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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미국 워싱턴 집회:
노동조합들이 ‘티 파티’에 대항하다

10월 2일 토요일 미국 워싱턴 DC에 10만을 훌쩍 넘는 사람들이 “일자리, 정의, 교육”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AFL-CIO(미국 산별노조총연맹)와 민권운동 단체인 NAACP(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가 주최한 이 집회는 “우리는 모두 동포, 다 함께 일하자”를 기치로 내걸었다. 기업 후원을 받고 인종 차별적이며 반이민적인 티 파티에 대항하기 위해 열린 집회였다.

20만 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는 미국 운동의 잠재력을 보여 줬다.

집회에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고 대부분 노동자들이었다. 다양한 인종을 대표하는 노조원들과 수백 개에 달하는 민족 공동체, 환경 단체, 평화 단체 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크라이슬러의 디트로이드 공장에서 용접 일을 하는 트리샤는 대형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 소속이다. 트리샤는 “나는 오하이오 공장에서 일했는데 그곳이 문닫으면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디트로이트에서 일자리를 구했는데 이제 그곳에서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중이다” 하고 말했다. 트리샤는 “나는 여기 참여해 매우 기쁘다. 내 생애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 것은 처음 본다” 하고 시위 소감을 말했다.

집회 주최측 추산으로 17만 5천 명에서 20만 명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우익 라디오 쇼 진행자인 글렌 벡이 8월에 개최한 티 파티 집회 참가자 8만 구천 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집회에 참가한 것에 고무됐다.

민주당에 투표하라는 속내를 내비치다

그와 동시에, 이 집회의 풍부한 잠재력은 11월 2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노골적으로 바라는 주최측 때문에 억제됐다.

AFL-CIO 위원장 리처드 트럼카는 “좋은 직장, 정의, 교육을 요구하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오늘만이 아니라 선거일에도 내겠다고 약속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촉구했다.

불같은 성격이 여전한 알 샤프턴 목사의 주장은 큰 환호를 받았다. “은행들을 구제해 줬고, 보험사들을 구제해 줬습니다. 이제는 국민을 구제할 때입니다.” 참가자들이 열광하자 샤프턴은 11월 2일 “중간고사”를 대비해 대대적으로 가가호호 방문을 하자고 호소했다.

이런 주장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은행과 자동차 회사를 구제한 반면 집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돕는 데는 인색한 사실을 무시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걱정거리는 2년 전 오바마에게 투표했던 많은 사람들이 우파 지지로 돌아섰다기보다는 오히려 실망하고 있고, 그 실망이 이 집회의 리더들이 연설에서 밝힌 “열정의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현상 유지 옹호로는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집회 리더들은 열정을 되살리기 위해 경제 상황에 분노하는 대중 정서를 이용해야 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들은 너무 기대치를 높여 행동이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했다.

집회 전 이틀 동안 국제항만노조의 연대 활동으로 뉴욕과 뉴저지 항이 봉쇄됐다. 그러나 국제항만노조는 집회에서 그 투쟁을 보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같은 날 프랑스에서 벌어진 대중 시위를 언급한 연사도 없었다.

반전 대열

평화 운동은 이번 집회를 준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평화 운동은 반전 연사를 초청하고, 집회에서 제출할 광범한 요구 사항들 중에 반전 요구도 포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몇 달에 걸쳐 협의했음에도 집회 주최측은 놀랍게도 전쟁에 대한 모든 비판을 틀어막았다.

오바마는 여전히 이라크 파병과 아프가니스탄 증파를 고수하고 있지만, 노조 지도부는 그런 문제로 오바마를 비판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대다수 미국인들은 이 전쟁들에 반대하고 있다.

주최측의 협조를 받진 못했지만, 반전 활동가 수천 명은 집회 전에 미리 모여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해서 본 집회에 합류했다. 반전 대열은 환대를 받았다. 반전 대열은 “전쟁이 아니라 일자리에 투자하라” 같은 메시지가 적힌 팻말 수만 장을 나눠 줌으로써 집회에 반전 요구를 아래로부터 포함시키는 데 성공했다.

연예인들이 정치적 발언을 하다

그날 연단에서 가장 예리한 정치적 주장을 편 사람들은 노조 지도자나 정치인이 아니라 몇몇 연예인들이었다.

드라마 〈와이어〉와 〈트레메〉에 출연한 웬델 피어스는 링컨기념관 계단에서 “사람들은 킹 목사를 ‘나는 꿈꿉니다’라는 연설로 기억하지만, 마틴 루터 킹은 모든 미국인이 경제적 정의를 누려야 한다는 또 다른 꿈에 주의를 돌렸습니다” 하고 연설했다. 피어스는 킹 목사의 1967년 연설을 인용했다. “언젠가는 다음과 같이 물어야 합니다. 왜 미국에 4천만 명이 넘는 빈곤층이 존재하는가? 그런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는 것은, 경제 시스템에 의문을 가진다는 것이고, 사회적인 부의 분배 문제에 의문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 그런 의문들을 풀어가면서 당신은 인종차별 문제, 착취 문제, 전쟁 문제가 모두 연결돼 있음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가수이자 배우이고 경험 많은 활동가이기도 한 해리 벨라퐁트도 베트남 전쟁에 반대한 킹 목사의 집회를 상기시켰다. 벨라퐁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악화시킬 오바마의 결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런 결정이 “부도덕하고, 파렴치하며,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벨라퐁트는 220억 달러가 그런 확전을 위해 쓰인다며 “그 돈이면 미국에 6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수십 억 달러 정도만 쥐어 줘도 우리의 학교·도로·병원·주택 들을 다시 지을 수 있을 겁니다” 하고 말했다.

열정을 돋우다

에바와 루비는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플로리다에서 18시간을 차로 달려왔다. 에바는 “우리는 오바마를 좋아하지만 그는 꾸물거리고 있습니다. 오바마는 당장 군대를 철수해야 하고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을 중단해야 합니다. 정부는 이런 일들을 경제 발전을 위해 하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나는 그 경제 발전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기업을 위해서입니까, 보통 사람들을 위해서입니까?” 하고 말했다. 루비는 집회에서 희망을 품게 됐다며, “오늘 같은 날들이 있기에 우리는 변화를 위해 계속 싸워 나갈 열정을 품게 됩니다” 하고 말했다.

번역 정종수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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