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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총회는 무산됐지만, 저항의 잠재력은 존재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신입생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에 맞서 3월에 학생총회를 성사시키고, 일주일 동안 채플 거부 운동을 했다. 투쟁에 밀려 학교 당국은 장학금 인상, 교육환경 개선 등을 약속했지만, 등록금 인상 철회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총투표를 통해 학교 답변을 거부(투표 참가자 중 70퍼센트가 반대)했다.

‘다함께 이화여대 모임’과 동아리 ‘함께 만드는 변화’ 회원들은 중운위(총학생회장단과 단과대 대표자 회의) 성원들이 대체로 투쟁 확대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더 많은 학생들의 투쟁 의사를 모으고 학교에 압력을 가하려면 학생총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1천5백83명의 서명을 받아 2차 학생총회를 발의하는 데 성공했다. 중운위는 ‘동력이 없다’며 총회 소집에 반대했지만 나흘 만에 총회 소집 요건인 2백 명의 서명을 훨씬 뛰어 넘는 서명을 모은 것이다.

총회가 발의되자 향후 행동방식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동아리연합회, 다함께 이화여대 모임, 함께 만드는 변화, 한기연 등은 등록금 인상 철회를 얻어내려면 점거 농성에 돌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한사코 점거에 반대했다.

동력

그러나 점거 농성은 투쟁의 구심과 관심의 초점을 만들어 학생들의 지지·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고, 학교 행정을 부분적으로 마비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점거 농성은 학생들의 가장 효과적인 투쟁 무기가 될 수 있다. 점거 농성에 동의하는 단체들은 총회 안건 발의를 위해 서명 운동을 벌였고, 사흘 만에 8백40명의 서명을 받았다.

한편, 총학생회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문제제기가 필요하다”면서 “대정부 투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당국과의 전투가 치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은 사실상 학내 투쟁을 회피하는 태도였다. 더구나 학내 투쟁 동력이 소진되면 대정부 투쟁도 잘할 수 없다.

아쉽게도 5월 17일 열렸던 2차 학생총회는 정족수 1천6백 명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돈을 쌓아 놓고 등록금을 계속 인상하는 학교 당국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강의실에서 점거 농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면 박수가 터져 나왔고, 많은 학생들이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학교 측의 답변이 나온 이후 보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총투표 이후에도 소극적인 방식만을 고집했다. 학생회들이 총회를 거의 홍보하지 않고 조직하지 않은 것도 총회 성사의 큰 걸림돌이었다. 많은 학생들은 총회 개최를 지지했지만 총학생회를 뛰어넘을 만큼의 자신감이 충만하진 못했던 듯하다.

다함께 이화여대 모임, 함께 만드는 변화, 동아리연합회 등은 비록 작지만 앞장서서 투쟁을 확대하는 구실을 자임했고, 학생들의 충분한 지지도 받았다. 이것은 투쟁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투지가 있는 선진적 학생들을 결집하는 성과를 남겼다.

이제 이후 행동 방식은 ‘전체 학생 대표자 회의’에서 결정하게 됐다. 우리는 여기서 점거 농성을 지지한 8백40명의 투쟁 의지를 대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