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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교섭으로 재앙의 불씨를 남긴 금호타이어 파업 결과

쌍용차에 이어서 대량해고와 임금 등 노동조건에 대한 공격에 맞선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파업이 마무리됐다. 정리해고와 일부 복지 축소 시도는 막아 냈지만 임금과 정원 재설정, 전환배치 등 사측의 처음 요구 대부분이 관철됐다.

이제까지 사측의 공격을 막아낸 저력 있는 사업장이었기에 조합원들의 상실감은 클 것 같다. 금호타이어 사측은 지난해에도 전체 인원의 10퍼센트인 4백31명을 정리해고 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 당시 노동조합은 4일 동안의 전면파업으로 정리해고 철회 뿐 만아니라 임금(3퍼센트) 인상과 상여금 등에서도 양보를 얻어 냈다. 그래서 올해 사측은 처음부터 필사적이었다.

대우건설 인수와 무리한 해외투자 등으로 경영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당히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금호타이어 사장). 사측은 임금 동결과 노동강도 강화를 위한 정원 재설정 등에 초점을 맞췄다. 노조가 이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정리해고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였다.

노조가 부분파업과 태업으로 저항하자 사측은 정리해고 명단을 통보했고 전면파업을 하자 15년만에 직장폐쇄까지 단행했다. 노조가 임금 등을 양보하자 사측은 정리해고를 밀어붙이면서 무노동 무임금 등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결국 3천5백여 명이 점거파업에 돌입하는 한편, 노조 지도부가 무노동 무임금을 양보하니까 사측은 정리해고와 호봉 승격, 일부 복지 축소 계획을 철회했다.

파업 결과를 놓고 〈프레시안〉 여정민 기자는 “쌍용차지부의 ‘뼈아픈 패배’가 노동계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물론 쌍용차 파업 결과가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고무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사실상 부도 기업으로 타협의 여지가 적었던 반면 금호타이어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잘 싸웠던 금호타이어 노조가 이번에 많은 것을 양보한 것은 노조 지도부가 전면 투쟁 돌입을 머뭇거리다 사측에게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노조 지도부가 정리해고 통지까지 받은 뒤에야 점거파업에 들어간 것도 아쉬운 일이다. 그렇다고 정리해고 철회를 평가절하할 순 없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사람이 고작 40여 명에 불과하고 조합원의 80퍼센트가 넘는 3천5백여 명이 점거파업에 돌입하자 사측은 뽑아든 정리해고의 칼을 다시 넣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비교적 조직력이 탄탄한 노조를 상대로 끝까지 밀어붙일 수는 없었던 사측의 처지도 고려해서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사측은 ‘강성노조’의 약점을 드러낸 이번 기회를 이용해 계속 공격을 확대할 것이다. 경영 상태가 더 악화하면 내년에 정리해고를 또다시 밀어붙일 것이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그런 공격에 대비하면서 이번에 빼앗긴 것들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장들 이상으로 단호한 투쟁과 연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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