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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 선거 그리고 계급투쟁

많은 사람들이 “투표로 세상을 바꾸자”고 한다. 선거가 사회를 거의 바꾸지 못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의회·지자체·지방의회 등에 환멸을 느낀다. 투표율이 낮은 까닭이다.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노동계급의 자신감과 투쟁이 선거보다 비할 데 없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를 원한다. 실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우익은 기고만장해질 것이다. 정부는 반노동계급적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 반대로 의기소침해질 것이다. 일부 노동자들은 정부 공세에 맞서 싸울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책이 별반 다르지 않지만,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노동계급의 광범한 사기저하는 없을 것이다.

진보 후보들이 상당한 득표를 한다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고무할 수 있다.

그리고 당선한 진보 후보들은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누가 이기냐에 따라 노동자들의 자신감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추상적인 ‘좌파적’ 슬로건(가령, “혁명은 투표로 불가능하다”)만 남발하는 것은 이런 광범한 대중의 (모순된) 의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투표할지가 중요한 까닭이다. 상황에 따라 사회주의자들이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선거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거나 사회주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선거에 출마해 당선한 사회주의자가 노동자들의 행동을 대신할 수도 없고 투쟁의 고양을 보장해 주지도 못한다.

진정한 권력은 선출되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선출되지 않은 사장들, 검찰, 장군들, 은행가들 같은 계급이 우리의 삶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린다.

공장을 가동할지 폐쇄할지,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지 또는 생산물을 어떻게 분배할지를 투표하지 않는다.

지배계급은 정부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침범한다면 기꺼이 폭력을 행사할 태세가 돼 있다. 그래서 선거에 의존해서는 진정한 변화를 이루지 못한다. 계급투쟁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노동계급의 조직, 단결 투쟁, 자신감이다.

선전 연단

그러나 사회주의자는 선거를 활용해 기성 정치인들과 그들이 옹호하는 체제의 실패를 밝히 드러낼 수 있다. 선거 때 사회주의자들은 노동계급의 요구들을 제기하고 지배계급의 우선순위에 도전할 수 있다.

러시아 볼셰비키의 경험은 선거와 의회가 사회주의자들에게 유용한 연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1905년까지 러시아는 황제(차르)가 통치했고 대다수 인구를 대변할 정치적 대표체도 없는 전제정이었다.

그러나 1905년에 혁명적 물결이 그 나라를 휩쓸었다. 차르는 마지못해 양보했고 두마 선거를 실시했다.

볼셰비키는 처음에 이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거 모임을 무장봉기를 호소하는 데 활용했다.

1907년에 혁명적 물결이 가라앉았다. 볼셰비키 지도자 레닌은 이제 당이 두마 선거에 참여해 “돼지우리”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회 영역은 볼셰비키가 활동하기에 쉬운 곳이 아니었다.

두마는 전혀 민주적이지 않았다. 토지 소유주 한 명의 투표가 도시 부르주아 3명, 농민 15명, 노동자 45명의 투표와 같았다.

그럼에도 볼셰비키는 1912년에 여섯 석을 획득했다.

볼셰비키 후보들은 선거를 활용해 노동자들 속에서 민주공화국, 8시간 노동, 지주 재산 몰수를 요구했다.

당선한 볼셰비키 의원들이 행한 연설, 제출한 법안은 모두 볼셰비키 신문 〈프라우다〉에 실렸다.

볼셰비키 의원들은 두마 활동과 노동자 투쟁을 결합시켰다.

예를 들어, 오크타 제분공장 폭발 사고가 일어나 노동자 여러 명이 숨지자, 볼셰비키는 즉시 의원단을 사고 현장에 보냈다. 그리고 형편없는 안전시설에서 비롯한 폭발 사고 원인 조사와 노동자들의 대중 시위를 연결시켰다.

볼셰비키 의원들은 꾸준히 작업장들을 방문해 노동자들에게 연설하고 노동자들의 요구들을 파악했다. 볼셰비키 의원 바다예프는 노동자들에게서 산더미 같은 편지를 받았다고 기록했다.

볼셰비키 의원들이 매우 효과적으로 활동하자 경찰이 볼셰비키 의원들을 탄압하려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에 항의해 파업과 가두 시위를 벌였고 경찰은 하는 수 없이 후퇴했다.

볼셰비키 의원들은 “지도자가 아니라 나팔수”였다. 당이 의원단 활동을 밀착 통제했다.

볼셰비키 의원이었던 말리노프스키는 훗날 경찰 첩자로 밝혀졌다. 그러나 레닌이 그의 연설문을 썼기 때문에 그의 활동은 당에 도움이 됐다. 그가 연설문에서 특별히 도발적인 부분을 뺐을 때조차 연설 전문이 〈프라우다〉에 실렸다.

볼셰비키는 노동자 대중 투쟁을 최고의 투쟁 형태로 봤다. 두마는 유용한 선전 연단이었다.

이렇듯 볼셰비키는 선거와 의회 연단을 활용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북돋는 데 기여했다.

요컨대, 선거를 노동자들의 자주적 행동을 지지하고 노동계급의 자신감을 북돋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회주의자들이 선거를 대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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