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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란 무엇인가?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뒤 동아시아에서 중미 간 긴장이 더한층 고조되고 있다. 강대국이 빈국의 독재자를 ‘불량’이나 ‘실패’로 규정하며 공격하는 것을 넘어 헤비급들끼리 으르렁거리는 이런 사태 전개는 제국주의 간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 주는 듯하다.

냉전 시대 동안에 미·소 양대 초강대국들은 주로 세계의 여러 지역들에서 대리전(한국전쟁 등)을 치렀다. 1990년대 초 냉전이 끝난 뒤 미국은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이름으로 ‘불량국가들’(세르비아, 이라크 등)을 침공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G2(주요 2개국)가 직접적으로 무력 시위를 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중국 경제는 네덜란드보다 작았다. 그런 중국이 지금은 G2 반열에 올라 미국에 ‘신형 대국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슈퍼 강대국 미국은 흔들리는 중심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오늘날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면 제국주의를 이해해야 한다.

국가자본주의와 세계화

좌파들 중에는 제국주의를 강대국이 약소국을 정복하고 지배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것은 제국주의의 한 중요한 측면이다.

그러나 제국주의는 소수 강대국들이 세계 체제를 지배하고자 경제·정치·군사적으로 서로 갈등을 빚으며 경쟁하는 자본주의의 최근 국면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 간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국가 간 정치적·군사적 갈등과 전쟁을 낳는다. ⓒ사진 출처 http://www.iww.org/

20세기 초에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인 레닌과 부하린이 제국주의 이론을 발전시켰다. 그 핵심을 요약하면 이렇다.

선진국에서 국가와 거대 자본이 결합되면서 자본 간 경쟁이 국가 간 경쟁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국가 간 정치적·군사적 갈등을 낳는다. 각국의 거대 자본은 상대국의 거대 자본을 누르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고 국가를 이용한다. 따라서 제국주의는 전쟁을 낳고, 무장한 평화 시기와 더 위험한 전쟁 시기가 갈마든다.

1960년대 말 이후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어난 변화 과정이 그랬다. 1960년대까지 선진국의 국내 시장은 자국 생산품이 지배했다. 그 뒤 30∼40년 동안 경제가 상호 침투했다(세계화). 그러나 이런 상호 침투는 국가 간 투쟁을 없애지 못했다. 다국적기업들이 특정 나라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 이사진은 흔히 특정 나라 지배계급과 통합돼 있다. 그들은 자기 나라 국가권력을 다른 나라에 기반을 둔 경쟁 다국적기업들과 협상하고 압박하는 데 필요한 무기로 본다.

2000년대 초에 안토니오 네그리 같은 자율주의 사상가들은 자본의 지구적 상호 침투로 ‘제국’이라는 추상적 실체가 형성됐고, 이제 제국주의 개념은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본의 지구화가 국민국가 간 투쟁을 끝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세계무역기구(WTO) 등 자본주의 세계화 기구는 국민 자본주의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국민국가들 간의 협상 기구 구실을 했다.

네그리가 ‘제국’을 주창하던 바로 그 순간에 미국은 패권과 석유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다. 경제력뿐 아니라 군사력도 특정 자본주의 국가가 다른 자본주의 국가에 주도권을 천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레닌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는 제국주의의 핵심 특징이다. 곧, 제국주의는 특정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서로 싸운다. “제국주의의 근본적 특징은 몇몇 주요 열강이 패권 장악, 즉 영토 정복을 위해 경쟁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상대방을 약화시키고 패권을 갉아먹기 위해 경쟁한다.”(레닌)

이렇듯 군사력은 제국주의 지배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로, 제2차세계대전 이후 30년 동안 자본주의 경제는 무기 생산을 통해 안정화됐다.

불균등 발전

제국주의는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래 진행돼 온 불균등 결합 발전의 산물이다.

첫째, 불균등 발전 때문에 소수 강대국들이 나머지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였던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고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늘날 세계는 매우 위계적으로 형성돼 있다.

둘째, 또한 불균등 발전 때문에 선진 강대국들 사이에서 패권을 위한 군사 경쟁과 전쟁이 일어난다.

레닌은 《제국주의》를 쓰면서 “50년 전에 독일은 가난하고 중요하지 않은 나라”였지만 자기 시대에 들어 독일이 주요 제국주의 열강으로 부상한 것을 지목했다. 다시 말해, 전 지구적 자본 축적 과정의 불균등성 때문에 새로운 열강이 미래에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오늘날 미국 지배계급은 냉전 해체 후 20여 년 동안 자국의 세계적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헨리 키신저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같은 주요 전략가들이 쓴 책은 모두 미국이 지금의 세계적 지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실로, 자본주의 열강 간 세력 균형에 변화가 있어 왔다. 오늘날 미국 경제는 여전히 1위다. 그러나 1945년과 비교하면 약화됐다. 1945년에 세계 생산의 절반이 미국 국경 안에서 이뤄졌다. 오늘날 그 수치는 대략 22퍼센트다.

