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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 박근혜 사퇴를 요구하다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이하 사제단)이 ‘불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미사’를 잇달아 연다.

사제단은 11월 22일 군산을 시작으로 전주, 익산 등지를 순회하며 미사를 열 계획이다. 종교계에서 박근혜 사퇴 요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님” 11월 22일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마치고 가두행진을 하는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사진 제공 〈참소리〉

사제단은 미사 참석을 촉구하면서 선거 개입과 수사 외압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사악한 반격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제단은 지금이 “불법과 부정과 거짓의 시대”라며 불의한 정부가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부자들의 세금 개혁은 뒷전에 놓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 세금을 물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파견근무와 비정규직을 통해서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고 “종북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법외노조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근혜 사퇴 촉구는 전국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천주교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은 언론을 통해 내년 1월 중 전국 사제단 총회에서 입장을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내에서는 이미 국정원 게이트 폭로 직후부터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6월부터 9월까지 천주교 평신도, 수도자, 15개 교구 사제들은 국정원 게이트에 항의하며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미사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12월 8일 인권주일과 사회교리 주간을 앞두고 담화문을 발표해 “국가권력의 불법적 선거개입과 이에 대한 은폐축소 시도는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정치적 권리를 왜곡하고 훼손하는 일”이라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 추진위원회가 주축이 돼 민주화를 위한 천주교행동(가칭) 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정식 평신도단체가 출범할 예정이다.

‘정교 분리’?

종교계에서 사퇴 요구가 터져 나오자 새누리당은 당황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대변인 유일호는 사퇴 요구가 “국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종교인의 본분을 망각한 정치적 의도가 보이는 행위라면 이를 용납할 국민들은 없을 것”이라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총체적 불법 선거 개입으로 국민을 우롱한 자들이 적반하장이다.

“정교분리” 운운은 새누리당의 무지와 위선을 드러내는 말이다.

우선 무지다. 세속주의의 원리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가 아니라 ‘국가’와 ‘교회’(또는 종교단체 일반)의 분리다.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아예 불가능하다. 종교가 인간의 삶을 도외시한 채 단지 영혼에만 관여할 수도 없거니와, 인간 영혼이 인간의 삶과 동떨어진 문제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삶은 사회적이므로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가령 모든 종교의 관심사인 사랑과 자녀 양육 문제가 일자리나 임금 문제와 별개일 수 있는가?

그 다음은 위선이다. 새누리당과 군사독재 정권은 1970~80년대에 ‘정교분리’를 내세워 민주화 운동에 참가하는 종교인들을 비난했지만 정작 자기네는 우파 종교인들과 조찬 기도회 따위를 가지며 유착했다. 2000년대에도 이 자들은 노무현 정부에 맞서 우익 개신교인들을 대거 동원해 사학법 반대 집회 따위를 열었다.

사제단의 이번 사퇴 촉구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과 차별받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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