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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좌파적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지구물리과학 학술대회

나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지구물리과학 연합 (이하 AGU)의 정기학술대회에 다녀왔다. 미국과 캐나다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에서 온 대기과학, 지질학, 해양학, 천문학 과학자들과 과학 교사들이 참가하는 AGU는, 등록인원이 1만 8천 명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구물리학회다.

세부 전공을 뛰어넘어 지구를 연구하는 모든 분야의 과학자들이 참가하기 때문인지, 언제나 AGU에서는 과학적 연구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회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를 놓고 논의가 활발하다.

올해의 AGU는 기후변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논의가 주를 이뤘다. 해마다 이러한 논의는 많았지만 코펜하겐 회담의 실패와 많은 과학자들의 기대를 받았던 오바마 정부의 무능을 보면서 더욱 절박해진 느낌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미국 TV 뉴스에서 ‘기후변화는 사실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선동일 뿐’이라는 우파들의 주장이 여과 없이 방송 됐기 때문에 충격이 더 큰 듯했다.

과학사를 연구하는 나오미 오레스키 박사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소수 과학자 집단을 분석한 결과, 그들이 과거 담배의 유해함을 부정했던 과학자들과 인적·물적으로 직접 이어져 있다는 것을 폭로했다.

기후변화

더 나아가서, 그 과학자들이 그러는 것은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 자유시장 이데올로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담배든 기후변화든 정부 규제가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자유시장 신봉자인 이들은 “규제는 곧 사회주의”라는 신념 하에 과학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녀의 폭로는 가장 명쾌하고 또 날카로웠다.

온실가스 감축을 주장하는 환경단체 350.org의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 제임스 한센 박사는 여러 연구를 토대로 지구온난화를 2°C 이내로 막자는 코펜하겐 회담의 내용으로는 재앙을 막을 수 없고, 또 현재 정부들은 필요한 조처들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석탄 사용을 빨리 중단해야 하고, 소비자가 아니라 화석연료 생산자와 수입업자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날에 나는 홍보물을 하나 받았다. 그 홍보물을 낸 BAMN이라는 단체는 오바마 정부가 들어섰지만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 있어서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대중행동을 강조했다. ‘과학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세간의 편견에 도전해야 한다면서,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대중운동은 현재 가장 억압받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나올 수 있으므로 과학자들은 그들과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식있는 과학자들은 실질적인 기후변화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위기의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 안에서 좌파적 견해도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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