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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교사 기고:
교원평가제는 입시전쟁 반대 참교사를 “색출”하기 위한 것

며칠 전 〈한겨레〉 사설에서 교사들의 웰빙족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교원평가제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읽고는 저를 배신한 첫사랑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교원평가제는 우리가 주장해 온 입시폐지·대학평준화와 정반대 방향으로 교육을 끌고가게 될 것입니다.

KBS 핀란드 교육 취재 프로그램을 보니, 시험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답안지 낸 학생에게 선생님이 이거 틀렸으니 다시 풀어보라고 하더군요. 다 못 푼 학생에게 시간도 더 주고요. 우리 나라에서 이러면 어떻게 됩니까? 부정행위로 학생도 처벌이요, 교사는 성적조작으로 파면입니다.

백보 양보해 경쟁이 인간의 능력을 조금 향상시킨다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렇게 능력 조금 좋아진 사람들이 서로 적대시하고, 나를 위해서 남을 누르고, 온 사회가 그런 식으로 굴러간다면 그 능력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능력입니까? 돈을 위해서겠지요. 경마장에서 돈이 안장에 앉아 사람을 말처럼 몰고 가는 모습, 이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요?

2009년 10월 10일 교육주체 결의대회

혹자는 핀란드에도 교원평가가 있다,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핀란드에 있다는 교원평가는 교원평가가 아닙니다. 현직 교원을 서로 비교한다든지, 우리 나라에 오래전부터 있던 인사고과제도 같은 것조차 없습니다. 핀란드에서는 개별적인 교사 활동의 평가에서는 오로지 통근이나 잡무 등 근무 조건이 나빠지지 않았는지 정도를 체크한답니다.

또 판란드에서는 역량 부족으로 혹은 좋은 교육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지 않는지 확인한답니다. 그리고는 대처 방안으로 어떤 교직 연수를 준비하면 좋은지를 행정당국이 체크하고 도와준답니다. 교사에 대한 일종의 상담 기능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그 교사를 단죄하고 강제로 연수시키고 안 되면 잘라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것, 그런 교사들을 색출해 강제연수에 급여 깎고 다른 학교 보내 버리고 그냥 날려 버리겠다는 것 아닙니까?

경쟁

치열한 경쟁은 인간을 치졸하게 만듭니다. 인간을 파괴합니다. 경쟁은 주변을 적대하게 합니다. 경쟁은 사회공동체성을 파괴합니다. 결론적으로 경쟁은 인간의 삶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고로 우리는 학교에서, 교육에서, 사회에서 경쟁의 요소를 팍팍 줄여 나가야 합니다.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근거가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교사라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잘해 왔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열악한 조건 속에서, 공정택처럼 무능하고 부패한 교육관료들, 교장들 밑에서, 그래도 참교육 해 보겠다고 누가 알아주건 말건 자기 시간과 돈과 정열을 바쳐가며 이렇게 저렇게 애써 왔어요. 교사끼리 서로 협력하면서, 도와가면서 그렇게 해 왔습니다. 이 교사들을 서로 경쟁 관계에 놓이게 하지 마십시오. 이 교사들을 교장과 교육당국의 노예로 만들지 마십시오. 이 교사들을 입시경쟁교육의 도구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이 나라 교육 파행의 책임이 어찌 교사들에게 있습니까? 진정 건전한 이성을 가지고 판단하신다면, 엉뚱하게도 교사들에게 겨누어진 화살의 방향을 이제라도 부패무능한 교육관료와 교육당국, 그리고 시스템, 입시경쟁교육시스템으로 바꾸어주시기 바랍니다.

성적 조작하는 교사, 촌지 받는 교사, 성추행하는 교사, 제자 막 두드려패는 교사, 있습니다. 많지 않지만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교원평가하고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현행법과 징계 제도로 하면 됩니다. 부적격 교사들을 색출하겠다는 게 아니라 입시전쟁 전선에서 이탈하려는 참교사들을 색출하는 게 저들의 목적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도, 그 노래를 학생들에게 소개해도, 시국선언에 3초간 서명해도 징계하고 처벌하는 게 이 사회입니다.

교원평가제 없는 교단에서 훌륭한 교사, 가능합니다. 입시경쟁교육으로부터 학교를 해방시키고 학교가 민주적인 공동체가 되도록 제도 장치를 마련하면 가능합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주장 가능하고 실현 가능합니다. 교원평가제 없는 좋은 교육 역시 교사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주장 가능하고 실현 가능합니다.

차라리 대통령 평가제나 합시다. 국민들이 몇 번 평가해 보고 부적격이라 판단되면 임기 중이라도 아웃(Out)! 부적격 국회의원 아웃(Out)! 부적격 판검사 아웃(Out)! 우리들을 못살게 구는 부적격 권력자들, 모두 다 아웃(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