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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대책위 김지태 대표의 모두진술 전문:
우리는 무죄다. 벌금형을 철회하라

이 글은 오늘 김지태 대표가 재판장의 제지와 퇴정 명령 때문에 다 발표하지 못한 모두진술의 전문이다.

 

저와 이 자리에 함께 있는 다섯 명은 지난 5월 7일 진보적인 신문 〈레프트21〉을 거리에서 판매하다 경찰에게 강제 연행됐고 미신고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6인 대책위원회 김지태 대표.

〈레프트 21〉은 수많은 진보 인사들과 단체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 2009년 3월에 창간된 좌파 언론입니다. 창간된 이래로 1년 반 넘게 우리 〈레프트21〉 지지자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울의 주요 거리에서 매주 〈레프트21〉을 시민들에게 판매해 왔습니다.

그런데 5월 7일 갑자기 경찰은 〈레프트 21〉을 판매하던 우리 여섯 명이 집회를 했다며 불법으로 강제 연행해 유치장에서 꼬박 47시간을 불법 구금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비롯한 여섯 명은 부상을 입었고 조익진 씨는 안경까지 부러졌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이자, 심각한 인권 탄압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런 사실을 무시하고 우리를 기소했습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법원은 이와 같은 경찰의 불법 행위와 인권 탄압을 바로잡기는커녕 우리에게 자그마치 8백만 원에 이르는 벌금형을 내렸습니다.

이는 명백히 부당한 판결입니다.

우선 검찰의 공소사실에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겠습니다. 검찰은 우리가 한 신문 판매라는 사실을 날조했습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우리가 “신문 형식의 유인물”을 사람들에게 “건네 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레프트21〉은 엄연히 2009년 1월에 정기간행물로 등록하고 3월에 창간한 유료 신문입니다.

심지어 경찰이 증거로 제출한 압수 물품 중에는 분명히 ‘〈레프트21〉을 판매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현수막도 있습니다.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검찰의 본분임에도, 검찰은 이 같은 사실관계와 증거를 무시하고 명백한 허위사실을 기재한 것입니다.

또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입니다.

〈레프트21〉은 기성 언론과 달리 진보적 시각에서 사회를 분석하는 신문입니다. 그래서 〈레프트21〉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고자 기업 광고와 정부 후원을 받지 않습니다. 오직 독자의 구독료와 후원금으로만 신문을 발행합니다.

〈레프트21〉은 그런 독자들을 찾아 가기 위해 노력하고, 독자들과 대화를 하려고 합니다.

이 같은〈레프트21〉만의 특징 때문에 기성 언론과 〈레프트21〉은 판매 방식이 다릅니다.

기성 언론은 막강한 재력으로 지국, 가판대, 편의점 등을 이용해 대량으로 신문을 판매합니다. 반면, 〈레프트21〉은 저와 같은 신문 지지자들이 직접 독자들과 얼굴을 맞대며 판매합니다.

〈레프트21〉의 이런 특징은 거리 판매에서도 나타납니다. 검찰이 집회를 했다고 문제 삼은 팻말과 몸자보, 구호 등은 〈레프트21〉의 기사와 주장을 소개하고 판매하기 위한 방식입니다.

만약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집시법으로 걸리지 않을 표현 행위는 없을 것입니다. 왜 거리에서 하는 대기업의 맥주나 핸드폰 광고는 집회라고 하지 않습니까? 노골적인 우파적 주장을 거리에서 연일 쏟아내는 〈조선일보〉의 뉴스 전광판도 시위물품입니까?

〈레프트21〉만의 고유한 판매 방식을 문제 삼아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서 배제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에도 맞지 않습니다.

검찰의 기소는 사실 조작과 반민주적 발상으로 가득차 있다.

검찰과 검찰의 논리를 받아들여 판결한 법원은 이중잣대를 들이댄 것입니다.

우리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이 정부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억지 수사를 했고 반민주적 판결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연행당한 과정 자체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억지

경찰은 우리의 판매 행위를 방해하면서 “한국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사상 검증을 해야 한다”며 명백히 우리의 주장을 문제 삼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시민들이 모여 항의를 하자 경찰은 우리를 놓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조용한 골목에 들어서자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쫓아와 우리를 1시간 반이나 구금했습니다. 경찰은 처음에는 “윗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더니 나중에는 “선거법 위반 사실을 조사해야 한다”면서 있지도 않은 유인물을 찾기 위해 우리 짐을 무단으로 압수하고 수색했습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증거가 나오지 않자 느닷없이 “야간 집시법 위반”이라며 우리를 강제 연행한 것입니다. 경찰이 가둬 놓고 갑자기 집회를 했다고 연행하다니, 이 같은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경찰은 억지를 부려서라도 정부 비판 목소리를 억압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검찰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우리가 거리에서 주장한 내용을 상세히 말합니다. “안보위기는 사기다. 군비가 아니라 복지를 늘려라”, “IMF 긴축에 맞선 그리스 반란, 한국에서도 저항이 필요하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 정책을 비판하면서 노동자 서민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한 것이 문제입니까? 1987년 대항쟁은 헌법에서 군사독재정부가 만들어 놓았던 온갖 독소 조항을 없애고 조건 없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명시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주장 내용만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검찰은 우리 주장 내용 그 자체를 법리적으로 문제 삼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비판적 목소리를 탄압하려 했기에, 〈레프트21〉을 판매했다는 사실을 날조하면서까지 미신고 집회로 우리를 처벌하려 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명백한 정치적 탄압입니다.

우리가 연행당한 5월 초는 이명박 정부가 선거법을 앞세워 진보적 주장을 억압하던 때였습니다. 정권의 위기를 반민주적 탄압으로 극복하려 한 것입니다.

검찰은 이와 같은 정권의 필요에 따라 수사를 했고, 이에 근거해 법원은 정권의 필요에 맞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죄입니다. 오히려 우리를 강제로 불법 연행한 경찰이야말로 진짜 처벌 대상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근원에 있는 이명박 정부야말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대상입니다.

이번 판결이 너무나도 명백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 탄압이자 정치적 탄압이기에 이 사회의 양식있는 사람들의 지지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법원에 보내는 항의 서한에 1백 명이 넘는 각계 인사들이 서명했습니다.

독자들과 소통하려는 판매 방식이 죄인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강기갑 의원,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조승수 의원,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 천정배 의원 등 많은 정치인들이 서명했습니다. 또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한겨레신문 홍세화 기획위원과 같은 언론인,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등 노동계 인사들도 서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환경연합, 종교단체 등 한국 사회 저명한 단체의 다양한 인사들이 항의서한에 서명했습니다.

이 재판에 앞서 열린 법원 앞 집회도 민주노동당, 참여연대, 민언련, 인권연대, 민주노총 등 많은 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를 했습니다. 또한 이 자리에는 최근 천안함 관련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는 이유로 탄압 받은 촛불 네티즌 활동가들과 비정규직 투쟁을 하고 있는 동희오토 노동자 등 투쟁하는 동지들이 와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광범한 지지야말로 바로 우리의 무죄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번 재판에서도 우리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우리는 더 큰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모아 더 강력한 항의를 할 것입니다. 무죄가 선고될 때까지 우리는 물러서지 않고 굽힘 없이 계속 투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