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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마르크스주의와 진화론, 다함께 공부합시다

칼 마르크스, 찰스 다윈 두 역사적 혁명가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수염이 많다. 맞다.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지. 그러나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혁명가들이다. 혁명이란 사회와 개인의 생활에 혁명 전에 논의됐던 문제들이 혁명 후에는 시들해져서 더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면에서 두 사람은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에서 혁명을 일으켰다고 평가받는다. 필자는 두 사람이 다른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는 고전파 부르주아 경제학자이자 경제학의 기초를 세운 위대한 사상가이다. 그가 쓴 국부론은 그 집합체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분석한 《자본(론)》은 《국부론》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인용했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는 기존 경제학이 가진 문제점과 특성을 분석하고 비판했다. 그리고 하나의 ‘주의(-ism)’가 됐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지, 인간의 기원에 대한 많은 설명이 있어 왔다. 수천 년간 가장 성공적인 이론은 창조론이었다. 창조론은 결코 중세의 산물이 아니었다. 창조론은 17,18세기 주류 과학자들의 논리였다. 당시 명성이 가장 높은 박물학자, 해부학자들의 논리였다.

동시에 진화론도 있었다. 그러나 화석 증거를 비롯해 당시에 밝혀낸 과학적 증거들은 창조론에 훨씬 더 잘 들어맞았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설이 수천 년간 주이론이었던 것을 상상하시라.

이때 다윈이 등장했다. 다윈은 기존의 창조론과 진화론을 모두 비판했다. 그가 확신하고 고민 끝에 생각해 낸 것은 ‘자연 선택’이었다. 이 용어가 담고 있는 의미는 매우 크지만, 간략히 말하면, 자연스러운 선택이 자연의 원리라는 것이다. 선택이 과연 자연스러울 수 있는 것일까. 어떤 결정론적인 시각이 개입돼야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닐까. 목적과 원인이 있어야 선택하는 것은 아닐까.

진화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적자생존? 자연도태? 왜 우리는 진화론의 핵심으로서 적자생존, 자연도태를 자연선택보다 더 친밀하게 느끼고 있었을까. 자연선택이 잘 와 닿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800년대 유럽의 부르주아지들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자연의 원리를 적자생존, 자연도태, 즉, 경쟁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자기들 논리에 맞게 임의로 각색한 셈이다. 만약 경쟁이 자연의 원리이고 진화론의 핵심이라면, 왜 이렇게 널리 쉽게 이해가 되는 원리가 그동안 창조론에 밀렸을까 참으로 의문이다.

자본주의가 이상 증세를 드러내고, 많은 노동자들이 여러 곳에서 어렵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현장에서 행동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고, 어떤 사람은 여러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장을 한다. 필자는 여기에 하나 더 해결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 방법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공부하는 것이다.

자본이 무서운 점은 지식조차 사 버린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식노동자가 포함된다. 지식노동자는 지식을 원천으로 노동하는 사람들인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계를 자본계급이 보장해주면 지식노동자는 자본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지식노동자들이 학력이 높고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일반 노동자들이 액면 그대로 그들의 주장을 믿고 따르게 됐을 때 잘못될 수 있다. 지식은 결코 권력이 돼서는 안 된다. 그래서 노동자들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감히 주장한다. 노동자들은 노동에 시간과 힘을 뺏기기 때문에 무슨 공부냐, 공부를 할 줄 몰라서 못하는 줄 아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부는 결코 책을 읽고 시험 보는 것만이 아니다. 공부는 다른 사람과 지식체계를 공유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이해할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이 특정 부분을 공부하고 알려주고, 모르면 그 부분의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이다. 연대는 이런 식으로 점점 넓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노동자가 자본계급의 엘리트에 맞먹는 지식수준을 갖는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1859년 출간 당시 엄청난 인기 속에 판매됐다고 한다. 식자라면, 다윈의 생각에 공감하기도 하며 비판을 혹은 비난을 가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당시 대중(부르주아)은 자연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쟁의 논리로서 받아들였다.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1백50년 전의 전철을 안 밟으면 좋겠다.

대중이 엘리트가 된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말이지만, 업그레이드는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이 방법이 자본주의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자료: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김수행),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김수행), 《종의 기원 리라이팅 클래식》(박성관), 《맑스주의 역사 강의》(한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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