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미화 노동자 투쟁:
“조합원들은 전면 파업과 점거 농성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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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고려대 병원)·연세대·이화여대 등 세 대학 미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부분 파업을 결합한 태업, 집회, 홍보전 등을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의 연대도 지속되고 있다.
3월 15일 세 대학 총학생회 등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4만3천여 명의 지지서명 결과를 발표하고 연대 투쟁을 결의했다.
이화여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6대 투쟁 요구안’에 미화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포함시켰고, 연세대 총학생회 등은 3월 17일에 파업 연대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3월 16일 고려대에서 열린 세 대학 미화 노동자들의 연대 집회도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이 집회는 다함께 고려대 모임의 제안으로 성사됐는데, 노동자·학생의 단결 투쟁을 결의하는 장이었다. 집회에 모인 노동자·학생 들은 “임금은 올리고 등록금은 내려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집회에는 교직원 노조, 민주동문회, 고려대병원 노조 등도 참가해 지지 발언을 하며 연대를 보여 줬다.
이런 연대 속에서 노동자들은 “끝까지 싸워 보자”며 투지를 다지고 있다. 사회적 지지도 여전히 크다.
그러나 세 대학 당국은 쉽게 물러서지 않고 더 강경한 자세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대학 당국과 용역업체 들은 한 목소리로 ‘시급 4천4백50원이 마지노선’이라고 밝혔고, 이로써 집단 교섭은 결렬됐다. 불과 1주일 전에 시급 4천6백 원을 제안했던 일부 용역업체들(이대·연대)마저 태도를 바꿔 ‘개별 교섭은 없다’고 버티고 있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이하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정부의 개입으로 일부 양보 의사를 밝혔던 대학 당국들도 강경 자세로 돌변했다’ 하고 말했다.
실제로 세 대학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은 4월경부터 열리는 ‘2012년 최저임금 협상’의 중요한 고리가 됐다. 정부와 재계는 미화 노동자들의 투쟁이 낳을 파급 효과를 걱정하고 있고, 이 투쟁의 승리가 전체 노동자들의 자신감 확대와 올해 임금 인상 투쟁의 돌파구로 이어지는 상황을 어떻게든 피해 보려 한다.
그래서 이 싸움의 상대는 이미 세 대학 당국을 넘어섰다. 용역업체들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시급 4천4백50원도 최근 경총이 ‘올해 임금 인상률을 3.5퍼센트 범위 내로 제한한다’고 발표한 임금 조정 권고를 법정 최저임금에 반영한 것이다. 용역업체들은 ‘이 이상은 절대 안 된다’고 버티고 있다.
따라서 우리 측도 그에 걸맞게 강력한 파업과 연대 확산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우려스럽게도 지금 공공노조 서경지부 지도부는 애초 선언한 무기한 전면 파업 전술을 유보하고 있다.
서경지부 지도부는 “파업하고 청소 일을 멈추면 학교 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부분 파업과 태업으로 투쟁 수위를 낮췄다. ‘조합원이 장기 파업할 준비가 안 됐다’, ‘조합원들이 파업할 때 생기는 임금 손실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하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선 오히려 “더 강력하게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6일 고려대 집회에 모인 노동자들은 “지금 총장실로 들어가자”, “우리가 이기면 임금 손실액도 다 받을 수 있다”, “태업하니까 더 힘들다” 하고 말했다. 분회장들도 ‘조합원들이 전면 파업과 점거 농성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3월 16일 연대 집회에서 박명석 공공노조 서경지부장은 “고려대 총장이 이번 주 토요일까지 면담에 응하지 않으면, 총장실에서 먹고 자고 하자. 서경(지부)의 특기는 점거다” 하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윤명순 고려대분회 인문대 대표는 조합원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조합원들은 파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 불만이 많아요. 노조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데, 끝까지 싸워 보자는 의견이 나옵니다. 학교가 이미 직원들을 동원해 청소를 하고 있기 때문에 태업은 효과도 없어요. 학교가 이번 주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바로 전면 파업하고 점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서경지부 지도부는 이런 요구를 받아 다음 주 초에 점거 농성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각개격파 전술을 써서 교섭 가능성이 높은 한 곳에 집중하자’는 단서를 달았다. ‘세 대학이 공동으로 파업하고 농성하자’는 몇몇 분회 간부들의 주장은 “지부 간부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파업에서 중요한 것은 노조 간부들의 준비·역량보다 조합원들의 열의와 자신감이다. 열의와 자신감이 있을 때 약속했던 공동 파업을 하지 않고 기회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오기 힘들 수도 있다. 노조 지도부는 투쟁 수위를 조절하고 통제하지 말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투쟁으로 발전시키는 게 옳다.
공공노조 서경지부가 애초 선언한 전면 파업과 박명석 지부장이 제안한 점거 농성을 세 대학에서 공동으로 벌이고, 민주노총·공공노조·사회단체 등 대학 바깥으로 더 넓은 연대를 건설한다면, 대학 당국과 정부를 무릎 꿇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