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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마비돼 버린 자본주의와 지배자들

레온 트로츠키는 그의 걸작인 《러시아 혁명》에서 마지막 차르[러시아 황제]인 니콜라스 2세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트로츠키는 차르의 약점, 탐욕, 그리고 어리석음이 정권의 몰락을 예고하는 증상으로 진단했다.

지난 몇 주 동안 미국과 유럽 지배자들이 벌인 한심한 작태를 보면서 우리는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이번 8월 11일로 세계적 금융·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정확히 4년이 된다. 세계증시 폭락은 이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잘 보여 준다.

주류 언론들은 현 주식 시장 붕괴를 2008년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 발생한 금융공황과 비교하고 있다. 사실, 이 두 사건은 동일한 위기에 속하는 서로 다른 두 단계일 뿐이다.

이 위기는 2008년 미국과 유럽 은행시스템이 거의 붕괴하면서 시작됐다. 2008~2009년 겨울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은행에 구제금융을 제공했고, 세계경제 성장을 촉진하려고 추가 재정을 편성했다.

덕분에 세계경제는 불황에서 상당히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진 자본주의의 두 역사적 중심지인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기회복은 유지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보통 사람들이 막대한 빚을 갚느라 허덕이게 됐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그들은 적게 지출해야 했고, 그 결과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대서양 양쪽에서 모두 소비자 지출이 침체됐고, 미국 주택 시장은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더 상태가 나빴다.

물론 예외가 있다. 예컨대, 독일은 중국을 상대로 수출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은 2008~2009년 정부의 거대한 경기부양 정책 덕분에 호황을 구가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성장 동력조차 약해지고 있다.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는 “또 한 번의 심각한 불황을 막는 것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다”고 지적했다.

미션 임파서블

국가가 다시 한 번 개입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에 비해 지금 국가가 그런 구실을 하기 더 힘들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국가가 이미 많은 탄약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2008~2009년 국가들은 이자율을 제로 가깝게 내렸고 현재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요인은 서방 지배계급이 경기 정체보다 2008년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추가로 빌린 돈을 메우는 게 더 중대한 문제라고 보고 있는 점에 있다.

그래서 영국뿐 아니라 유로존 지역에서 긴축 물결이 확산된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사이 ‘타협안’의 핵심은 미국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우선순위라는 티파티의 요구를 오바마가 수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이 크게 축소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미국 자본주의를 살리기 위한 영리한 계획인 듯이 말한다. 이것은 황당한 주장이다.

미국 공화당과 영국 보수당 내에서 영향력 있는 미신을 믿지 않는 이상 공공지출을 줄이는 것이 유효수요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를 구할 방법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지금 대서양 양쪽에서 보는 것은 정치적 마비상태다. 미국과 유럽 지배계급은 서로 다투느라 너무 바빠 일관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에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신용평가사인 S&P는 미국의 신용 등급을 트리플 A에서 한 단계 낮췄다. 유로존의 신용 위기는 유로존 변두리 나라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대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유로존 지도자들은 휴가를 떠났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은 세계경제가 불황으로부터 불균등하게 회복하면서 세계 경제력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발생하고 있다.

독자들은 서방 자본주의 중심부 지도자들이 이런 변화를 보면서 정신을 차리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덕분에 중국 국영 통신사인 신화사는 미국인들이 이제는 “번 만큼만 쓰고 살아야 하고” 달러화 발행이 “국제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자신있게 주장할 수 있었다.

나는 미국 헤게모니가 몰락하는 데 몇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지금 역사에 가속도가 붙은 듯이 보인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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