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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은노조 대의원대회(1/30)를 다녀와서

1월 30일 국민은행 노조 대의원회가 일산 연수원에서 열렸다. 556명의 대의원 가운데 438명이 참여했다. 이렇게 많은 대의원들이 참여하기는 이 번이 처음이었다.

한 대의원에 따르면 "현장 조합원들은 이 대의원대회에 대해 무척 기대를 하고 있었다." 6월말까지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은행과 정부측에 쐐기를 박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대의원은 대의원대회 며칠 전에 세 가지 안건 상정을 요청했다. 그 가운데 비대위 추가 구성에 관한 내용이 핵심이었다. 대다수 대의원들의 관심도 비대위 관련 안건에 집중됐다.

노조 집행부는 비대위 관련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한 대의원은 집행부를 이렇게 반박했다. "4월말 주주 총회가 있는데 그 전에 막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그런데 집행부는 파업을 하자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다른 조합원들을 비대위에 추가시켜야 한다."

또 다른 대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위원장의 일방적인 총파업 유보 결정이 과연 적절했는가를 논의해야 한다. 현 직무대행이 효과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가, 투쟁 계획이 있는가를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

노동자들은 합병 반대 투쟁을 강력하게 이끌 지도부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국민은행 노동자들은 컴퓨터 대화방을 통해 신뢰를 받는 조합원들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을 정도다.

논의 끝에 비대위 구성 관련 안건을 상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딱 한 표가 모자랐다. 재검표 결과, 찬성란에 ?? 표시를 한 표가 무효표로 처리됐음이 드러났다.

비대위 위원 추가 건이 상정되지 않자 대구 경북 대의원들 22명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총파업까지 단행하고도 조합원을 배신하고 실패한 현 집행부가 이제 와서 전술 얘기를 한다고 현장에 힘이 실리겠는가?

"대구 경북 대의원들은 비대위에 조합원들을 추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여기에 왔는데 비대위 안이 상정조차 안 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현 집행부는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 이 시간부로 대의원직을 사퇴하겠다."

이 모습을 지켜 보던 많은 대의원들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관한 대안이었다.

한 대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대구 경북 지역 간부들이 자리를 떠났다. 나도 떠나고 싶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추가 비대위를 구성하자고 했을 때 집행부는 상당히 반대했다. 왜 반대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 보라. 역량 있는 사람들을 추가하자는 것도 안 되나?"

이날 대의원들은 한국노총과 금융노조에 대한 불만도 터뜨렸다.

"한국노총은 뭘 했나? 이남순 위원장은 공권력 투입시 대대적인 투쟁을 하겠다고 해 놓고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금융노조와 한국노총을 둘다 탈퇴해야 한다."

이 날은 지금처럼 하면 금융노조와 한국노총을 탈퇴할 수도 있다는 문구를 결의안에 넣는 것으로 그쳤지만, 금융노조와 한국노총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새로운 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1월 15일 국민은행 노조의 조합원 게시판에 이렇게 썼다.

"앞장서지 않겠다는 집행부를 어떻게 앞장 세울 수 있으며 조합원이 믿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조합원의 요구를 무시할 때는 당신들을 불신임하여 다른 집행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버스 떠난 뒤에 손들어 봤자 소용 없습니다. 현 집행부가 앞장서지 않으면 우리 생존권은 우리가 지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