다. 우리 같은 사람들로서는 평생에 한 번 해 보기 힘든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는 사실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저자의 정치적 관점과 주장에 동의하든 안 하든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하겠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촛불항쟁을 분석한다는 점이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는 이른바 ‘현실 사회주의’의 일당 독재 체제를 정당화하는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스탈린주의와 완전히 다르다.

2008년 촛불시위의 한 장면 ⓒ이윤선

마르크스주의는 역사의 변화와 발전 과정에 대한 변증법적·유물론적 해석을 바탕으로 운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전략·전술을 제시할 수 있게 해 준다. 지은이는 바로 이 관점에서 촛불항쟁을 분석하고 그 강점과 약점을 지적하면서 미래의 저항을 위한 교훈을 도출한다. 특히, 러시아 혁명을 비롯한 여러 역사적 혁명의 경험에 비춰 촛불항쟁을 살펴보는 것은 이 책만의 장점이다. 촛불항쟁이 혁명도 아니었는데 뜬금없이 혁명과 비교하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해부가 원숭이 해부의 열쇠라고 했던 마르크스의 말처럼(《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중원문화, 227쪽) 사물의 가장 고차원적 형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그보다 미발전한 사물과 현상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지은이를 포함한 촛불 수배자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안팎의 주요 지도자들과 활동가들, 촛불항쟁을 다룬 이런저런 책의 저자들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그들의 활동과 주장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한다. 지은이는 그동안 한국의 다양한 공동전선에서 활동하면서 우호적 협력을 바탕으로 동지적 비판을 제기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 책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운동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지 않고서 2008년 한국의 촛불항쟁을 이야기한다는 것, 특히 진보나 좌파의 관점과 시각에서 촛불항쟁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터이다. 이 책의 출판을 계기로 한국 사회 변혁 운동의 이론적·실천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논쟁이 뜨거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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