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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 경험을 돌아보며:
언제든지 되풀이될 수 있는 비극이다

김주영 씨와 같은 비극적인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와 함께했던 동료들은 24시간 활동보조서비스 제공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이 사건을 보며, 예전에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면서 겪은 급박한 경험이 떠올랐다.

어느 날 밤, 내가 활동보조하는 장애인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고 호흡곤란을 겪었다. 그도 김주영 씨와 같은 뇌병변 장애가 있었다. 헐떡이는 그를 안고 있을 때의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갔을 때, 나라도 그 자리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한편으론 그가 얼마나 자주 그런 시간들을 홀로 견뎌 왔을지 생각했다.

정부는 장애인들이 고립되지 않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정부는 비용 문제를 앞세워 까다롭게 장애등급을 매기고 이 등급에 따라 복지 제공을 엄격히 제한한다. 이 때문에 거동이 어려워 혼자서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장애인들도 활동보조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받지 못한다.

당시 나는 일주일에 6일 이상, 오전 8시부터 밤 늦게까지 간혹 새벽까지 활동보조일을 했지만 국가는 이 시간 중 일부만을 활동보조 노동으로 인정했다.

속수무책

내가 활동보조한 장애인도 불편하나마 머리와 왼팔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하루 중 몇 시간만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없는 시간은 홀로 버텨 내야만 했다. 화재나 다른 사고가 났을 때를 생각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김주영 씨의 활동보조인도 전날 11시가 넘어서야 퇴근했는데 그 사이 참사가 벌어졌다고 한다.

불길 속에서 숨져간 김주영 씨의 고통과,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와 함께했지만 참사를 막을 수 없었던 그 활동보조인의 심정이 어땠을지도 마음속에 떠오른다.

10월 30일 광화문 광장에선 다른 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고, 숨지기 얼마 전까지도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하던 그의 삶을 기리는 노제가 열렸다.

김주영 씨의 명복을 빌며, 빈곤과 낙인의 사슬을 끊기 위한 장애인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