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맞짱 토론회’:
정부 측 논리의 군색함과 위선이 드러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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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G20 서울정상회의 주요 의제 쟁점 토론회’가 열렸다. ‘G20대응 민중행동’(이하 민중행동)이 주최한 민중행동-정부 간의 ‘맞짱 토론회’였다.
쟁점 토론회에서 정부 측 입장을 개진한 G20 서울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들은 제기된 물음들에 무능한 답변과 회피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위선적인 주장들도 숱했다.
G20의 구실
G20의 주요 합의 사항과 이명박 정부의 합의 사항 이행 평가 부분을 발표한 이창근 민중행동 사무국장(민주노총 정책국장)은 “G20은 은행세와 금융거래세 등은 기본적인 조치조차 합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기를 발생시킨 대형 금융기관의 투기자본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한 채 오히려 노동자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자금이 금융기관을 살리는 데 사용되었다.
“지난 회의 때 G20은 각국의 재정적자 축소에 합의했는데 이는 복지 축소로 이어졌고 결국 위기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킨 격이다.”
이 국장은 “G20 정상회의가 신자유주의를 강화시키는 IMF를 복권시켰다”고 주장했다.
최희남 정상회의 준비위 의제총괄 국장은 서울 정상회의의 의제들을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았지만, 청중 질문을 회피하거나 표피적인 통계 수치만을 내놓기 바빴다.
필자는 “G20이 평범한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고통스런 기억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IMF를 복권시킨 결과 2008년 이후 IMF 구제금융을 받은 동유럽 경제가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 국장은 IMF가 동유럽에 미친 결과는 회피한 채 “그래도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9년 -0.4퍼센트에서 2010년 4퍼센트로 올라가지 않았냐”고 동문서답했다.
최 국장은 사회복지 지출 확대를 부정적으로 논의한 G20 인천 재무차관 회의에 대해서도 “그저 실무적인 회의일 뿐”이라고 빠져나갔다.
금융 규제
장화식 금융규제강화와 투기자본과세를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이야말로 금융의 속도와 양 규제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에 대한 국제적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장화식 공동집행위원장은 은행 구제에 쓰일 돈을 은행들한테서 미리 걷는 은행세와 이미 몇몇 유럽 정부들이 압력에 밀려 시행하고 있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강조했다.
정부 측 발표자인 김홍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금융개혁국장은 표 몇 개를 제시하면서 “여러 가지 금융 규제안들이 합의되고 또 이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G20 내에서 각종 자본 통제와 은행세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G20 캐나다 정상회의는 더는 은행세를 거론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정부 측 답변이 사실이 아닌 셈이다.
정용건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위원장은 “신한 사태와 태광 사태 등을 볼 때 과연 금융 감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꼬집었다.
빈곤과 개발
‘빈곤과 개발’ 부분에서 정부의 위선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성훈 한국 지구촌빈곤퇴치네트워크 G20 실무분과 의장은 “G20의 개발과 이명박 정부의 개발이 다르다”며 이명박 정부가 경제 성장 위주의 시각으로 개도국 빈곤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훈 의장은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감시와 견제를 잘 받아들여 G20 합의사항을 잘 이행하고 집행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민중행동의 공식 대응 기조가 G20 항의임에 비춰볼 때 이것은 아쉬운 주장이다.
권해룡 G20 정부준비위 무역국제협력국장은 “개도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이 고국으로 송금할 때 드는 비용을 인하하는 등” 구체적인 조처들을 추진하고 있으며 “저개발국의 인프라 확보를 위해서 저개발국가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청중석에서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왔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공적개발원조 부문에서 OECD 개발원조위원회 23개 국가들 중 꼴찌를 한 한국 정부가 개발 이슈를 내세우는 것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하고 반문했다.
우 실장은 개발 원조가 민간 투자와 연계돼 있다고 폭로했다.
“한국 정부의 원조는 32.8퍼센트가 유상원조인데 유상원조는 빚을 주는 것이지 원조가 아니다. 그리고 유상 원조의 절반 이상을 국내 6개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한국이 정말로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선진국이 1달러 원조할 때 개도국이 2.3달러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바뀌어야 하고 당장 부채 탕감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고 정부 측 패널에 질문을 던졌다.
권해룡 국장의 답변은 군색했다. “유상원조 쪽에서는 중소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채 탕감은 앞으로도 논의할 테지만 아프리카에 필요한 것은 개발 방법이다”, “그래도 경제 성장을 이루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식이었다. 심지어 객관적 통계와 사실을 근거로 던진 질문에 대해 “지나친 음모론”이라고까지 했다.
이창용 G20 정상회의 정부준비위 기획단장이 일종의 총괄적 평가 발언을 했다. “G20이 과거 G7보다 나아진 게 있기 때문에 애정을 가지고 봐 달라”, “우리가 중심이 되어 IMF더러 뭘 고치라고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필자도 총괄 질의 시간에 정부 주장에 반론을 폈다.
“이명박 정부의 개발 이슈는 개도국에 대한 수탈 방식을 개발하는 것”이고 “G20을 빌미로 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야만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이주노동자들의 송금 제도 완화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모순”이며 “IMF 개혁 의제가 마치 G20의 개혁성을 보여 주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하지만 설사 미국의 지분을 낮추고 미국의 거부권이 행사되지 못하고 대출제도가 개선된다 해도 IMF가 돈을 빌려 주면서 각 나라에 제시하는 재정 운용 방향은 여전하다. 돈을 미리 빌려주는 제도는 독이 든 예방주사를 놓으려는 돌팔이 의사의 처방과 같다.”
사회자가 마무리 발언을 마칠 무렵 정부 준비위 측 발표자가 갑자기 ‘테러 위험’과 ‘정부 행사 협조’ 운운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청중석에서 ‘집회와 행진의 자유나 보장하십시오’ 하는 항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회자가 정부 준비위 측 발표자의 불쾌한 발언을 제지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 이 글은 개인 자격으로 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