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많은 이들의 생각을 공론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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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박창신 신부에 대한 광분적 마녀사냥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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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노동자연대다함께가 11월 26일 발표한 성명이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하 사제단)이 박근혜 사퇴 촉구 미사를 연 것을 두고 우파가 맹공을 펼치고 있다.
사제단은 11월 22일 군산 수송동 성당에서 박근혜 사퇴 촉구 미사를 열었다. 작은 성당에 3백여 명이 참석해 마음을 모았다.
사제단의 용기있는 목소리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은 내년 1월 총회에서 입장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개신교 목회자들의 모임인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는 12월에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금식기도 모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승려 1천여 명도 11월 28일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조계종 승려 시국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원불교 성직자들도 시국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이런 흐름을 두고 목정평 정태효 상임의장은 “1980년대였다면, 지금과 같은 사안은 이미 정치적 심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끝났어야 할 일”이라며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기반에 올라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그래서 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행동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껏 종교계의 용기있는 행보는 정권의 탄압에 억눌려 있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투쟁의 포문을 여는 구실을 해 왔다. 1987년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며 정권 퇴진을 요구했고, 이는 민주화 항쟁의 불을 붙였다.
진의 왜곡
사태가 심상치 않자 박근혜의 우파 정부는 다시 종북 마녀사냥의 무기를 들고 나섰다. 사제단의 사퇴 요구가 투쟁에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뻔뻔스럽게도 박근혜 정부는 한 평생을 차별받고 천대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살아온 분들을 마녀사냥의 제물로 삼으려 한다. 이를 통해 민주적 권리 파괴와 반동적 개악을 향한 불만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고 우파 결집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박창신 신부는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이 연평도 포격 사건을 불러 왔다고 상황을 설명하고 평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평화적 요구를 종북으로 모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우파와 언론들은 이 발언을 북한 지지로 둔갑시켜 왜곡하고 있다.
박창신 신부의 지적대로 당시 연평도 상호 포격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며 “물방울 튀는 것까지 다 보이는 [북한의] 코앞”에서 사격 훈련을 벌이자 북한이 이에 맞대응하며 벌어진 사건이었다. (물론 우리는 당시에 북한의 군사적 대응을 분명하게 비판한 바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합동훈련을 벌이며 북한과 중국을 자극해 왔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군사적 경쟁을 끝내는 것이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정당하다. 대체 무엇이 “종북”이란 말인가.
그런데도 우파는 지금 일부 발언을 떼어내 진의를 왜곡하며 정권 사퇴 요구라는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는 “앞으로 나와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국가기관 불법 대선 개입과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등 반민주적 폭거를 일삼는 자들이 역겨운 공격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까지 직접 나서자 기세등등해진 우파 단체들은 박창신 신부를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며 고발했다. 검찰은 발빠르게 수사 착수를 검토 중이라 밝혔다.
박근혜의 유신스타일은 반정부 투쟁을 탄압하는 것은 물론이고, 양심과 표현의 자유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가치마저 짓밟고 있다. 천주교 신부 구속은 독재 정부들이 반정부 투쟁을 탄압할 목적으로 벌이던 짓이다. 박정희 정권은 1974년 천주교 원주교구장이었던 지학순 주교를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했고, 전두환 정권은 1982년 최기식 신부가 광주항쟁 수배자와 부산미국문화원 방화범을 숨겨 줬다며 최기식 신부를 구속했다. 박근혜 정권은 지금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기회주의적으로 ‘연평도 포격과 NLL에 대한 인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 발 빼고 있다. 이런 식의 선긋기는 우파의 기를 살려 줄 뿐이다. 염수정 대주교가 “사제가 직접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정치 개입은 평신도가 할 일이라 말한 것도 유감스럽다. 이 말대로라면 과거 김수환 추기경이 시국선언과 시국발언으로 박정희 독재 정권에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것은 뭐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불법과 부정에 … 잘못됐다고 외치는 것이 종교적 의무이자 책임”(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창현 목사)이라는 당당한 주장이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올곧게도, 박창신 신부는 “발언을 취소할 생각이 없다”며 “이번 사건의 본질을 알고 나서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 청와대 반응은 웃긴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파들의 십자포화를 받으면서도 용기있게 당당한 태도를 취하는 박창신 신부와 사제단을 우리 모두가 한마음과 한목소리로 변호해야 한다.
2013년 11월 26일 노동자연대다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