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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 재앙 1년:
재앙을 딛고 일어서는 일본 반핵 운동

지난해 후쿠시마 사고 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사태를 수습하기는커녕 정보를 은폐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결국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당했다.

일본은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한 지역인데도 쓰나미에 대한 대비는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하도록 내맡겨져 있었다.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비용을 생각하며 대비를 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일본 정부는 충분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국민들이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돼도 안전하다면서 안전 기준을 대폭 완화해서 ‘방사선 관리를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고 이전에는 국제 기준을 따라 1년에 1밀리시버트(mSv) 이하 방사선까지만 허용했는데, 사고 이후 20밀리시버트로 늘렸기 때문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사용하면 핵발전소에서 새어 나온 방사능 물질이 어떻게 퍼질지 예측할 수 있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시뮬레이션 기술을 갖고 있지만, 정부와 도쿄전력이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수 없었다. 결국 한 차례 방사선 먼지가 지나간 이후에야 대피령을 받은 주민들도 있다.

시뮬레이션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핵발전소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방사성 플루토늄이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검출됐는데, 이는 적어도 1개 이상의 원자로에서 노심이 녹았고 또 대기 중에 노출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높은 방사능 수치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서 아직도 원자로가 얼마나 파손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핵 발전소가 완전히 봉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하수는 계속 오염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핵발전소 반경 20킬로미터(자전거로 약 1시간 20분 거리)의 좁은 지역만을 위험지역으로 분류했는데, 그 이상 떨어진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대피를 해도 ‘자발적 대피’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주에 따른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모순이게도, 일본 정부는 해당 지역에 계속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그들이 이동한 장소와 자녀들에게 먹인 음식 등을 매일매일 기록해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하다는 발표를 자신들도 믿지 않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은 자원봉사에 의존해서 ‘시민 방사선 측정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자신들과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방사선에 피폭되는지 수시로 측정하고, 섭취하는 음식의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 또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직접 측정한 방사선 수치를 일일이 기록하면서 수치가 높아지는 날을 경계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해 말 총리 노다 요시히코는 핵발전소 문제가 해결됐다고 선언하며, 반핵 여론 때문에 멈춰선 핵발전소들을 올해 안으로 다시 가동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핵발전소들이 모두 지진 대비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말하지만, 사고의 원인이 된 원자로와 냉각기를 잇는 파이프가 왜 망가졌는지도 규명하지 못했다. 반핵 운동가들은 파이프가 지진 때문에 파손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정부가 이 파이프들은 스트레스 테스트에 포함시키지도 않았다고 폭로했다.

핵 무장 야욕이 있는 일본 정부와, 핵발전으로 돈을 버는 도쿄전력, 규제기관인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서로 끈끈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다시금 핵발전을 강행하려고 한다.

재가동

일본의 반핵 운동가들은 이들에 맞서고 있다. 정부가 핵발전소 재가동 수순을 밟기 위해 준비 중인 보고서 발간에 반대하고, 사고의 경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일본 전역의 핵발전소들을 재가동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핵발전소 인근 주민과 국민 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고, 대피 지역을 확대하고, 이주민 지원을 늘리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2012년 1월 14~15일 일본에서 열린 ‘탈핵세계대회’ 대중적 반핵 운동만이 핵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많은 활동가가 방사능에 특히 민감한 아이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여성들이다. 정부로부터 고발될 우려 때문에 이들 중 일부는 익명을 쓰면서도 국제적인 반핵 운동의 경험을 배우고, ‘점거하라’ 운동, FTA 반대 운동,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 해외 파병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운동 등과 결합하면서 꿋꿋하게 활동하고 있다.

반핵 운동의 요구는 매우 정당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동안 핵발전소 지지자들은 핵발전 없이는 인류가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처럼 떠들어 왔지만, 지난 1년 동안 일본의 54기 핵발전소 중 52기를 중단시켰는데도 대규모 정전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전문가들은 일본 내 재생가능 에너지만으로도 2020년까지 전체 전력 사용량의 43퍼센트를 충당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핵발전소가 감당해 온 30퍼센트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더구나 일본의 인구는 2050년까지 빠르게 감소할 예정이어서 미래의 전력 수요 때문에 핵발전소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폭발 사고가 벌어진 일본에서 핵발전소가 재가동되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핵산업계는 더더욱 핵발전을 확대하려고 들 것이다. 지난해 핵발전소 폭발 직후, 독일에서는 거대한 반핵운동이 분출하면서 정부로부터 2022년부터 핵발전소 가동을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양보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런 종류의 대중적 반핵 운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