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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내 지방선거 전술 논쟁

6·2지방선거를 앞두고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등이 만든 유권자 운동 단체들이 투표참여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대 투표율을 올려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를 패배시키자는 의도인 듯하다.

역대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은 다른 세대보다 매우 낮았다. 이는 주류 정치에 대한 환멸을 반영한다. 그러나 투표 기권이 아니라, 진보 후보에 투표해 우파의 악행을 심판하는 것이 이후 저항 운동 건설에도 이롭다.

2010년 5월 1일 여의도에서 열린 ‘청년에게 일자리를, 5·1 청년 주권 선언대회’. 일자리 확대를 내건 진보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필요하다. 나아가 일자리 확대를 위한 대중 저항을 건설해야 한다. ⓒ이미진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이명박 정부의 정치 위기가 더한층 심화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맞서 투쟁하려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진보 후보의 선전과 당선을 지지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대련,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선거 의미를 과장한다. “남은 것은 투표권 하나밖에 없습니다” “투표혁명” “20대가 투표하면 20대 삶이 바뀐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4월 3일 등록금 집회 때 추성호 민주노동당 서울시의원 비례후보는 “혁명은 총칼이 아닌 투표로 가능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이건희처럼 선출되지 않은 자들이 진정한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지 투표만으로는 사회가 근본으로 바뀌지 않는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힘은 대중 운동에 있다. 서구에서도 복지국가를 탄생시킨 일련의 개혁들은 노동계급 투쟁이 고양되던 시기에 이뤄졌다.

물론 한대련,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가 대중 운동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와 대중 운동 중 무엇을 중심에 놓고 다른 것을 결합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이들은 선거가 더 중요하다는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선거를 사회 변화를 이루는 핵심 수단인 것처럼 격상시키면 사회 변화의 진정한 동력인 대중 운동을 부차화시킬 우려가 있다.

한대련 주요 활동가들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는 이명박을 심판하려면 민주당과 동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은 얼마 전 한 토론회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심판”을 위해 자유주의 개혁 세력과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확대, 한미 FTA 등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인 장본인과 손잡고 신자유주의에 저항하자는 것은 모순의 극치다.

물론, 진보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곳에서 대중이 개혁적이라고 여기는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당들과 전국적 수준에서 동맹을 맺고 이를 위해 자본가 야당에 대한 비판을 삼가는 것은 진보적 정치 대안 건설을 후퇴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반MB 민주연합을 위해 민주당 미화도 서슴지 않는다.

한대련은 올해 2월 교양지에서 김대중을 추천 인물로 꼽았다.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8백 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구속됐는데도 말이다.

필요하다면 악마와 손잡을 수 있지만, 그때조차 악마를 천사로 미화해서는 안 된다. 대중에게 그릇된 환상을 심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학생행진(학생행진)은 한대련 등의 선거중심주의와 반MB 민주연합을 비판한다.

학생행진은 “지방선거를 … 대중 운동을 복원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선거에서 진보 후보에게 투표하라고 호소하지는 않는다.

학생행진은 2007년 대선 때 “일체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 “민주노동당 지지를 선언하는 게 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진보 후보 지지를 회피했다.

진보 후보의 선전과 당선이 대중 운동 건설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사람들이 선거를 통해 집권당을 패퇴시키고 싶어 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회피하는 듯한 태도는 이명박 정부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스스로를 고립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