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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이명박의 파산을 보여 준 북한 로켓 성공:
한미일의 위선적 대북 제재에 반대해야

12월 12일 북한이 광명성 3호 2호기를 실은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했다. 광명성 3호 2호기를 예정된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북한은 1998년 처음으로 위성 발사를 시도한 이래, 4번째 만에 위성 발사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북한은 세계에서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한 10번째 국가로 인정될 듯하다. 이는 남한의 나로호가 거듭 발사에 실패하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여서, 남한 지배자들은 앞으로 “북한발 스푸트니크 쇼크”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발사 성공으로 2009년 은하 2호 발사 후 북한 당국이 로켓 분야에서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는 게 드러났다. 또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능력이 있다는 점도 보여 줬다. 위성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은 본질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물론 핵탄두 소형화,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몇 가지 기술적 진전이 필요해, 북한이 미국 전역을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사회주의자들은 남한의 나로호 개발을 지지하지 않았듯이,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 개발도 지지할 수 없다. 인민이 식량난에 고통받는 와중에 막대한 자원을 핵과 로켓 개발에 쏟아붓는 것은 북한이 진정한 사회주의 체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보여 줄 뿐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과 로켓 개발은 반제국주의 운동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발사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완전히 파산했음을 더는 숨길 수 없게 됐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부터 대북 정책에서 이전 정권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오바마 정부는 전임 부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제거”를 목표로 삼았고, 이를 위해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았다.

“전략적 인내”의 파산

북한이 먼저 핵부터 포기해야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는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북한 지배자들의 반발만 초래했다. 지난 4년 동안 북미 관계는 “제재와 핵실험, 제재와 미사일 발사 등 도발과 제재의 정면 충돌”로 진행돼 왔다. 북한은 2009년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는 농축우라늄 시설 가동과 경수로 건설로 이어졌다. 여기에 올해 2차례의 로켓 발사를 더해야 한다. 즉, 오바마 정권의 대북 적대 정책은 북한 지배자들이 로켓과 핵무기 능력을 높이는 데 더 매달리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의 대북 정책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었다. 이명박 정권과 오바마 정권은 대북 적대 정책이란 면에서 서로 앞에서 끌어 주고 뒤에서 밀어 주는 형국이었다. 따라서 이번 로켓 발사 성공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이 완전히 파탄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0년 동안 향상된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능력은 모두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의 결과다. 2003년 6월 미국 의회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 관리들은 “우리가 핵무기를 제조하는 것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하고 말했다. 2002년 1월 이라크·이란·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이 1년 만에 이라크를 침략하고 사담 후세인을 사형시켰으니, 북한 지배자들이 이런 결론에 이를 만도 했다.

오바마가 집권한 후 중미 갈등이 본격화한 점도 최근 북한 지배자들이 로켓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데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오바마는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북한 문제’를 적극 활용했다. 천안함 침몰을 계기로 일본 후텐마 기지의 이전 문제를 자국에 유리하게 해결했고, 연평도 상호 포격 사태가 벌어지자 서해로 항공모함을 들여 보냈다. 그리고 한국에게 MD에 공식 참가하라고 촉구하고, 한일군사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등 오바마 정권은 북한을 빌미 삼아 한미일 삼각 동맹의 구축을 꾀했다.

중미 갈등 속에 동아시아 영유권 분쟁이 불붙는 등, 이 지역에 긴장이 높아지자 군비 경쟁도 치열해졌다.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음에도, 이 지역은 군비가 급격히 증가해 왔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인도 등 5개국의 국방비가 지난 10년 동안 2배로 늘었다.

그래서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도 북한의 로켓 발사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력 증강,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그리고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 움직임에 대한 맞대응의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2기 정권 하에서도 “전략적 인내”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북한 지배자들은 이번 발사를 통해 북미 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오바마에게 보내려는 듯하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오바마 재선 후 대북정책에 관한 첫 일성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도와주겠다’는 버마 양곤대학에서의 연설이었는데, [북한 지배자들은] 크게 실망하면서 당분간 대미관계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고 분석했다.

