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정에서 옹호한 쌍용차 투쟁의 대의:
“더 많은 사람이 촛불을 들고 행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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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성지현 기자가 쌍용차 집회에 참가한 것이 유죄라는 1심 재판에 불복해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2심 재판 방청기와 성지현 기자의 최후진술문을 함께 싣는다.
요즘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드라마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선변호사가 고군분투 하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법정에서는 익살스럽고 인간적인 판사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같은 드라마와는 정반대다.
〈레프트21〉 기자인 성지현 동지는 지난해 5월 19일 쌍용차 범국민 대회를 참가하고 거리에서 행진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2백만 원의 벌금에 기소됐다. 성지현 동지는 1심 재판에서 쌍용차 범국민 대회 참가의 정당성과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에서 유죄 판정과 벌금 1백만 원의 부당한 판결이 나오자 이에 항소를 했고, 2심 재판이 6월 27일 중앙법원에서 진행됐다.
성지현 동지를 변호한 백선옥 변호사는 사실 투표 이외에 정치적 수단이 없는 현실에서, 집회참가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정치적 수단이라 강조했다.
또한, 당시 성지현 동지는 대학생이었고, 사회정의와 불의에 맞서 대학생이 행진을 이끈 것은 격려받을 만한 일이지 처벌받을 일은 아니라고 변호했다.
실제로, 쌍용차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사회적 연대는 무급휴직자 5백여 명의 복직과 8백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성지현 동지는 최후진술에서 죄는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회계조작으로 2천6백50여 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며, 살인 진압을 하고, 결국에는 스물네 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쌍용차 사측과 정부에게 있다고 거침없이 밝혔다.
더불어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행’을 밥 먹 듯 위반한 정몽구 회장과,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지적하며 도대체 ‘법과 질서’가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없다며 통쾌한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판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재판에 관련된 진술’만 하라며 최후진술을 권위적으로 가로막았고 결국엔 최후진술을 끝맺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판사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이 최후진술이라면, 도대체 최후진술의 권리는 왜 주어지고 재판은 왜 하는 것인가?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억압적이고 어이없는 상황에서 방청을 간 지지자들이 “쳇”이라는 소리를 은연중에 뱉었다.
그러자 판사는 “지금 누가 쳇이라고 했어? 지금 사법부에게 쳇이라고 한건가?” 라며 꾀죄죄한 권위를 들먹거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법과 제도가 왜 공정할 수 없는지 그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정리해고를 밀어붙이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몬 쌍용차 사측,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정부, 이러한 범죄자들을 오히려 비호하며 사회정의와 연대를 ‘불법’으로 몰아 부치는 사법부와 투쟁하는 성지현 동지에게 지지를 보낸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싸울 것이다.
‘연대’의 마이크를 들고 행진을 주도했던 성지현 동지는 무죄다!
성지현 동지의 최후진술문
검찰과 1심 재판부는 제가 지난해 ‘5.16 범국민대회’에 참가하고, ‘도로를 점거해 행진하고 연좌’해서 교통을 방해한 죄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첫째, 이는 비겁하고 무리한 법 적용입니다.
지금 경찰과 검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처벌하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경찰은 법적 근거도 없이 집회 현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사진을 찌고, 영상 판독을 해서 무더기로 집회 참가자들을 기소하고 있습니다.
2011년 〈한겨레〉 보도를 보면, 경찰은 2001년부터 이렇게 수만 명의 집회 참가자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집시법 적용이 녹록치 않자, 이제 비겁하게도 일반교통방해죄를 걸고넘어지는 것입니다.
둘째로 설사 당일 집회와 행진으로 인해서 일부 교통 혼잡이 있었다고 해도 그 책임은 저에게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회계조작으로 노동자 2천6백46명을 해고하고, “함께 살자”고 외치며 공장에서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 테이져건을 쏘며 살인 진압을 하고, 결국 24명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지금까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쌍용차 사측과 이 나라 정부에 있습니다.
이에 항의해서 집회 참가를 한 저의 행위는 정당합니다.
특히 제가 참가한 ‘5.16 범국민대회’는 22번째 쌍용차 희생자의 49재였습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고용불안과 생활고에 신음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 죽음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23번째 죽음이 언제 벌어질지 불안했고, 언젠가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설가 공지영 씨는 쌍용차 해고 문제를 다룬 르포 《의자놀이》 를 썼고, 이는 출판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대한문 분향소를 찾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저와 같이 집회에 참가하고 행진을 했습니다.
저를 기소한 검사와 1심 재판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로 제가 이 집회에 참가해서 교통을 방해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저는 셋째로 도대체 이 나라의 ‘법과 질서’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과정에서 자행된 회계조작이 계속 폭로되고 있는데, 책임자를 처벌하기는커녕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한 국정조사 약속은 내팽겨치고, 오히려 국정조사 약속을 지키라고 싸웠던 금속노조 쌍용차 김정우 지부장을 구속했습니다.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이행’을 밥 먹듯이 위반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귀빈석에 앉았는데,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송전탑에 올라간 현대차 노동자는 그 탑 위에서 네 번의 계절을 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인터넷 댓글을 조작하는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서울경찰청장은 대선 투표 직전에 진실을 덮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대놓고 나서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감쌌습니다. 검찰도 결국 진실의 일부만 밝히며 원세훈을 불구속 기소하는 걸로 뒤처리를 끝냈습니다.
이에 분노한 많은 시민들이 지금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법이 정의롭다면, 지금 피고석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닐 것입니다.
넷째로, 쌍용차 투쟁은 경제 위기 속에서 기업의 이윤을 지킬 것인지, 평범한 노동자들의 삶을 지킬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저와 수많은 사람은 후자를 위해 싸웠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2008년 경제 위기 고통전가의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계속된 정치 위기를 덮고, 경제 위기 속에서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려고 시간제 알바나 늘리겠다면서 해고와 비정규직 차별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습니다.
지금 쌍용차 노동자들은 또다시 마힌드라의 ‘먹튀’를 우려합니다.
부도, 먹튀, 매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희생돼선 안 됩니다.
정부가 쌍용차를 공기업화해서 일자리를 보장하고, 이 이상의 비극을 막아야 합니다. 회계조작과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 몬 책임자를 처벌하고, 김정우 지부장을 석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하고, 행진하고, 촛불을 들어야 합니다.
검사는 이것을 갖가지 이유를 붙여서 ‘불법’이라고 하겠지만, 저는 이것을 ‘정의’와 ‘연대’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저는 계속해서 ‘정의’와 ‘연대’를 실현할 것입니다.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단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