오바마의 전임자인 조지 W 부시와 그 일당(네오콘)은 특히 중국 경제가 성장해 미국을 추월할까 봐 두려워했다. 그래서 군사적 패권을 확립할겸 석유도 장악할겸 이라크를 침공했다. 잠재적으로 세계 2위의 산유국인 이라크를 지배한다면, 중동산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중국(그리고 일본과 대부분의 유럽)과의 무역·투자 협상에서 커다란 지렛대를 갖게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라크 도박은 실패로 끝났다. 그 결과, 최근 중국의 심각한 도전에서 보듯이, 미국은 힘의 한계를 더한층 겪고 있다.

셋째, 불균등 발전에서 비롯한 제국주의 열강 간의 충돌을 비집고 민족해방 투쟁이 일어난다(전간기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민족해방 투쟁과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베트남 민족해방 전쟁 등). 이것이 20세기 제국주의 전쟁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민족이 외세의 지배 없이 국가 독립을 포함해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족자결권을 옹호한다. 즉, 한 민족이 자신의 독립 국가를 건설하거나 타국과 연합 또는 분리를 할 권리를 지지한다. 마르크스는 “다른 민족을 억압하는 민족은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1920년대 초 코민테른(공산주의인터내셔널; 국제공산당)도 세계 혁명은 제국주의 나라들에서 벌어지는 사회주의 혁명을 향한 노동자 투쟁과 식민지 민중의 민족해방 전쟁이 연대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합 발전

한편,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각국과 각 지역 등)은 각각 불균등하게 발전할 뿐 아니라 서로 결합돼 발전한다(결합 발전).

자본주의가 확산되면서 종종 미국이 후원하는 지역 강국들(‘아류 제국주의’)이 등장했다. 이 국가들은 그 지역에서 자기 나름의 이해관계도 갖고 있으며, 경제력과 군사력을 통해 이웃 국가들에 적어도 얼마간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다.

예컨대, 과거에 미국은 중동에서 전통적으로 세 국가를 후원했다 ―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1979년 혁명 전까지 이란. 이 세 국가는 중동에서 미국의 ‘경비견’ 노릇을 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중무장했고 미국한테서 재정 지원을 받았다.

그런데 그들은 점점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났다. 이란 혁명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 적으로 돌변했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1980년대 내내 이란의 이슬람공화국에 맞서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후원했다(제1차 걸프 전쟁).

그러나 1991년에 이 지역에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 제국주의(나머지 제국주의 지배자들의 지지를 받은)는 ‘아류 제국주의’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치렀다(제2차 걸프 전쟁).

효과적인 반제국주의 전략

사회주의자들은 제국주의적 전쟁과 국내 계급투쟁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레닌은 이 점이 사회주의자와 평화주의자의 차이점이라고도 지적했다.

“우리는 계급이 철폐되고 사회주의가 건설되지 않는 한, 전쟁은 종식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또한 내전, 다시 말해 억압 계급에 대항해 피억압 계급이 수행하는 전쟁, 노예 소유주에 맞선 노예들의 전쟁, 지주에 맞선 농노들의 전쟁, 부르주아지에 맞선 임금 노동자의 전쟁을 완전히 합법적이고 진보적이며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한다.”(《사회주의와 전쟁》)

이렇듯 사회주의자들은 각각의 전쟁을 역사적으로 그리고 구별해 살펴본다. 따라서 전쟁은 다 나쁘고 비도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해방을 위해 불가피한 폭력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으로 부도덕한 것이다. 예컨대, 제2차세계대전 때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거주 지구(게토)에서 투사들이 독일 군대를 겨냥해 든 총은 해방을 위한 수단이었다. 반면, 바르샤바 게토의 유대인을 겨냥한 독일 병사의 총은 나치의 고문과 학살을 위한 수단이다(로만 폴란스키가 감독한 영화 〈피아니스트〉의 배경이다).

물론 평화주의자들이 사회주의자들이 반대하는 특정 전쟁에 반대해 대중 운동을 건설하고자 한다면, 사회주의자들은 이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는 신축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처럼 사회주의자들이 제국주의와 전쟁을 반대하는 운동을 평화주의자들과 함께 건설할 때 대중의 반전 정서에 조응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제국주의 질서를 분쇄할 가장 효과적인 전략을 참을성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투쟁의 교훈이 집약돼 있는 마르크스주의적 제국주의 이론이 아주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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