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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교원평가제가 아니라 교원 확충이 필요하다

흔히 교사는 일찍 퇴근하는 철밥통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9시 반까지 무려 14시간 동안 노동합니다. 제 주위의 동료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굉장히 정신 없는 잡무의 연속이어서 기록하면서 처리하지 않으면 까먹기 일쑤입니다.

특히 중학교는 고등학교보다 한 학교당 교사 수가 적어서 업무 부담이 더 큽니다. 게다가 3월에는 환경미화나 담임 업무로 밤 9시까지 학교에 남아 일하기 일쑤인데, 정규 근무 종료 시각인 4시 20분 후에 근무를 해도 잔업 수당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수많은 잡무들 때문에 제대로 수업 준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제가 실제로 수업 준비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고작 한 시간 정도입니다.

수많은 업무로 교사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데, 학생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경기도는 학급당 학생수가 무려 40명입니다.

학생 40명을 한 명 한 명 만나 면담과 설득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학생들을 통제하라는 압력이 굉장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가장 쉬운 통제 수단인 체벌과 폭언을 선택하도록 내몰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은 서로 반목하기 일쑤입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상처입고, 학생들은 자신들을 억압하는 교사들을 미워합니다.

그러니 현재의 교육 여건에서 교실 붕괴 현상이 쉽사리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올해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학교 교육을 더욱더 팍팍하게 만들 것입니다.

우선 교원평가제 때문에 교사는 1년에 네 번 공개 수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최악의 근무 조건 속에서 공개 수업을 준비하려면 일상적인 수업의 질은 더 떨어질 것입니다.

둘째, 교원평가제는 학생들의 진학 여부로 교사를 평가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들을 더더욱 경쟁의 압력으로 내몰도록 강요당할 것입니다.

그러면 교사와 학생의 반목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셋째, 교원평가는 곧 교사의 봉급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더 큰 압력을 느낄 것입니다.

학교의 현실을 개선하려면 교원 평가가 아니라 교원 확충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대해 주고, 한 명 한 명에 맞는 수업을 하려면 교사 충원이 필요합니다.

이런 여건 조성은 도외시하면서 거꾸로 교원을 해고하는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교원평가제는 반드시 중단돼야 합니다.

저는 교무실에서 자주 교원평가제를 두고 선생님들이 불만 섞인 토로를 하는 것을 듣습니다.

이럴 때 전교조가 교원평가제를 전면적으로 거부하지 않은 것은 너무 아쉽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교사들의 불만을 하나로 끌어 모아 교원평가제를 거부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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