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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단속을 중단하라!

이주 노동자 단속을 중단하라!

우리는 이주자들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

정진희

노무현 정부의 이주 노동자 추방 정책이 이주 노동자들을 계속 죽이고 있다. 5명이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최근 단속을 피해 숨어지내던 2명이 또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 9일 방글라데시 노동자 자카리아 씨가 단속을 피해 경기도 남양주 시의 성생공단에 숨어있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는 평소 심장병을 앓았으나 혼자 숨어 있다 도움을 받지 못해 병원에 못 가고 죽었다.

같은 날, 중국 동포 김원섭 씨가 정부의 단속을 피해 노숙 생활을 하다 얼어 죽는 참극이 벌어졌다. 그는 13차례나 112에 구조 요청을 했으나 경찰은 이를 무시했다.

지난 달 17일부터 시작된 단속에서 열흘 만에 무려 1천4백여 명이 체포됐다. 합동단속반은 한밤중에 집을 덮치고 거리와 공장 앞에서 이주 노동자들을 마구 붙잡아가고 있다.

단속반은 농성에 참가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협하기 위해 농성장 부근에 잠복하다 이주 노동자들을 채가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농성하던 이주 노동자들이 여럿 붙잡혀갔다. 12월 10일에는 창원에서 상경해 농성하던 이주 노동자 13명을 단속반이 한꺼번에 붙잡아갔다.

1992년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조비는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10년 동안 한 공장에서 일했어요. IMF 때는 한 달에 20만 원 받고 일했어요. 그런데 [최근] 사장이 2천만 원 벌금 못 낸다며 우리를 잘라버렸어요. 우리가 갈 데가 어디 있어요?

단속반

“단속 때 너무 무서웠어요. [예전에] 산에 들어갔어요. [이번에] 산에 간 사람들은 아마 죽었을 거예요. 영하의 날씨에 어떻게 살아요? 난로도 없어요. 이불 하나밖에 없어요. 아파도 병원에 못 가요. 밤에 너무 아팠는데 병원에 갈 수 없었어요. 한국 사람 만나는 것도 무서웠어요.

“나는 도둑놈이 아니에요.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 정부, 왜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거예요? 왜 우리를 죽게 만들어요? 우리가 뭘 잘못했어요?”

방글라데시인 쇼학은 이렇게 말했다.

“4년 이상 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렇게 우리들을 갈라놓고 이번에는 니가 가라 그 다음에는 이 사람 갈 거다 하며 차례차례 공격하고 있어요. 필요할 때는 와라와라 해 놓고 … 우리는 먹고 버리는 일회용 종이컵이 아니에요.”

10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 이런 수난을 받는 동안, 외국 자본가들은 ‘투자자’로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많은 외국 자본들이 그저 투기를 위해 주식을 사고 회사를 인수해도 ‘추방되지’ 않는다.

17조 원짜리 제일은행을 단돈 5천억 원에 샀던 뉴브리지캐피털은 공적 자금 투입이 끝나자마자 차익을 거두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며 또 다른 금융사를 넘보고 있다.

이주 노동자 단속과 추방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은 모두 사면돼야 한다. 이것은 결코 시혜가 아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그 동안 한국 경제에 크게 기여해 왔다.

일회용 종이컵

이주 노동자들이 없었다면 인력난에 시달리던 많은 중소 공장은 꼼짝없이 멈춰서고 말았을 것이다. 많은 건설사가 부도나고 식당, 노래방, 목욕탕 등 각종 서비스업도 위축됐을 것이다. 당연히, 이런 산업들과 관련된 한국인들의 일자리도 사라졌을 것이다. 당장 이번의 단속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안산, 마석, 창원 등 여러 지역 경제가 황폐해질 상황에 처했다.

이토록 어리석은 이주 노동자 단속은 가난과 실업, 생활수준 하락에 대한 위선적인 책임 전가일 뿐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체류 기간이 길수록 한국 경제에 더 많이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 그 동안 몇 년을 체류했든, 이주 노동자들은 모두 자신이 원하는 만큼 한국에 있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우리는 언제나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일하고 어울리며 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