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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말하는 경제 위기와 노동자 투쟁:
“국가는 경기부양과 긴축 사이에서 모순에 빠져 있다”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 조셉 추나라와 그리스 반자본주의 활동가 니코스 루도스가 다함께가 주최한 맑시즘2010에서 연설하기 위해 방한했다.

두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레프트21〉 김용욱 기자에게 경제 위기와 노동자 투쟁의 전망을 말한다.

“올해 위기가 끝났다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와 유럽의 재정 위기를 포함해, 불안정 요소들을 보면서 더블딥을 경고하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단기적 요인뿐 아니라 위기를 장기화시키는 요인들을 봐야 합니다.

조셉 추나라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체제가 1970년대에 빠졌던 이윤율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이윤율을 일부 회복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는 주로 노동자들을 쥐어짠 덕분이었습니다. 이윤율은 1950~60년대 호황기 수준을 결코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이윤율을 회복하려면 마르크스가 ‘죽은 노동’이라 부른 기계나 원료 등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거나 파괴돼야 합니다. 1930년대와 제2차세계대전 당시 그런 일이 벌어졌죠.

그러나 1970년대 위기 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나서 부도 위기 기업을 구제했습니다.

당시 국가들은 한 기업이 도산하면서 연쇄 도산을 낳아 세계 체제 자체가 큰 위기에 빠질까 두려워 그랬던 것입니다. 덕분에 세계경제 이윤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물론, 세계경제가 지난 30년 동안 영구적인 정체에 빠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나라 경제는 한동안 상당히 빨리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중국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러나 1950년대와 60년대 체제처럼 장기 호황과 안정을 가능케 했던 조건(높은 이윤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낮은 이윤율

오늘날 위기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이렇게 장기적으로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 발생한 변화들을 봐야 합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금융의 급격한 성장입니다. 자본가들은 이윤(장부상 이윤)을 단기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곳이 필요했고 금융 투기와 신용 시장 등이 발달하게 됐습니다.

경제 위기의 해법에 합의하지 못한 G20 지도자들 제2의 대공황을 막기 위한 대규모 개입으로 국가 부채가 급증하자 세계 지배자들은 긴축과 경기부양 중 어느 것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경제 곳곳에서 거품이 형성됐습니다. 특히, 어마어마한 신용 거품이 형성됐습니다. 이것은 한동안 노동자들이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여기에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한몫했습니다.

자본가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노동자들이 더 많이 소비하기를 바라지만 임금은 최대한 적게 주려 합니다. 노동자들에게 돈을 빌려 주는 것은 이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모든 나라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개인 부채가 역사상 최고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바로 이런 변화로 세계경제는 대단히 불안정해졌습니다. 마르크스는 금융이 자본주의가 자기 한계를 극복하고 더 팽창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동시에 투기와 위기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편으로 경제 성장과 역동성에 도움이 되지만, 경제 위기가 일단 시작되면 동시에 위기를 확산시키고 온갖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입니다.

2007년 경제 위기가 시작됐을 때, 그 위기가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의 위기로 표현된 것은 놀랍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기존 모기지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기존 모기지를 빌리고 갚을 형편이 되지 않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돈을 빌려 줄 방법이 된 것이 바로 서브프라임모기지였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로 돈을 빌려 준 은행들은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부동산 가치가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돈을 못 갚아도 그 집을 차압해 팔면 여전히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 부동산 가격이 정체하고 떨어지기 시작하자 문제가 생겼습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에서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많은 전문가가 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에 한정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요소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먼저, 금융시스템이 서브프라임모기지를 파생상품으로 만들어서 전 세계에 판매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은행들도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의 위기에 영향을 받았던 것입니다.

둘째, 최근 금융 부문이 발달한 것은 실물 경제의 건강을 반영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금융 거품이 꺼지자 숨어 있던 온갖 문제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금융 위기가 금융에 한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금융 위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금융 거품 붕괴는 그동안 체제를 움직여 온 원동력 중 하나를 제거한 것이었습니다. 그 원동력이 사라지지자 다른 문제들도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국가 개입

경제 위기는 단계를 거치며 발전합니다. 우리가 지금 처한 위기의 단계는 몇 가지 불안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대불황이 대공황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고 취한 조처들과 밀접히 연관돼 있습니다.

먼저, 산업 생산 추이를 표시한 그래프를 보면, 위기가 발생한 뒤부터 몇 달 동안 산업생산 동향은 1930년대 대공황과 대단히 비슷했습니다. 특히,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뒤부터 차이가 생겼습니다. 산업생산 하락이 멈추고 약간 늘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일이 발생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국가 개입입니다. 국가가 많은 곳에서 경제 활동의 중심이 됐습니다. 구제금융 투입, 국유화, 경기부양책 등이 전시를 제외하고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진행됐습니다. 1930년대 초 뉴딜을 제외하곤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수준이었습니다. 국가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던 것입니다.

그 결과 G20으로 표현되는 주요 국가들 대부분이 기술적 의미의 불황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들은 천천히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대단히 미약한 성장이었습니다.

경제 위기의 현 단계에서 또 다른 문제는 금융시스템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스 은행 부채 문제가 다른 유럽의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불안정 때문에 국가들은 지금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그들은 국가 지출과 경기 부양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돈을 계속 빌릴 것인가, 아니면 부채 수준을 관리하고 되갚기 시작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쪽을 선택하든 큰 문제가 발생한 거란 점입니다.

만약 국가가 계속 지출 수준을 유지하면 시장이 투기 활동을 벌이며 공격할 것입니다. 반면에 지출을 줄이면 그동안 경제를 움직였던 연료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지금 민간 부문이 정부의 수요를 대신할 가능성이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경제 위기는 불균등하지만 서로 결합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유럽에서도 위기의 정도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2008년 독일은 세계 1위 수출국이었고 영국은 순수입국이었습니다. 한쪽은 저축 수준이 높았고 다른 쪽은 부채 수준이 높았습니다.

또, 경제 위기 대응은 나라별로 다르게 진행됐습니다. 정부들은 주로 자국 자본을 도왔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돼 상황은 대단히 불균등하고 나라마다 위기의 발전 속도가 다릅니다. 예컨대, 영국의 위기 정도는 아직 그리스만큼 심각하지 않습니다. 몇 년 뒤 영국이 그리스처럼 될지도 알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런 불균등성과 함께 결합된 측면을 봐야 합니다.

예컨대, 만약 유럽 경제의 불황이 심각해지면, 그것은 수출의존적인 독일 자본주의에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또, 유럽의 은행들이 서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나라 은행이 도산하면 연쇄 도산을 부를 수 있습니다. 유럽은 유로화로도 서로 연결돼 있죠.

물론, 어떤 이는 중국 같은 나라의 고도성장이 세계경제를 안정시키는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이 더 많이 소비하고 다른 나라가 수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중국 경제는 그런 구실을 하기에는 아직 작습니다. 또, 국내총생산 중 3분의 1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계경제가 불확실하고 나라별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지배자들의 이견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예컨대, G20에서 미국과 영국은 경기부양 정책의 지속을 놓고 서로 다른 주장을 했습니다. 영국 보수당 정부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긴축 정책을 발표한 반면, 미국 재무장관 티모시 가이트너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개서한을 보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부양 정책 지속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 것은 앞서 봤던 구조적 문제들 때문에 지배자들이 함께 위기에서 탈출할 뾰족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갈등과 혼란은 기층 투쟁을 좀더 고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사회주의자들은 바로 그런 기회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