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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헌법소원 각하하라는 외교부:
정부는 여전히 위안부합의를 지키려 한다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의 앞길을 가로막고 나선 사실이 드러났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6년 3월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에 피해자 동의 없이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에 합의한 것은 피해자들의 기본권 침해이므로 위헌 판결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외교부가 이 헌법소원을 각하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올해 6월 헌법재판소에 낸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명의로 말이다. 이 사실이 언론들의 폭로로 알려지자 외교부는 마지못해 그 사실을 인정했다.

외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정당성을 인정한 게 아니라 법리적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해당 합의는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법소원을 각하해도 피해자 개인이 일본 정부에 맞서 싸울 권리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주장은 야비하고 뻔뻔한 책임 회피다. 피해자들이 낸 헌법소원 자체가 일본 정부에 맞서 배상을 요구할 권리를 인정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헌법소원은 국가가 편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몇 안 되는 권리 행사 수단이다.

정부는 한 입으로 두 말하고 있다. 2017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 여론이 뜨거울 때 정부 입장은 “이 합의가 일본과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강경화 외교부 장관). 문제 있는 합의임에도 이미 벌어진 일을 애써 뒤집지는 않겠다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이 기본권 침해를 호소할 땐 한낱 “정치적 합의”고, 합의 폐기를 요구할 땐 함부로 깰 수 없는 국가 간 “공식 합의”란 말인가?

문재인이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시사하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들이 많았지만 실상은 이처럼 보잘것없다.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계획도 내용을 뜯어 보면, 합의 파기 선언은 하지 않은 채 위로금 10억 엔을 그저 한국 돈으로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는 한미일 동맹 강화라는 오늘날 제국주의 질서와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앞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로하면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만, 끝내는 번번이 미국과 일본의 압력에 타협하는 이유다.

피해자 어깨를 다독이던 손으로 뻔뻔하게 뒤통수치는 일이 반복될수록 문재인의 위태로운 줄타기는 더 큰 위기로 되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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