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진보 정당, 어떻게 건설돼야 하는가’ 토론회:
원칙없이 우경화하는 진보대통합에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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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당 강령을 폐기해서 온건한 것으로 대체하고, 국민참여당(이하 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등 우경화로 치닫는 민주노동당 당권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7월 18일 열린 토론회는 이런 목소리가 결집한 첫 공개 토론회였다.
이날 토론회는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민주노총 임원들부터 이병수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위원장, 김혜영 민주노동당 전 충남도당 위원장,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 박노자 교수,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 등 진보 양당과 사회단체, 학계까지 포함하는 열아홉 명의 인사들이 공동 주최했다.
이들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강령 후퇴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움직임을 강력히 규탄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는 “신자유주의 반대 진보대통합”이 필요하다며, “신자유주의 정책 추진에 반성은 안 하고 변명만 하는 참여당은 통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민주노동당 당권파가 계속 참여당과 통합을 추진하면 진보대통합 움직임은 “진보-자유주의 연합 정당 건설 노선’과 ‘반신자유주의 통합진보정당 건설 노선’으로 양분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통합 진보 정당의 강령에 대해서도 “변혁 지향적이면서 대중투쟁 등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급진적 강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박승희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은 “통합 진보 정당은 노동자의 당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참여당과 통합 시도가 노동자들에게 “혼란, 실망,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핵심은 노동 중심성의 강화다. [그런데] 왜 정세도 비관적이지 않은데, 진보정당이 거꾸로 가는 것이냐. 새 정당의 토대는 아래로부터 조직돼야 한다. 아래로부터 참여가 없는 제도로는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할 수 없다.”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참여당과의 통합 논의가 진보대연합에 대한 열기를 꺼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유시민과 손잡는다고 하니까, 조합원들이 헷갈려 하고 있다. [이를 추진하는] 몇 사람만 뒤에서 웃고 있고, 나머지는 다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래서 조합원들의 열기로 [통합 진보 정당이라는] 떡을 맛있게 잘 익혀야 하는데, 오히려 설익고 있다. 설익은 떡에 밀가루를 부으면 음식 망치는 것인데, 그 밀가루가 바로 참여당이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강령 후퇴에 대해서도 맹렬히 비판했다.
“사회주의는 낡은 것인가? 아니다. 이것은 전 인류가 아직 가보지 못한 새로운 것이다. 자본주의를 극복해 새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한 목표를 잃지 않는 것이 진보의 첫 번째다.
“임금 노동자는 노동부 통계로만도 1천6백만 명이다. 노동자들이 무시받는 진보정당[은] … 진보의 탈을 쓴 정당일 뿐이다.”
실망과 분노
차수련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사회주의 강령을 삭제했을 때, 크게 분노했고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20년 동안 노동 현장에 있으면서 자본주의 모순과 폐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대안이 사회주의 아닌가?”
“참여당은 우리와 결이 다르다. 전해투 투쟁할 때, 대우정밀 노동자들이 단식하면서 쓰러져 나갈 때, 운동권 출신이라는 국회의원들은 우리 앞에 코빼기도 안 비쳤다. 참여당과의 통합은 길이아니고, 오히려 노동운동을 말아먹을 수 있다.”
그녀는 민주노총이 나서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다. “민주노총이 잘 싸우고 제대로 할 때, 민주노동당이 제대로 선다. 민주노총 내 활동가들과 현장조직들이 의견을 내고 나서야 한다.”
정종권 진보신당 전 부대표도 민주노동당 당권파를 비판했다.
“참여당과 통합하자는 것은 진보 독자노선을 포기하고 폐기하자는 것이고, 미국식 양당 구도로 가자는 것이다. 참여당은 자유주의 세력이다.
“진보는 여러 견해 차이가 있지만,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에 친화적이다. 참여당은 그렇지 않다. 통합 진보 정당은 사회주의에 우호성과 친화성을 표현해야 한다.”
