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는 세상을 위해 전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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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1일에 일어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1~3호기 폭발은 이제 역사상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남았다. 이 사고로 누출된 세슘의 양은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졌을 때의 무려 1백68배나 된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를 보면, 사고 직후 일본 정부는 3천5백만 명이 사는 도쿄 일대를 포기하는 것까지 검토할 정도로 상황은 위험천만했다.
1년이 지났지만 이 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핵반응로 내부 온도는 여전히 오르락내리락하고, 방사선 농도가 너무 높아 지금도 냉각 작업을 오랫동안 할 수 없다.
지금 상태라면 하루 4시간씩 격일로 일해도 1년이면 일반인의 평상시 허용치의 2천 배가 넘는 방사선에 노출된다.
후쿠시마 재앙 이후 전 세계 반핵 운동은 빠르게 행동에 나섰고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
독일 메르켈 정부는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탈리아에서도 핵발전을 재개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무산됐다. 수십 년 만에 도쿄에서 수만 명이 장외 집회를 열었다.
한국에서도 반핵 여론이 유례없이 높아졌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 40여 지자체장이 공동으로 핵발전소 폐기 선언을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매년 하던 원자력 선호 여론조사를 지난해에만 건너뛰었다.
현재 일본 핵발전소 54기 중에 단 두 기만 가동되고 있지만 ‘전력 대란’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4월이 되면 이 두 기의 핵발전소도 정기 점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스리마일
물론 주요 선진국 지배자들이 핵발전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미국 오바마 정부는 스리마일 섬 사고 이후 34년 만에 신규 핵발전소 4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독일과 일본의 사례는 핵발전소가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재앙으로 가는 역주행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마이니치 신문〉이 “한국이 도쿄전력의 원전기술자 스카우트를 시도하고 있다” 하고 보도했다.” 도쿄전력은 핵재처리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핵무기 기술을 수입하려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혹도 제기됐다.(〈연합뉴스〉 2월 16일치.)
현재 진행 중인 한미원자력협정에서 한국 정부가 재처리 시설 허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위키리크스는 한국 정부가 계속해서 재처리 시설을 보유하려 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삼척과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하며 핵발전 확대를 재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터키와 동남아시아에도 핵발전소를 수출하려 한다.
이명박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프랑스에서 전기를 갖다 쓴다”는 거짓말까지 하며 핵발전을 폐기하면 전기료를 40퍼센트나 올려야 한다고 협박했다.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전기를 수출하는 나라고 핵발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야말로 세계 6위의 전기 수입국이다.
핵발전 비용은 이제 더는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보다 싸지 않다. 핵발전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고 전기요금을 올릴 필요는 없다. 이런 전환은 일자리를 늘려 실업 문제에도 도움이 된다. 전환에 필요한 돈은 그동안 핵발전 사업으로 엄청난 이윤을 벌어들인 기업들과 싼 값에 전기를 써 온 대기업들에게서 세금을 거둬 마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약삭빠르게도 핵발전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모호한 태도를 이용하려 한다. 이명박은 한명숙 대표가 집권 시절 “원자력 5대 강국으로 진입해야 한다” 하고 말한 것을 파고들었다.
사실 통합 전 민주당의 당론은 ‘원전 재검토’라는 모호한 것이었다. 게다가 최근 민주통합당은 핵폐기장 건설에 찬성표를 던진 정일순에게 총선 후보 자격을 줬다.
진보진영은 민주통합당의 모호한 태도에 휘둘리지 말고 단호한 반핵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대중적 반핵 운동을 향하여
70여 시민·사회단체가 결성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1년을 맞아 3월 10일 서울 시청에서 대규모 반핵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날 집회는 많은 반핵 활동가들의 바람대로 한국에서 대중적인 반핵 운동의 일보 전진을 알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반핵 활동가들은 핵발전의 진실을 알리는 데 매진해야 할 뿐 아니라 대중 행동을 조직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공동행동 내 일부 단체들은 이번 집회의 주요 행사로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기획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에너지 절약은 전체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그 양이 산업계의 전기 사용량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전기난방기 등 전기 사용량이 많은 제품들의 효율 규제가 너무 약화돼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경제 위기 고통전가로 내핍을 강요당하고 있는 99퍼센트의 사람들에게 더 아껴 쓰라고 하는 것은 대안이 아니다.
공동행동은 개인의 절약이 아니라 정부와 핵산업계에 맞서는 집단적 행동 건설에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