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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좌파의 도전과 기회

그리스 혁명적 사회주의자 니코스 로우도스는 그리스 정부를 뒤흔든 2008년 12월 항쟁의 영향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2008년 12월 그리스에서 항쟁이 일어난 후 유럽의 눈은 그리스로 향했다.

12월 6일 경찰이 15세 소년 알렉산드로스 그리고로풀로스를 살해하자 소요가 일어났다. 파업, 학교 점거, 거리 시위가 뒤따라 일어났다.

이 투쟁으로 신민주주의당 우파 정부는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12월 반란’은 한 달 만에 끝났다. 그러나 그것이 낳은 정치적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2009년 6월 유럽의회 선거 결과는 겉보기에는 12월 반란의 영향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였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급진좌파의 득표율은 정체했다. 그리스공산당과 시리자[급진좌파연합] ― 쉬나스피모스[좌파운동·생태운동연합 유러코뮤니스트들]와 극좌파 그룹들의 연합 ― 의 득표율을 합하면 약 13퍼센트 정도로 2004년 선거 때와 차이가 없다.

그러나 2004년과 비교해 득표수는 오히려 18만표나 줄었다. 반면에 파시스트정당인 라오스[LAOS : 국민정교회대회]의 득표율은 2004년 4.1퍼센트에서 이번에 7.1퍼센트로 크게 늘었다. 이런 선거 결과로 의회주의적 좌파는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일부 여론조사에서 시리자의 지지율이 18퍼센트에 달했던 것을 고려해, 이번 선거에서 시리자가 약진할 거란 기대가 있었다. 지금 시리자에서는 선거 결과를 놓고 내부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시리자 연합이 좀더 우경화해 영국 노동당과 비슷한 사회당(PASOK) 쪽으로 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들은 시리자 연합이 좌파적 정책들을 유지해야 하며, 실망스런 선거 결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라고 주장했다.

이 두 주장 모두 그리스공산당과 비슷한 주장을 바탕에 깔고 있다. 즉, 이번 선거 결과는 ‘대중의 낮은 계급의식’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좌파가 실패한 책임이 노동자들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공산당은 12월 반란을 비난했고 당원들더러 소요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으라고 요구했다. 시리자는 정부가 폭력 사태를 핑계로 자제를 요청하자 사회당 계열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손을 잡고 총파업 기간 중 시위를 취소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잔혹한 경찰 폭력에 대한 분노가 작업장으로 전달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교사, 대학 강사와 공공서비스 노동자 들은 학생들을 지지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의회주의적 좌파들은 이런 행동이 확산되는 것을 가로막으려 했다.

당시 시리자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돼, 모든 노력을 유럽의회 선거에 쏟기 시작했고 운동을 전진시키기 위해 필요한 현실의 투쟁들을 무시했다.

사회당은 선거 운동 기간에 ‘사회주의냐 야만이냐’라는 구호를 사용했다. 그러나 사회당은 자신의 노동조합 지지자들이 우익 정부의 공격에 맞서 싸우려 하자 말렸다.

이번 선거에서 사회당은 신민주주의당을 4.3퍼센트 포인트차로 앞질렀다. 사회당은 다음 총선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운동은 후퇴하지 않았다. 우파 정부는 이번 선거로 더 약해졌다.

신민주주의당은 2004년과 비교해 10퍼센트, 즉 1백만 표를 잃었다. 그 결과 신민주주의당은 겨우 한석차로 과반을 확보했다.

최근 많은 노동자 단체가 정부 정책에 도전하는 행동을 벌였고 정부는 새로운 파업 물결이 어디로 갈지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

최근 그리스 노동자들의 투쟁 의지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사례는 폐간된 아테네 신문사 〈엘레프더로스 타이포스〉의 언론인들과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그들은 일자리를 지키려고 작업장을 점거하고 투쟁에 들어갔다. 이 투쟁은 많은 그리스 노동자들에게 저항의 초점이 됐다. 지배계급과 정부는 인종차별주의를 이용해 역공을 준비중이다.

알렉산드로스를 살해해 ‘아동 살인자’로 야유받아 온 경찰은 이제 ‘불법 이주민’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수호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경찰은 그리스 전역에서 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의회주의적 좌파들은 이런 정부의 공세에 도전하지 않고 있고, 파시스트들이 지지자들을 동원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인종차별주의에 맞선 저항이 진행중이다. 지난주[7월 9일] 목요일 아테네에서 반인종차별·반파시스트 행진에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다.

반자본주의좌파 ― 그리스의 혁명적 경향 ― 가 주도한 이런 선도적 행동들로 의회주의적 좌파들도 행동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다. 반자본주의좌파는 지난해 12월 이후 몇몇 중요한 노조들의 선거에서 승리했다.

12월 반란이 낳은 급진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대중의 분노는 다시 폭발할 것이다. 이런 분노에 방향을 제시하려면 그리스 좌파는 계속 힘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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