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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로켓 발사:
한미일 지배자들은 북한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북한 당국이 12월 10일~22일 사이에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을 발사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로켓 발사 실패 이후 겨우 8개월 만이다. 우리는 대내외적 위상을 높이려는 북한 지배자들의 시도인 로켓 발사를 두둔할 수 없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선신보〉도 2009년에 “위성용 로켓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표리일체”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러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 평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 로켓 발사를 두고 미국, 한국, 일본 등이 가하는 비난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오바마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미사일을 퍼부어 수많은 민간인을 살상할 때, 이것을 “자기 방어”라고 옹호했다. 그랬던 미국이 북한의 로켓 발사 실험을 “심각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하는 것은 순전히 위선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발사 때처럼 여차하면 북한 로켓을 요격하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으며, 한국 정부도 추가 제재를 요구한다.

이들은 북한의 로켓 발사가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이라고 비난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적반하장이며 이중잣대다.

동아시아의 강대국들이야말로 북한보다 훨씬 앞선 기술력으로 우주에서 치열하게 군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상공에 첩보 위성만 10여 개를 띄웠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장거리 미사일로 위성 요격 실험을 하는 등 우주 기술을 군사용으로 가장 많이 활용해 왔다.

중국도 미사일로 위성을 요격하는 실험을 수행한 바 있고, 미국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맞서 독자적인 GPS인 베이더우를 구축해 왔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체 위성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며, 이를 활용해 군사 위성들을 우주에 올리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로켓을 발사하기로 한 것은 나로호를 의식한 것이기도 하다. 바로 “나로호의 2단 추진체를 국내 기술로 개발한 경험” 덕분에 남한도 “3천 킬로미터 급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잠재적 기술력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나로호 발사체(KSLV-1)와 은하 3호는 본질적으로 똑같다.

지정학적 불안정

북한은 이번에 ?느닷없이’ 로켓을 발사한다고 나선 것이 아니다. 이것은 최근 동아시아의 긴장이 급격히 증대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 들어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지에서 관련국들 사이에 긴장이 치솟았고, 북한, 남한, 중국으로 둘러싸인 서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는 미국이 새로운 도전자인 중국의 부상을 막고 패권을 유지하려는 것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동아시아는 치열한 군비 경쟁의 장이 돼 가고 있다. 미국은 2020년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해군력의 60퍼센트를 배치하기로 했고, 일본 지배자들 사이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고 자위대를 국방군(국군)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다수가 돼 가고 있다.

그리고 동아시아의 각국은 특히 미사일 등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은 최대 규모의 MD 요격 실험을 실시했다. 일본도 미국의 MD 체제에 참가해 왔다.

한국도 MD에 사실상 발을 담그며, PAC-3 등 신형 미사일을 도입하려 한다. 또한 한미미사일지침을 개정해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8백 킬로미터로 연장했고, 자체 미사일 전력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듭되는 나로호 발사 시도도 이 연장선에 있다. 지난 10월에 대만도 항공모함을 공격할 수 있는 슝펑-3 미사일 개량형을 시험 발사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응해, 올해 중국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게다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바로 북한을 핑계 삼아 호전적 군비 증강을 정당화한다. 일본의 MD 참가도,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등도 모두 미국이 북한을 위협으로 지목한 덕분에 가능했다.

이런 변화가 북한 지배자들을 상당히 압박했을 것이다.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고 재래식 전력 면에서 남한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인데다, 로켓 발사를 아직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니 말이다.

이처럼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이 북한 지배자들로 하여금, 인민이 굶주리는 속에서도 엄청난 물자를 핵과 로켓 개발에 쏟아붓게 부추긴 것이다.

지난 20년간 북미 관계는 제재와 협상이 교차하면서 위기가 심화하는 과정을 밟아 왔다. 1991년 탈냉전 후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을 주요한 위협으로 지목했을 때, 북한에는 핵무기도 중거리 미사일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이자 장거리 미사일 보유국이 됐다.

오바마 1기 정권 하에서도 이 패턴은 거의 고스란히 반복됐다. 오바마는 ‘부시 3기’라 불릴 만큼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북한을 악의적으로 무시하고 군사적 압박을 지속했다. 오바마는 북한과 대화를 할 때조차도, 지지부진 시간을 끌기 바빴다.

이 때문에 조바심이 난 북한 지배자들이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와 2차 핵실험을 일으켰고, 2012년 4월 광명성 3호를 발사한 것이다.

이처럼 오바마 1기 정권의 “전략적 인내”는 사실상 파탄났지만, 오바마 2기 정권에서 대북정책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은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개발해 국제적인 의무를 따르지 않는 북한 정권이 가혹한 선택에 직면하도록 할 것”이라고 이전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오바마 2기에도 북미관계에 별 다른 진전 없이 “악의적 무시”가 계속될 수 있다. 그래서 북한 지배자들은 이번 발사를 통해 북미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오바마에게 보내려는 것일 수 있다.

물론 김정일 사망 1주기를 맞아 유훈을 앞세워 로켓 발사에 성공한다면, 김정은 정권의 권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제재 반대

미국 지배자들은 이번에도 유엔 등을 통한 제재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지난 4월 로켓 발사로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된 의장 성명에는 북한이 또다시 로켓을 발사하면 바로 안보리를 소집한다는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들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추가 제재안에 강력한 금융 제재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엔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도, 중국의 존재 때문에 제재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이 더 고통받고, 한반도에서 긴장과 갈등만 더 커질 뿐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로켓 발사를 빌미 삼아 호전적 조처들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이것은 중국 지배자들을 자극해 이들의 맞대응을 부를 것이다. 그리고 로켓 추가 발사, 핵실험 등 북한의 대응이 있을 수 있고, 안 그래도 긴장이 쌓이고 있는 서해에서 또다시 군사 교전을 부를지 모른다.

따라서 이 와중에 높아지는 긴장에 부채질을 해대는 이명박과 박근혜의 행보는 정말 봐주기 힘들다. 이명박은 “북한이 선호하는 후보” 운운하며 북풍 몰이를 시도하고 있다. 보수언론들도 북한의 로켓 발사가 ‘나로호와 다른 게 뭐냐’라는 통합진보당의 상식적인 물음에 악의적 왜곡과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편, 민주당과 자유주의 언론들도 한·미·일의 대북 압박과 긴장 고조 행위는 말하지 않은 채 북한만을 문제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북한 로켓 발사의 배경에 있는 이 지역의 긴장 고조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미국 제국주의의 전략에 반대하고 한국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진보진영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제국주의적 압박에 반대하고, 한미일 동맹 강화와 군비 증강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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