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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열린 리비아 연대 시위:
“살인마 카다피, 물러나라!”

2011년 2월 25일, 아랍인 1백여 명과 이들을 지지하는 다함께와 나눔문화 회원들 20여 명은 이태원 이슬람 사원 앞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의 목적은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 리비아인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주한 리비아 대사관에 혁명 지지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시위대열은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이태원 한복판부터 리비아 대사관까지 행진했다.

리비아 민중의 승리를 바라는 집회 참여자들이 이슬람 사원에서 리비아 대사관까지 행진하고 있다.

카다피의 무차별 학살극에 분노한 리비아인들이 이번 집회를 주최했다. 집회 참가자인 리비아인 아흐메드는 “카다피가 리비아의 동포들을 무차별 살해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화가 나 가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집회 신고를 내고 행진을 주도한 모하메드는 “카다피가 자국민을 학살하려고 일당 5천만 원을 주고 용병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분노를 토했다.

"살인마 카다피, 물러나라!" 2월 25일 오후, 한국 리비아 대사관 앞에서 리비아 민중의 승리를 바라는 아랍인과 다함께,나눔문화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리비아인 외에도 많은 아랍인이 참가했다. 이집트 독재자 무바라크 퇴진 요구 시위에 참가했던 이집트인들의 얼굴도 보였다. 한 이라크인은 “후세인 독재 아래 고통받아 리비아들의 심정이 어떨지 잘 알기 때문에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한 수단인 참가자는 “수단은 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기에 남의 나라일 같지 않아” 집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모로코인 토니는 “자국민을 대량 학살한 카다피는 히틀러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나중에 ‘진귀한’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리비아 대사관 근처에서 집회를 벌이던 중에 우익 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회원들이 카다피 규탄 기자회견을 한다며 나타난 것이었다. 이들은 리비아 학살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 말했지만 막상 기자회견의 내용은 대단히 문제가 많았다.

예컨대, 그들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발이 묶여 리비아에 군대를 보낼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민주주의’ 나라가 대신 군대를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인도주의적 개입’이란 이름으로 미국과 서방 제국주의가 1990년대부터 벌인 학살 전쟁을 리비아에서 재연하자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그럼, 이른바 ‘민주주의 진영’에 속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할 일에 관해 이들은 뭐라고 말했을까? “특전사 출신들을 모아 파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리비아인 참가자들에게 이런 내용을 통역해 말해 주자, 이때까지 북한민주화네트워크 회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서 있던 리비아인과 다른 아랍인 참가자들은 크게 분노했다. 그리고 우익 단체들의 발언을 가로막고 그들이 들고 있던 플래카드를 걷어 버렸다.

카다피의 학살에 분노한 아랍인들이 카다피 퇴진을 요구하는 사진팻말의 카다피 얼굴을 짓밟고 있다.

당황해서 쩔쩔매는 우익 단체 인사들에게 다함께 회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해라. 예전에 전투기 폭격으로 리비아인을 학살했던 게 바로 미국”이라고 항의했다.

한 리비아인 참가자는 확성기를 들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또 다른 침략 전쟁을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리비아의 문제는 리비아 민중이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연대를 환영하지만 군대를 환영하지는 않는다.”

모하메드는 “상황이 유동적이고 한국에 거주하는 리비아인들 중 상당수는 동포들을 돕기 위해 리비아로 돌아가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또 한 번 집회를 열 것”이라고 투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