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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민주주의를 유린한 범죄집단을 놔 둘 수 없다

 이 글은 2013년 6월 20일 노동자연대다함께가 발표한 성명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눈덩이처럼 커져가며 박근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윤창중 성추행 사건으로 맞은 위기에서 빠져 나온 지 얼마 안 돼 더 큰 악재에 직면했다.

검찰이 마지못해 밝힌 것만 봐도 지난 대선은 온갖 불법으로 가득 찬 도가니였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은 지난해 총선 때부터 “종북좌파 40여 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다”며 ‘종북 좌파인 야당의 정권 획득을 저지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이 “말씀”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은 매일같이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온갖 지저분한 글과 역겨운 악성 댓글들을 달았다. 원세훈은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등도 지시했다.

지금 조중동은 선거 개입 관련 글이 고작 73건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사기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이 글을 삭제하면서 실수로 남긴 것만 73건일 뿐이다. 국정원이 만든 아이디 개수 등을 볼 때 ‘국정원 악플’의 개수는 수만 건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국정원의 이런 범죄는 이미 지난해 대선 기간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든든한 공범이 있었다. 경찰이 나서서 국정원이 싸지른 오물을 덮어주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경찰청장 김용판은 대선 투표 직전에 “지지·비방 댓글이 없다”며 진실을 덮어버렸다.

그러나 덮어 둔다고 악취가 진동하는 오물이 사라질 수 없다. 특히 검찰은 이 사건을 또 덮기 힘든 처지였다. 부패 우파의 오물 처리반 구실을 너무 자주 해 와서 파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든 사건을 덮으려 했다. 법무부 장관 황교안과 민정수석 곽상도가 대놓고 나서서 원세훈을 감싸며 검찰을 압박했다. 결국 검찰은 진실의 일부만 밝히며 원세훈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뒤처리를 끝냈다. 이 범죄에 연루된 경찰관들은 모두 승진했고, 국정원은 되려 자신을 비판한 사람들을 고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설픈 뒤처리 이후 의혹과 분노의 화살은 이제 원세훈·김용판 뒤에 있는 몸통을 향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선거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가 국정원, 경찰과 수시로 협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명박근혜’가 몸통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을 위한 우파 결집 과정에서 어떤 무리수와 범죄 행위들이 있었는지 밝혀지고 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것이 “국정원과 경찰을 이용한 쿠데타, 권력 찬탈”이라고 규정했다.

이제 사람들은 지난 대선 때 ‘국정원 여직원 감금’을 운운하던 박근혜의 표독스런 표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과연 국정원의 여론 조작과 경찰의 범죄 은폐가 없었어도 선거 결과가 이랬을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당성

따라서 ‘운동권 출신 검사가 수사한 게 문제다’, ‘민주당의 불법 감금은 왜 덮냐?’, ‘국정원에게 종북 좌파 대응을 말라는 거냐?’는 새누리당의 적반하장은 분노에 기름을 부을 뿐이다.

현재 이 사태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위기 의식 속에 대학 총학생회들의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권력기관들이 정권의 개가 되어 국민 여론을 통제하는 데 앞장서는 오늘날의 현실은 군사정권하에서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령부가 수행하던 역할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하고 울분을 터뜨렸다.

시민사회단체와 종교계도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표창원 교수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청원에는 순식간에 1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표창원 교수는 새누리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 여러분께 서울광장에 모여달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제 와서 박근혜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문재인)던 민주당도 뒤늦게 ‘장외투쟁’을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제한적 장외투쟁”이라며 미리 선을 긋는 소심하고 동요하는 태도는 여전하다. 더구나 지금 터져 나오기 시작한 의혹과 대중의 분노는 민주당이 말하는 국정조사와 국정원·경찰 개혁 정도로 가둬질 수 없다.

이번 사태는 반대자들을 탄압·사찰하고 ‘종북’ 마녀사냥을 일삼는 국정원의 본질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또, 이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껍데기 뿐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회는 우리가 선출할 수 없는 재벌, 조중동 등 진정한 권력자들의 이해에 따라 움직여 왔다. 그런데 그나마 우리가 누군가를 선출할 수 있는 과정조차 기만과 협잡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다.

이런 더러운 범죄를 저지른 원세훈은 불구속되고, ‘살고 싶다’고 외치는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구속되는 게 이 사회의 ‘법과 질서’이다.

임기 초부터 부패와 비리가 끊이지 않던 박근혜 정부는 이제 집권과 통치의 정당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미 박근혜는 선거 때 약속을 뒤집는 것도 모자라, 공공부문 민영화와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 온갖 반동적 공격을 시작하고 있었다. 게다가 윤창중 사건 등 계속된 부패와 비리에 휩싸여 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커녕 미국 제국주의와 손잡고 ‘한반도 긴장 프로세스’만 실행해 왔다.

따라서 지금의 분노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온갖 반동적 정책과 노동자 공격에 맞선 투쟁과 연결돼야 한다. 무엇보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정당성을 상실한 불법무도한 박근혜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투쟁을 확대할 때다.

2013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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