청중석에서도 이런 발표자들의 주장에 공감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민주노동당 노년위원회 소속의 한 참가자는 “진보정당의 통합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통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하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계급이 탄생했을 때부터 사회주의 구호를 외쳤다”며 “새세상연구소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 새로운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충분한 토론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회주의 강령을 없앴다”고 규탄했다. “사회주의 강령을 없애고 참여당과 통합한다는데, 참여당이 어떤 당이냐? 노무현 정부 때 건설노조 하중근 열사가 [경찰 진압으로] 죽을 때 나는 그 옆에 있었다. 이런 정당과 통합이 아니라, 노동자 정당으로 남아야 한다.”
제대로 된 진보대통합을 바란다는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람을 ‘민주노동당 당권파스럽다’고 말하더라. 나는 ‘과거를 묻지 말라’는 이정희 대표가 과거 민주노동당에 오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한진 투쟁, 유성 투쟁 등에서 노동자가 단결하고 투쟁하자고 진보대통합하는 것 아니냐.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진보대통합이어야 한다.”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정용건 위원장은 참여당과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산별 대표자들과 중앙집행위원회는 참여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참여당과 통합을 고집하면, 민주노총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민주노총을 밟고 가려 할 것인가. 결국 가고 싶은 사람들만 가면 된다. 나머지 사람들이 제대로 된 통합 진보 정당 만들면 된다. 참여당과 통합하겠다는 사람들이 소수파지 우리가 소수파인 것처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자본가 기반
한편, 발제자로 참가한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모호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취했다.
“민주노동당이 참여당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참여당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고, 이런 토론회도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없다.
“다만 시기적으로 참여당 문제로 분열하는 것은 안 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꿩 먹고 알먹고 하려고 했는데, 꿩도 놓치게 생겼다. 꿩을 먼저 잡고 알은 나중에 먹으면 된다.”
청중석에선 이런 김성진 최고위원에게 비판이 집중됐다. 한 참가자는 그의 무책임한 자세를 비판했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노동당 대표이고, 공인이고, 국회의원인데 유시민하고 계속해서 정치적 밀월 의혹을 자아냈고, 공동 출판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비판도 않고 공식적인 결정을 한 바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는 참여당과 통합할 수 있다는 식도 적절치 않다. 정책이나 이데올로기만이 아니라 기반을 봐야 한다. 참여당의 돈은 어디서 나오나? 자본가들로부터 나온다. 자본주의 정부의 공직에 있었거나 있는 자들에게서 나온다. 조직 기반도 참여정부의 공직에 있던 자들이거나 자본가들이다.
“물론, 이 당의 평당원들 중에는 중간계급 사람들이 있는데, 그 당과 통합해선 안 되고, 노동계급이 힘을 길러서 점점 자본가들보다 강화돼 중간계급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오는 게 맞다.”
김어진 민주노동당 서초구위원장은 당원 모임에서 나온 얘기를 소개하며, 김성진 최고위원에게 당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했다.
“지난주에 지역 당원모임을 했는데 당원들이 ‘탈당 절차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탈당 절차를 물은 한 당원은 ‘참여당이 민주당의 아류 정당’이라고 했다. 그 분은 당의 ‘정체성’을 말했다. 이런 당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김성진 최고위원이 내일 수임위에서 이런 당원들의 목소리에 지도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달해 달라.”
청중 발언이 끝난 뒤, 김세균 진보교연 상임대표는 민주노동당의 비공식 주장을 폭로하며 비판했다.
“7월 8일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비공식적 자리에서 참여당과 같이 해야겠다고 말했다.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졌다. 참여당과 연합하는 문제는 민주노동당 수임위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당대회에서 논의할 사항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주장해 주길 바란다.”
사회를 맡은 김인식 민주노동당 서울 중구위원장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지역 수준에서도 이런 토론회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준 데가 있다. 앞으로 이런 토론이 더 확산돼야 한다. 오늘은 입장을 내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론 어떻게 공동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 80여 명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무원칙한 연합 정치 행보를 비판했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참가자들이 비판적 의견을 많이 낸 것은 원칙있는 진보대통합,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에 도움이 되는 진보대통합을 위한 노력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