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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식시장 패닉 사태:
더블딥 위험에 직면한 세계 자본주의

세계 주식시장이 나흘째 패닉 상태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다우지수도 열흘 동안 10퍼센트 하락했다. 한숨 돌리는 듯하던 유로존 재정위기는 이 지역 3위와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 폭등으로 다시 확산되고 있다.

한국도 코스피 2000선이 붕괴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0퍼센트 넘게 떨어지면서 시가총액 1백28조 원 넘는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신용평가회사인 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추면서 금융 불안정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는 것은 2008년 위기 이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제에 개입해서 위기를 해결하려고 했던 것이 점차 한계에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은 2008년 금융 위기를 막으려고, 금리를 대폭 낮추고 금융기관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고 채권을 매입해 주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런 ‘손실과 부채의 사회화’ 덕분에 금융 위기는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위기의 뿌리는 제거되지 않았고, 그런 위기 해결 방식이 재정 적자를 급증시키면서 위기는 이제 각국의 부채와 재정 위기라는 또 다른 형태로 폭발하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에 민주당과 공화당이 막판 타결을 통해 부채 한도를 늘려 가까스로 디폴트를 피했지만,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의 국가 부도 위기는 이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까지 번지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은 6퍼센트를 넘어 계속 오르고 있는데, 수익률이 7퍼센트를 넘으면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

각국 정부는 기업주와 은행, 투기꾼들의 손실을 보전해 주느라고 늘어난 부채를 줄이기 위해 노동자들의 고용과 복지를 공격하고 삭감해 왔다. 그런데 긴축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동자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실물경제가 정체하고 그것이 다시 위기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망치인 1.8퍼센트에 못 미치는 1.3퍼센트에 그쳤고, 실업률이 9퍼센트대를 유지하면서 6월에 들어 미국 경제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은 21개월 만에 다시 감소(전월 대비 0.2퍼센트)했다.

반면,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2008년 이후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중국도 물가 급등과 거품 붕괴의 위험이 나타나고 있다. 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난 2년 동안 연방준비제도(연준)나 국제기구들, 그리고 불행히도 오바마 정부에서도 경제는 계속 개선돼 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위기가 여전하다고 비판한 폴 크루그먼의 지적은 타당하다. 위기가 해결되긴커녕 미국과 세계 경제가 더블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은 국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타결되긴 했지만, 향후 10년간 2조 4천억 달러의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하는 처지이며, 이 때문에 일자리와 소비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유럽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 유럽 은행들은 일종의 돌려막기로 간신히 버티는 상황이다. 최근 유럽은행감독기구가 실시한 은행 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유럽의 90대 은행들은 향후 2년 내에 무려 5조 4천억 유로(약 8천1백50조 원)의 자본 확충을 해야하는 처지다. 이것은 무려 유럽연합 GDP의 45퍼센트에 해당한다.

대안 부재

문제는 세계 지배자들에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배자들은 위기를 막으려면 재정 적자를 감수한 경기 부양이 필요하지만, 국가 부도를 막으려면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또, 미국·유럽 등은 금융위기 직후부터 이미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더는 금리를 낮추는 방법을 쓸 수도 없다. 경기부양을 위해 풀 돈이 있기는커녕 오히려 재정을 삭감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채권을 사 주는 ‘양적완화’도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사용하기 힘들다. 중국, 브라질 등도 인플레 위험과 경기과열 때문에 재정 확장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

이처럼 대안이 없기 때문에 위기를 둘러싸고 전 세계 지배자들의 분열과 갈등만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부채 한도 증액과 재정 적자 감축을 놓고 이미 디폴트 직전까지 가는 막장 싸움을 벌였다.

전 세계 금융 불안정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S&P는 재정 적자 감축 목표가 부족하다며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춰 오바마 정부의 경기 부양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의 재정 위기로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경제 위기의 부담을 지지 않겠다며 일본 정부는 4조 엔을 풀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데 개입했고, 러시아 총리 푸틴은 “미국이 엄청난 부채를 쌓아가면서 전 세계 금융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은 세계 경제에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격하게 비난했다.

유럽에서도 금융 위기의 부담을 어느 나라가 더 져야 하는지를 두고 서로 다투느라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파이낸셜타임스〉는 각국이 환율 개입을 통한 수출 증대로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환율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최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예금 대비 대출잔액 비율과 대외부채 상환 능력 면에서 한국이 아시아 8개국 중 가장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수출 비중이 높은데다 주식 시장에서 외국 투자자 비중이 높아 이번 위기에 더욱 심하게 흔들렸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도 전 세계 지배자들과 마찬가지로 집값 하락을 막고 주택담보대출 등의 가계 부채를 유지해 금융 위기를 봉합하고, 수출 대기업의 이윤을 보장해 주면서 시간만 끌려 할 뿐 위기의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 세계 금융 불안정이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때처럼 심각한 위기로 발전할지는 알 수 없다. 조만간 수습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세계 자본주의 위기의 뿌리가 여전히 그대로 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줬다. 그리고 지배자들은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긴축에 반대하는 유럽 노동자들의 투쟁과 아랍 혁명처럼 지배자들의 위기 전가에 맞선 투쟁을 더욱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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