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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기지 이전 요구 투쟁:
궁지에 몰린 하토야마 정권

일본 오키나와 현(縣)에 있는 미군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로 일본이 술렁이고 있다.

5월 16일 노동자와 학생, 시민 1만 7천 명이 후텐마 기지 주변 13킬로미터를 ‘인간 띠’로 에워싸는 ‘5·16 후텐마 기지 포위 행동’을 했다.

전날에는 오키나와의 일본 본토 반환 38년을 맞아 오키나와 현 각지에서 5천여 명이 ‘5·15 평화행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후텐마 기지의 ‘국외 이전, 못해도 현외 전면 이전’을 내걸고 당선한 하토야마는 5월 4일 취임 후 처음으로 오키나와를 방문해 국외·현외로 전면 이전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주일 미군의 군사적 억지력 유지와 미일동맹을 위해 후텐마 기지 이전은 불가능하다면서 말이다.

오키나와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북한, 동남아시아를 견제하고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는 데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래서 미국이 순순히 후텐마 기지의 국외·현외 이전안을 받을 리 만무하다. 미국은 일본 정부가 현안(헤노코 해안을 매립해 기지를 이전하는 안)대로 추진하도록 강력한 압력을 넣어 왔다.

‘못해도 현외’, ‘노력하고 있다’, ‘반드시 5월 내 타결’ 같은 하토야마의 말에 오키나와 주민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한때 기대를 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토야마 정권이 현내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초미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토야마가 제시한 ‘복안’은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현 나고 시(市)에 있는 헤노코의 캠프 슈워브로 이전하되 바다를 매립하지 않고 말뚝을 박아 활주로를 건설하고(‘잔교 방식’), 헬리콥터 부대 등 일부를 가고시마 현 토쿠노섬(토쿠노시마)으로 이전하는 ‘분리 이전안’이다.

미국과 오키나와 주민, 환경 단체 들의 눈치를 보며 낸 구차한 안이다.

그러나 이 안이 추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연립내각의 파트너인 사민당이 기지를 현내로 이전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하며 각의 결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집권 시절에 ‘헤노코 안’을 결정한 자민당도 들끓는 민심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자신도 기지 이전 문제가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금 하토야마 정권은 후텐마 기지 문제뿐 아니라 오자와의 부패 스캔들, 경제 위기로 인한 사회 양극화, 대중의 불만에 직면해 있다. 하토야마 내각 지지율은 21퍼센트로, 지난달 이후 4퍼센트 포인트 하락했다.

구차한

〈아사히신문〉(5월 16일치)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후텐마 기지의 현내 이전은 약속 위반(61퍼센트)이라고 보며 분리 이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62퍼센트). 이 문제를 약속대로 5월 안에 타결하지 못할 경우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는 답변도 43퍼센트나 된다.

무엇보다 오키나와 주민들과 본토 노동자 대중의 저항이 거세다. 지난 1월에는 헤노코가 포함된 나고 시 시장 선거에서 기지 현내 이전 반대를 내건 후보가 시장에 당선했다.

이런 분위기가 운동으로 조직되고 있다.

오키나와뿐 아니라 동경·오사카 등 일본 각지에서 노동운동과 평화운동, 기지 반대 운동, 시민운동이 주축이 돼 연일 항의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오키나와에서는 정당·시민단체·노동조합 등 2백81개 단체가 주최한 ‘미군 후텐마 기지의 조기 폐쇄·반환, 현내 이전 반대, 국외·현외 이전을 요구하는 현민대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 9만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오키나와 현민이 기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기지는 필요 없다’, ‘후텐마의 무조건 반환’을 외쳤다.

5월 1일 전국 각지에서 열린 메이데이 집회(도쿄에서만 4만 4천여 명 참가)에서도 노동자들이 오키나와 주민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냈다.

오키나와에는 주일 미군의 75퍼센트가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키나와 주민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제국주의 패권 유지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

한때 미국과 ‘대등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던 하토야마 내각도 결국 미군의 군사력을 원한다. 따라서 미·일 협상이나 하토야마의 의지에 기대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후텐마 기지 문제뿐 아니라 하토야마 정권에 불만을 품은 다양한 사람들과 운동들을 한데 모아 거대한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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