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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영화평

서평 《굶주리는 세계》 프랜시스 라페 외 지음 / 허남혁 옮김 / 창작과 비평사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전 세계 8억 4천만 명이 빈민이며, 그 중 6백 만 명의 어린이가 5살이 되기 전 굶주림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그러나, 오늘날 전 세계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루에 3천5백 칼로리를 공급할 수 있을 만큼의 곡물을 생산한다. 이는 거의 모든 사람을 비만으로 만들고도 남을 정도다.

“식량에 관한 열두 가지 신화”라는 부제의 이 책은 이러한 모순된 상황을 풍부한 사례와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비판한다.

1950년대 이래로 식량생산 증가분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5세 이하의 어린이들 중 78퍼센트가 식량이 남아도는 나라에 살고 있다. 또 기근으로 악명높은 에티오피아·수단·소말리아·말리 같은 나라들에는 실제로 경작되고 있는 면적의 몇 배에 달하는 양질의 미경작 농지가 있다. 이 책의 저자들 주장처럼 “식량이 충분치 않다”, “자연탓이다”, “인구가 너무 많다” 등의 말들은 굶주림의 원인이 아니라 그저 ‘신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굶주림의 원인은 무엇인가? 저자들은 단호하게 자본주의 경제 운영 방식을 이야기한다. “자유시장이 굶주림을 끝낼 수 있다”고 하지만, 시장은 개인들의 필요가 아니라 돈에 반응하기 때문에 단지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낳을 뿐이다. 저자들은 시장의 유용성을 믿는 것은 “결국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며 “자원의 통제가 소수의 손에 있고 정치권력이 부유한 사람들의 큰 목소리에 반응하는 한, 시장도 정부도 굶주림을 종식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당연히 “자유무역이 해답”이라는 통념도 ‘신화’일 뿐이다. 1990년대 초까지 칠레는 전 세계 포도 무역량의 90퍼센트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출이 증가하는 동안 1970년에 인구의 20퍼센트이던 빈민이 1990년에는 41퍼센트까지 늘었다. 자유무역이 가져온 ‘경제기적’은 정비례로 늘어나는 굶주림이었다.

이 책의 더욱 큰 장점은 빈민들의 저항을 소개하며, 빈민들이 그저 ‘수동적 희생자’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초국적 기업들의 경제 지배에 저항한 인도, 멕시코, 아프리카 등지의 사례는 ‘억압받는 이들에게 희망이 없다’는 또 다른 부정적인 ‘신화’를 깨뜨린다.

사회 운동이 “베트남에서 전쟁을 종식시키는 데 기여”한 것처럼 “우리가 에너지와 노력을 보태준다면 사회 운동 또한 굶주림을 종식시킬 수 있다.”

시장이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기 바란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빈곤을 없애기 위해 “활동가가 될” 것을 권한다.

류민희


서평 《살람 팍스의 평화를 위한 블로그》 살람 팍스 지음 / 김성균 옮김 / 한숲

이 책은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스물아홉 살의 이라크 청년이 인터넷에 쓴 글들을 모은 책이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이라크 사람들의 심정과 상황을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기는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2002년 9월부터 전쟁 발발 후 2003년 6월까지다(참고로 블로그는 웹(Web)과 로그(Log)를 합성한 신조어로 개인이 기록하는 인터넷 일지를 뜻하며, 살람 팍스는 평화를 뜻하는 아랍어와 라틴어 합성어로 저자의 필명이다).

살람의 글은 현대판 ‘안네의 일기’라 불리며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왜곡된 언론과 차단된 정보 속에서 그의 블로그는 진실을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전쟁이 터진 2003년 3월 20일 전까지의 글에서는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이라크 사람들의 절망적인 심정과 미국과 서방 언론에 대한 분노가 잘 드러난다. 살람은 이라크 사람들에게는 죽느냐 다치느냐 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살람은 글 곳곳에서 후세인 독재 정권에 매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전쟁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미국은 이라크의 인권 상황을 “30년 동안이나 보고도 못 본 체” 했으며, “계속된 제재조치가 단지 국민만 허약하게 만들 뿐 정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준에 따르면, 이란과 이라크의 무기는 대량살상무기이고, 이스라엘의 무기는 “대량 사랑과 화해를 위한 무기”다.

전쟁이 시작된 3월 20일 이후에는 씩씩했던 살람의 글에서 두려움이 더욱더 묻어났다.

“너무나 절망적인 분위기입니다. 나는 이런 음산한 바그다드의 거리를 본 적이 없습니다(3월 20일).” “두 시간 전에 우리는 우르릉대며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소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가공스런 것이었습니다. ‘두렵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신경을 팽창시키고 극도의 분노를 낳습니다(4월 2일).”

