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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가 망칠 우리의 미래’ 토론회:
“대중 행동의 압력이 FTA를 막을 수 있다”

11월 8일에 다함께가 주최한 “한미FTA가 망칠 우리의 미래” 토론회에 2백여 명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 속에서 토론이 진행됐다. 최근 한미FTA 반대 투쟁이 분출하면서 한나라당이 두 차례나 비준 시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낳은 열기와 자신감이 토론회에서도 느껴졌다. (▶다시 보기)

'한미FTA가 망칠 우리의 미래' 토론회 청중들이 강연장을 가득 매워 한미FTA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줬다. ⓒ이미진

연사로 나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들의 한미FTA 찬성 주장을 반박하면서 한미FTA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우 실장은 먼저 “2008년 촛불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괴담’ 운운할 때는 정보가 막혀 있지만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스스로 정보를 찾고 있을 때, 그리고 그 정보가 정부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나타날 때다” 하고 지적했다.

'한미FTA가 망칠 우리의 미래' 토론회 연설하고 있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미진

그러면서 정부나 보수 언론들이 대표적인 괴담으로 꼽는 “맹장 수술비 9백만 원”에 대해 괴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재 맹장 수술을 하면 30만 원 정도를 낸다. 건강보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실제 진료비는 1백50만원 정도다. 건강보험 혜택이 없다면 환자가 이 돈을 다 내야 한다. 게다가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에서 정한 의료비의 4배 이상을 받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6백만 원이다. 여기에 5일 동안 입원하는 병실 비용 2백만 원을 더하면 8백만 원이다. 1백만 원 차이가 난다고 괴담이라고 할 수 있나?”

우석균 실장은 한미FTA가 경제자유구역 6곳의 영리병원을 영구화하는 협정이라고 지적하면서 영리병원에 정부의 정책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미FTA에 명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한미FTA 협정 5장이 ‘의약품 및 의료기기’다. 건강보험 재정의 약 30퍼센트가 약값으로 나간다. 그런데 어떻게 한미FTA가 보건의료 부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느냐”며 한미FTA는 공공서비스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전 대표 박근혜가 “투자자 정부 제소제도(ISD)는 상식”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우 실장은 반박했다. “투자자 정부 제소제도(ISD)가 여러 투자 협정들에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NAFTA가 체결된 1994년 이후의 ISD는 그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한미FTA에는 자동동의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에 정부가 거부할 수 없고 무조건 중재기구에 나가서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영리병원을 운영하는 ‘멜빈 하워드’가 캐나다 연방 보건법을 이유로 캐나다 정부를 제소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ISD는 투자자 개인에게 국가와 동등한 권리를 주는 것으로 한 개인 때문에 한 국가의 공공 의료 전체를 망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위험성을 지적했다.

독소조항

그리고 정부조차 ISD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법무부가 공무원들을 위해 만든 한미FTA 가이드 북에는 ‘가스요금을 억제하라는 정부의 행정 조처에 대해 투자자가 ISD로 제소하면 어떻게 될까?’ 하고 자문하고서는 ‘걸릴 수 있다’고 대답하고 있다”며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 억제 조처가 다 무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독소조항으로 언급되는 “래칫”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스는 예외다’하고 주장하지만 한국의 가스 소매는 이미 민영화된 상태다. 가스 요금이 너무 올라 이를 공기업화하려 하면 영업이익까지 보상해 줘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진다” 하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외환 송금을 통제하는 금융세이프가드가 한미FTA의 예외라고 주장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며 “투자자가 돈을 찾으려는 것을 막는 금융세이프가드가 어떻게 투자자에게 피해를 안 줄 수 있나? 결국 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01년 경제 위기 때 외환을 통제한 아르헨티나 정부가 ISD 제소가 40건이나 됐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동네 구멍가게를 다 망하게 하는 기업형 수퍼마켓(SSM)을 규제할 수 없고, 미국 정부에게서 대규모로 보조금을 받는 미국 농산물 때문에 한국 농업이 위태롭게 되고, 4대 선결조건 중 하나로 풀어준 배기가스 규제 완화로 환경이 파괴되며, 유전자조작식품(GMO) 규제도 완화됐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수출이 늘고 경제 영토가 넓어진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지금은 경제 위기다. 미국에서 실업률은 10퍼센트 밑으로 거의 떨어지지 않고 있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고 쫓겨나고 있는데 어떻게 수출을 늘리겠는가” 하고 반박하면서 “멕시코는 NAFTA 체결 이후 수출이 급증했다. 그러나 멕시코 경제활동인구 4천만 명 중 1천3백만 명만이 정규직인 상황”이라며 설사 수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그 혜택은 노동자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FTA는 전 세계적인 대세’라고 이명박 정부는 주장하지만, 미국이 FTA를 추진하던 아프리카, 중동, 타이 등은 모두 좌절됐고, 남미 국가 전체와 체결하려던 FTAA도 무산됐다”며 한미FTA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거리의 운동

플로어 토론에서 한 참가자는 “한미FTA가 한미간 불평등 협정이기도 하지만 이를 한국 기업들이 환영하는 이유를 봐야 한다. NAFTA를 통해 멕시코의 양극화는 극심해지만 멕시코의 대기업들은 다국적기업이 됐다”며 한국 기업들도 한미FTA를 통해 큰 이익을 얻는다고 주장했다.

'한미FTA가 망칠 우리의 미래' 토론회 청중토론에서 한 참가자가 한미FTA를 꼭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진

또 다른 참가자는 “한미FTA가 통과되면 이명박이 영구집권하는 효과를 낸다는 말이 있다. 민주당은 ISD만 빼자고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이상득만 없다고 되는 게 아니듯이 한미FTA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두 차례나 한미FTA 비준을 막았고, 우리가 수입해야 할 것은 미국식 경제 시스템이 아니라 월가식 점거 시위, 그리스식 노동자 총파업이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예전에는 ISD의 위험을 몰랐다고 변명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엄청난 돈을 쓰며 한미FTA를 홍보하면서도 협상 내용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주장한다. 결국 민주당은 진정한 대안을 막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참가자는 “물론 민주당은 2008년 촛불운동 때도 운동에 막차 타고 와서 첫차 타고 떠났다. 따라서 한미FTA 반대 운동이 민주당을 오래된 친구처럼 믿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FTA를 추진했던 민주당이 이제 FTA 반대 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 운동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성과”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나라 지배자들은 한미FTA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도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그러면 분명히 민주당도 흔들릴 것이다. 따라서 거리의 운동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한미FTA가 망칠 우리의 미래' 토론회 정리발언을 하고 있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미진

정리 발제에서 우석균 실장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감히 처리를 시도할 수 없게, 민주당 의원들이 몸싸움을 하며 막을 수밖에 없게 거리의 운동과 압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 운동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다”며 운동에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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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토론회 - 한미FTA가 망칠 우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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