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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교원평가제에 대한 송재혁 교사의 입장을 지지하며

전교조 활동가 송재혁 교사의 글이 〈레프트21〉 19호에 실리기 전까지 교원평가제에 대한 〈레프트21〉의 입장은 애매했습니다. 교원평가제를 내세운 정부의 공세에 반대하면서도, ‘교사도 평가(물론 학생들의 평가를 말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함으로써 무언가 회색 지대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물론 〈레프트21〉의 전반적인 논조는 노동계급의 투쟁을 강조하는 선홍색鮮紅色입니다. 그러나 유독 교원평가제 문제에서만큼은 선명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카드를 뒤섞었기 때문입니다. 즉, 교원평가제는 교사에 대한 정부의 공세인 반면, 학생의 교사 평가는 민주주의적 요구로, 둘을 대등한 반열에 올려놓고 전술을 강구할 수 없습니다. 우선은 정부의 공세를 막아야 합니다. 교사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학생 간 경쟁 강화를 막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민주적 교사 평가는 경쟁을 반대하고 우애와 유대를 강조하는 학생들의 자주적 활동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야 비로소 의제에 올라야 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자본주의적 소외와 성적·입시 경쟁으로 학생의 사기가 낮고 자주적 활동이 미흡할 때 학생에 의한 교사 평가가 시행된다면 교육의 진정한 이상보다는 입시 위주 교육에 영합하는 교사가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레프트21〉은 학생의 민주적 잠재력을 무시하는 일부 교사들의 천박한 노동자주의적 견해를 의식해 애써 학생 측의 교사 평가 필요성을 강조한 듯합니다. 하지만 균형 감각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정부와 그 복마전의 교육 관료, 부패한 사학재단 등이 추상적으로는 옳은(단지 추상적으로만 옳을 뿐인) 민주적 교사 평가 사상을 악용해 교사들을 공격하려 하고, 전교조 내 온건파 고위 상근간부들이 이에 실용주의적으로 타협하려 할 때, 〈레프트21〉 같은 선명 좌파 언론이 문제의 주된 측면과 부차적 측면을 분별하지 못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유추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마치 서방의 제국주의적 전쟁을 반대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전쟁에도 반대하고 테러리즘(제국주의에 억압당하는 측의 일부 극소수만이 지지하는 전술에 불과한)에도 반대한다는 ‘공평무사’ 양비론의 입장을 내놓아서는 안 되는 것과 일부 유사합니다. 테러리즘 반대론은 전술 차원이 아니라 선전 차원에서(흔히 신문 안쪽 면 교육용 칼럼이나 소책자 형태로) 다룰 문제입니다. 또, 팔레스타인 연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은 오직 ‘세속적 민주 팔레스타인’으로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할 때 자칫 하마스 같은 종교적 저항세력이 백안시당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하는 것과도 일부 비슷합니다. 급진 이슬람주의의 한계 문제는 선전 차원에서 다뤄야 적절할 것입니다.

선명 좌파는 교원평가제 문제에 직면해, 정부의 공세를 저지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교사와 학생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라는 이상은 학생과 교사의 다수가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실제로 가능한 일로 여기는 상황, 즉 매우 높은 수준의 급진화가 사회적으로 진행될 때 제출되는 것이 적절한, 선전 차원의 이슈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