전쟁 후 살람 팍스는 CIVIC라는 단체에서 활동한다. 그는 이라크 곳곳을 다니면서 민간인들의 피해 상황을 조사하며 전쟁의 피해를 직접 목격하게 된다. 5월 9일까지 바그다드에서만 5천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나시리야에서는 마실 물조차 없어서 사람들이 강물을 그대로 마시기도 했다. 그리고 연합군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수색하고 총을 쏘고 구금했다. 그야말로 “무법지대나 다름없었다.”

살람은 이렇게 말한다. “폭격이 끊일 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미영 연합군은 이른바 이런 개인의 ‘가슴과 마음을 얻기’ 위한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이라크 민중의 마음을 얻지 못한 미국은 지금 커다란 저항에 부딪히고 있으며 점점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부르주아 언론이 테러와 약탈이라는 이미지로 왜곡시킨 이라크가 아니라, 진실한 이라크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수진


서평 《마더 존스》 마더 존스, 엘리엇 고온 지음 / 이건일 옮김 / 녹두

이 책은 1890년대~1920년대에 미국에서 탁월한 노조 조직가이자, 선동가로 열정적인 활동을 벌인 마더 존스의 전기다.

당시 미국은 철도와 석탄 등의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서 노동자에게는 장시간 노동, 아동노동, 끔찍하리 만치의 저임금을 강요하던 시기였다.

마더 존스는 노동자들의 신음과 회사에 대한 분노가 있는 곳이라면,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는 노동자가 있는 곳이라면 ‘못 오를 정도의 높은 산도, 못 갈 만큼 험한 길’도 넘어 석탄, 철강, 철도, 섬유 등 노동자들의 파업에 함께 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누구라도 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마더 존스의 갖가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조직력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또 마더 존스는 노동조합 지도부가 투쟁보다 노동조합의 조직 형식에 안주하려 할 때면 대중 투쟁이 노동자의 더 나은 미래를 열어 갈 수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자본가들은 남부와 북부를, 미국 본토인과 외국인들로 갈라서 여러분의 대오를 이간시켜 정복하려 합니다. 여러분 모두는 공동의 명분을 위해 사용자와 싸우는 광산노동자들입니다. 자본가들의 칼끝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목을 조이고 있습니다.

가난, 고통, 그리고 여러분 자녀들의 미래가 여러분에게 더 강력하게 연대하라고 합니다… 만약 내가 미국에 있는 모든 노동자 자녀들의 발에서 쇠고랑이 벗겨진 것을 볼 수 있을 때까지 살아있다면, 그런데 아프리카 흑인 아이 한 명의 발에서 쇠고랑이 아직 벗겨지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그 곳으로 가서 또 싸울 것입니다.”

감옥도 죽음도 그녀를 침묵시키지 못 한 것처럼 노동자 계급의 연대와 투쟁을 두려워하는 적들에게 마더 존스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었다.

제1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을 지지하고, 여성성과 남성성에 관한 전통적인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이견이 있겠지만, 마더 존스의 쉼 없는 열정에 독자는 고무를 받을 것이다.

마더 존스의 전기는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에게 ‘밤 길을 밝히는 불’ 이 되어 줄 것이다.

이 책은 20세기 초 미국의 진보 정당과 노동 운동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저서다.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고 산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라” - 마더 존스

김기선


영화평 - 프리다

영화 〈프리다〉는, 멕시코의 화가이자 사회주의자인 프리다 칼로의 삶을 소개한다. 프리다는 놀라운 열정의 화가였으며, 역시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47세의 이른 나이에 리베라의 간호를 받으며 죽었다. 영화는 프리다가 짧은 생애 동안 예술적·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삶을 살았음을 보여 준다.

러시아에서 망명 온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와 그의 아내를 칼로와 리베라가 집으로 받아들여 함께 생활한 것은 영화에서 짧게 스쳐 지나간다. 트로츠키는 올바른 역사의 편에 섰던 용감하고 지적인 사회주의자로 묘사된다. 파시즘과 스탈린주의에 반대한 그의 정치도 호의적으로 그려진다.

영화에서는 리베라가 백만장자 록펠러한테서 벽화 제작을 의뢰받고 미국에서 보낸 시기의 프리다의 삶이 집중 조명된다. 그녀는 멕시코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 그리고 리베라에게 호사를 좇고 벽화 주문이나 따내려는 태도에서 벗어나라고 경고한다.

벽화에 레닌의 초상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록펠러가 리베라의 벽화를 없애버리려고 하자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개 옆에 누우려면 벼룩을 잡는 수고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사회주의자이자 화가로서 칼로가 보여 준 단호한 신념이 영화 전편에서 넘쳐난다.

그러나 칼로가 살았던 시기의 역사와 정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영화의 정치적 맥락이 어려울 수도 있다.

칼로를 연기한 샐마 헤이엑과 리베라 역을 소화한 알프레드 몰리나의 뛰어난 연기가 영화 보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이 영화를 보면 프리다 칼로의 정치와 예술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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