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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의 신호탄:
영리병원 설립을 저지하자

5월 23일에는 1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무상의료국민연대’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이 공동 주최한 영리병원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두 연대체에는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조합과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다함께와 사회진보연대 등 좌파 단체들이 가입해 있다.

물론 국내 의료기관들은 사실상 영리병원처럼 운영돼 왔다. 대형 병원들 사이의 경쟁은 더 많은 의료기관들이 수익성 논리를 좇도록 유도했고 이는 의료비 상승과 노동자 임금인상 억제로 이어졌다. 소규모 병의원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성형·피부미용 시술에 열을 올렸다.

그래도 지금은 대형 의료기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거나 다른 사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법으로 가로막혀 있고, 모든 의료기관의 의료 행위는 국가가 관리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직간접적인 감시·통제 아래에 놓여 있다. 정부가 그 일을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이런 기본적 규제마저 사라지고 적나라한 시장 논리에 따라 의료 공공성은 사라질 것이다.

대못질

인천 송도에 사실상 내국인을 상대로 하는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그것은 전국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당장은 아니어도 국내 의료기관들이 ‘역차별’을 문제삼아 의료민영화를 요구할 강력한 명분이 될 것이다. 한미FTA는 이런 공격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장치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는 영리병원 저지를 KTX 민영화 반대 등과 함께 올 여름 노동자 투쟁의 주요 요구로 상정하려 하고 있다. 좌파는 이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동참하도록 조직해야 한다.

그러려면 올 여름 다양한 부문에서 벌어질 노동자 투쟁들이 서로 단결하고 연대하도록 투쟁들 사이에 가교를 놓아야 한다.

아래로부터 노동자 투쟁이 성장하고 광범한 지지 여론이 결합된다면 이명박 정부의 대못질을 좌절시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차기 정부도 쉽사리 이 정책을 다시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 일부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인천의 지역 단체들은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인천시장 송영길에 압력을 넣어 영리병원 설립을 막으려 애쓰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 압력을 넣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경제자유구역과 영리병원 설립을 시작한 정당이고 송영길은 이를 위한 법안을 공동 발의한 장본인이다.

송영길은 최근에도 “송도국제병원이 다른 경제자유구역에 비해 접근성과 환자 유치에 최적합지”라며 영리병원 설립을 지지했다.

6~8월로 예정된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의 투쟁은 전체 노동자 투쟁의 일부로서 민주당에 독립적인 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