물론 북한 지배자들이 국내 지배 체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이번 로켓 발사의 중요한 배경이다. 최근 군 총참모장 리영호의 숙청설이 제기되는 등 3대 세습의 불안정 요인이 지속되는 듯한 상황에서, 북한 지배자들은 김정일 사망 1주기에 맞춰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로켓 발사 성공을 과시하려 했을 것이다.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

북한의 로켓 발사가 성공하자, 한미일 지배자들은 “심각한 도발”이라면서 게거품을 물고 있다. 이번에도 이들은 유엔 안보리를 소집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려 한다.

이밖에도 한미일 지배자들 사이에서 “2005년 BDA(방코델타아시아)식 금융제재”나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금융기관의 달러화 취급을 금지하는 “이란식 제재”를 실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더 나아가 북한에 기항한 선박의 항구 입항을 사실상 막는 해운 분야 제재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제재의 백화점”이라고 불릴 만큼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어, 추가 제재는 별 효과가 없을 듯하다. 중국이 제재에 협조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강력한 제재 시도는 북한 지배자들의 반발과 충돌을 다시 부를 것이다. 해운 분야 제재는 해상에서 북한과 군사 충돌을 부를지도 모른다. “2005년 BDA식 금융제재”가 이듬해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이어졌다는 점만 봐도, 안보리 결의안 채택이나 추가 금융 제재는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 3차 핵실험 등 더 위험한 일을 초래할지 모른다.

게다가 오바마 정부는 농축우라늄 수준을 확인하는 등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필요 때문에라도 북한과의 대화를 마냥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 냉각기를 거쳐 북미 대화가 재개될지라도, 긴장은 쉽게 해소될 수 없다. 경제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들어 줄 능력에서도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의지가 없다. 북한 ‘악마화’는 앞으로도 미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중에 북미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약속 불이행 문제나 돌발 변수 등이 불거져 다시 위기가 고조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지배자들은 이번 발사를 기회로 삼아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시도할 것이다. 한일군사협정 등이 재추진되는 등 한미일 삼각 동맹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더 강화될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북한발 스푸트니크 쇼크”를 빌미로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권리 등을 확보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 일본 지배자들도 군사력 강화를 시도할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일본 총선 출마자 상당수가 “일본이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답한 점은 매우 불길한 징조다.

이런 시도들이 동아시아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대북 제재와 호전적 조처들에 분명히 반대해야 한다. 핵과 미사일을 만드는 북한 지배자들이 ‘괴물’이라면, 그 ‘괴물’을 만든 ‘악마’는 바로 미국 제국주의와 그 동맹국들의 제국주의적 압박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대선

우파들은 대선 정국에서 북한 로켓 문제를 어떻게든 유리하게 써 먹으려 한다. 박근혜는 대통령에게는 “확고한 안보 리더십과 국가관”이 필요하며 “애국가 부르기를 거부하고 국기에 대한 경례도 하지 않으려는 세력과 동조하는 세력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하며 색깔론도 다시 들먹이고 있다. 새누리 총괄선대본부장 김무성은 또다시 NLL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민주통합당과 문재인 후보는 또다시 이런 보수파들의 논리와 압박에 타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안보 무능력’, ‘대북 정보 부재’ 등이 문제라는 주장으로는, 박근혜와 우파들을 이길 수 없다.

〈한겨레〉 등 자유주의 언론들도 북한의 책임을 주되게 묻고 있다. 〈한겨레〉는 12월 13일자 사설에서 “북한의 핵 능력을 저지하기 위한 국제 제재의 강화는 불가피하다”고까지 주장했다. 그 점에서 진보신당 등 진보진영의 일부조차 제국주의라는 이 문제의 핵심 원인과 책임을 보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

한반도 평화 실현은 제국주의 열강의 긴장 고조 행위와 대북 제재 등에 맞서야만 가능하다. 진보진영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 불안정을 높이는 제국주의에 맞서며, 남한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적 정책에도 반대하는 아래로부터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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