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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 출범부터 드러나는 본색

열린우리당 - 출범부터 드러나는 본색

열린우리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외부 인사를 영입하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정·관계 등 사회 상층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노무현 지지자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사회 상층부에서만이 아니다. 이오경숙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윤영규 전 전교조 위원장, 임종인 전 민변 부회장 등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다.

지난 8개월 넘게 노무현이 자행해 온 배신 때문에 노무현에 대한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반감이 커졌다. 그래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자신의 당이 한사코 ‘노무현 신당’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원내대표 김근태는 신당은 “노무현 정부를 비판적으로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다. 누구도 이 당이 노무현에게서 독립적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노무현이 파병 결정을 내리자 얼마 안 가 파병을 당론으로 결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

노무현 정부를 “견인하겠다”던 김근태는 도리어 자신의 ‘소신’을 접고 ‘비전투병이 중심이 된 전투병 파병’ 입장으로 돌아섰다.

구태 정치

열린우리당 지도자들은 “개혁 세력의 결집”을 통해 보수파의 저항을 물리치고 개혁을 수행하자고 주장한다. 내년 총선에서 자신들이 승리하지 못하면 “한나라당의 의회 독재”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노무현이 대기업들과 우파의 압력에 거듭 타협해 온 것이야말로 우파를 강화시켰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 “정책 경쟁”을 통해 “심판받겠다”고 한다. 하지만 두 당의 정책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민주당에 있던 자들이 열린우리당으로 대거 넘어간 데다가 새로 영입된 사람들 가운데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관료 출신들이 많다.

예를 들어, 강봉균은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경부 장관을 지내면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입안·실행했다(1998년 공기업 구조조정, 2000년 제일은행 헐값 해외매각 등).

그리고 김대중 정부 때 노동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노동자 파업을 분쇄하는 데 앞장선 김호진도 있다(2000년 대우차 파업, 국민·주택은행 파업 경찰력 투입 따위).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 국방장관을 지낸 강경 우익 천용택도 있다.

부안 핵폐기장을 강행하며 대규모 경찰병력을 투입해 부안 주민들을 탄압한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두관도 열린 우리당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자신들의 당명을 “열린민주당”으로 헷갈릴 만한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에서도 “구태 정치”를 보기란 어렵지 않다. “부패 척결”을 외친 열린우리당은 지금 한나라당과 지난 대선 자금을 놓고 ‘누가 더 부패했나?’ 하며 입씨름을 하고 있다.

그 동안 각종 비리 의혹으로 지탄을 받은 자들(‘굿모닝게이트’의 정대철, 나라종금 로비 사건의 안희정 등)은 벌써 열린우리당에 들어갔다. 얼마 전 썬앤문 비리 연루 의혹으로 국정상황실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광재도 열린우리당에 입당해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믿지 못할

열린우리당은 구 여권 출신자들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 때 서청원 후보 경남본부장을 맡은 전 창원시장 공민배,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이만기, 전두환의 관제야당이던 민한당을 비롯해 민자당, 신한국당에 두루 몸담았던 신상우 등이 그들이다.

열린우리당에 김근태나 임종석, 유시민 같은 자유주의자들도 있다는 사실에서 신선함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자유주의자들 역시 믿지 못할 사람들이다.

임종석은 파병 반대 단식농성을 했으나 그는 파병 당론이 결정되기 전부터 “비전투병 파병은 찬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시민의 신문〉 인터뷰).

자유주의자들의 일관성 결여는 정치적·시민적 권리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임종석은 한총련의 스트라이커 부대 진입 시위를 “실정법 위반”이라고 비판했고 유시민도 한총련을 비판했다.

김근태는 우익의 송두율 마녀사냥에 편승해 송두율 교수가 “검찰 조사에 응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두율 교수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뒤 자유주의 의원들은 누구도 그를 즉시 석방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자유주의자들이 믿을 수 없는 세력이라는 점은 노동자 투쟁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난다. 김근태·임종석·유시민은 모두 시장 개혁을 지지해 왔다.

이런 사람들이 시장 개혁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을 지지할 리 없다. 이들이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의 노동 탄압에 항의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본가 계급과 노동자 계급의 이익을 딴에 조화시키려는 자유주의자들은 파업에 반대한다.

김근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노무현의 화물연대 탄압에 대해 “노대통령의 ‘법과 원칙에 의한 대처’가 옳[았]다”고 밝혔다(《월간중앙》 2003년 10월호).

유시민은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파업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최근 그는 “조흥은행에서 사표 내도 청와대에 갖다주고 철도노조 파업해도 대통령 나오라고 그러고 … 다 대통령이야.” 하고 불만을 나타내며 “대통령에 대해서 관심 좀 끊자”고 주장했다(《인물과 사상》 9월호).

노무현·강금실·김두관 등이 충분히 보여 줬듯이, 자유주의자들은 중요한 노동자 투쟁 앞에서는 우파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열린우리당은 그 당의 정치자금 원천과 사회적 구성, 강령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무엇보다 그 실천에서 기본적으로 부르주아 정당이다. 여기에 중간계급 지식인이나 노동운동 출신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성격이 바뀌지 않는다.

자본주의 질서를 옹호하는 정당에 들어가게 되면 자본주의 체제의 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시기에 일자리, 임금 인상, 복지비 확충 같은 진정한 개혁은 체제의 이윤 논리와 양립할 수 없다. 개혁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으로 집결”할 게 아니라 대중 투쟁을 고무·발전시키는 데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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