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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은 체제 홍보의 희생자가 된 탈북자들의 이주 권리를 옹호해야

지난 1일 북한 주민 11명이 동해를 통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 사건은 북한이 겉으로는 핵무장 등을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지만 평범한 주민들은 극심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지금도 탈북자들은 1주일에 35명 씩 한국에 입국하고 있고, 지금까지 1만 6천여 명이 한국에 정착했다.

우익들은 이런 현실을 두고, 남한 체제의 우월함을 보여 준다고 선전한다. 그러나 남한 체제가 북한 체제보다 질적으로 낫다고 볼 수는 없다. 남한도 주민 다수가 경제 위기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군비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고, 부자 감세나 복지 축소 등 부자들을 위해 평범한 주민들의 삶을 공격하고 있다.

탈북 주민들은 대부분 남한 체제에 환상을 품고 남한에 들어온다. 그러나 그들이 남한에 정착한 후 겪는 생활은 이런 환상을 대부분 깨뜨린다. 남한에 들어온 탈북 주민들은 쥐꼬리만한 정착지원금을 받고 엄청난 실업률과 고용 불안정(42.6퍼센트가 일용직)에 시달린다. 그나마 취업자 월평균 소득도 93만 7천 원 밖에 안 된다.

그래서 남한에 정착한 탈북 주민 중 58.4퍼센트가 자신을 여전히 ‘북한 사람’으로 여기는 반면, ‘남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6.3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동안 남한 정부는 탈북자들을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는 소재로만 이용해 왔고, 실제 그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와 우익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번 탈북 주민들을 송환하라는 북한 당국의 요구에 반대한 것을 두고, “대북 인권정책의 바로미터”라고 자화자찬이다.

탈북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위선을 보여 준 사례 ─ ‘원정화 간첩 사건’ 수사결과 발표 모습

그러나 정작 이들은 탈북자 문제가 정치적 부담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는 대량 탈북에 대비해 남한으로의 이주 보장이 아닌 ‘제3국’ 난민수용소 건설 계획을 내놨다. 또한 지난해에는 ‘원정화 사건’을 이용해 탈북자 중에 간첩이 숨어 있다며 냉전 이데올로기를 부추겼다. 최근 국정원은 ‘가짜 탈북자’를 가려낸다며 국정원·기무사·경찰·통일부 등이 하는 탈북자 합동심문 기간을 1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개악을 추진중이다.(〈한겨레21〉 780호)

위선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 홍정욱은 탈북자들이 기초생계급여를 부정수급한 의혹이 있다며, 쥐꼬리만한 탈북자 지원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이번 해상 탈북 선박을 남한 해군경이 늦게 발견한 것을 들어 ‘안보 공백’ 운운하며 냉전적 호들갑을 떨고 있다. 평소 탈북자 인권에 관심이 많은 듯 생색내더니 말이다.

게다가 올해 북한 식량난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대북 쌀 지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이런 남한 정부가 북한 인권 운운하는 것은 역겹다.

이처럼 우익들이 탈북자 문제를 체제 홍보용으로 이용한다고 해도, 탈북 주민들이 남한 행을 택한다면, 그들이 이주하고 정착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남한 정부와 우익들은 생색만 내고 있으므로, 탈북 주민들의 정착에 필요한 실질적 조처를 취하라고 진보진영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동안 제국주의자들의 위선적 ‘인권’ 논란에 이용될까 봐, 혹은 우익들이 ‘선점’한 쟁점이라고 여겨, 진보진영 일각에서 탈북자 쟁점을 회피해 온 약점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탈북자들은 평범한 주민들을 체제의 부속물로 여기는 체제 운영자들의 냉혹한 논리에 희생당한 사람들이다. 올해가 ‘북중 친선의 해’라고 하지만, 정작 중국은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친선’이라면서 왜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하고 정착할 자유는 보장하지 않는가. 진보진영이 탈북자들이 이주하고 정착할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체제 운영자들이 보장하지 않는 노동계급과 평범한 주민들의 ‘친선’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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