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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째 파업을 이어가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인천공항 역사상 처음으로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주일 넘게 흔들림 없이 싸우고 있다. 노동자들은 11월에 세 차례 시한부 파업을 하며 고용승계, 근속수당,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지난 12월 7일부터는 환경, 설비, 탑승교, 소방대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8년 연속 세계 공항서비스 1위”라는 인천공항의 이면에는 비정규직의 차별과 멸시가 있다. 인천공항 노동자의 87퍼센트인 6천여 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3년마다 인천공항공사와 하청업체가 재계약할 때는 물론이고, 하청업체와도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심각한 고용불안을 겪어 왔다. 인천공항공사와 하청업체들은 노동자들의 불안한 처지를 이용해 비인간적인 차별을 해 왔다.

‘ASQ(세계 공항서비스 평가)’가 있을 때면 청소 노동자들은 ‘유령’처럼 화장실에 처박혀 아예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다. 노동조합으로 단결하기 전까지 월차나 병가조차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고작 38.3퍼센트밖에 되지 않아서, 오죽하면 “정규직 임금의 절반이라도 달라”고 요구할 정도다. 재계약을 반복해 왔기 때문에 13년을 일한 노동자나 이제 막 입사한 노동자나 임금이 똑같다. 쥐꼬리만 한 임금조차 하청업체들이 중간에 떼어먹고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남들 다 받는 명절 상여금도 없었다.

탑승교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매우 정당하다. 이들은 “그동안 인천공항공사는 우리를 단순 업무라고 무시해 왔다. 이제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파업으로 똑똑히 보여 주고 있다”며 투지를 다지고 있다.

실제로 공항 업무는 여러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탑승교 운전에 투입된 미숙련 대체인력의 실수가 연일 발생하면서 항공기가 30분 이상 지연되고, 급기야는 항공기와 탑승교가 부딪혀 비행기가 3시간 동안 이륙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자 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을 무력화하려던 인천공항공사는 탑승교 업무에 투입했던 대체인력을 철수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연대도 탑승교 운전 대체인력을 철수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조종사 노동자들은 탑승교 운전 훈련을 하는 대체인력을 쫓아내고, 미숙련 대체인력의 위험성에 대해 국토교통부에 고발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인천공항 비정규직 집회에 참가해 굳건한 노동자 연대를 밝혔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객터미널과 비행기 사이를 연결해 승객을 태우지 않는다면, 비행기는 뜰 수도 없고, 뜰 가치도 없습니다. 우리의 업무는 요소마다 서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습니다.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안하무인

그러나 “진짜 사장” 인천공항공사는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들어주기는커녕, 징계 위협과 탄압으로 조합원들을 공격하고 있다. 정당한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공항 내 소란 행위와 점거를 빌미로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 하청업체들도 파업 노동자들에게 고용과 임금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

12월 13일에는 인천공항공사 관계자가 교섭에 나왔지만, 여전히 핵심 요구를 회피하고 딴소리만 해댔다. 그는 고용승계 약속도 하지 않았고, 근속수당 지급도 거부했다.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낙하산 1호인 인천공항공사 사장 정창수가 쉽게 양보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잔치는 끝났다”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런 인천공항공사의 안하무인 태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저들은 우리가 조용히 하면 시간 끌기를 하고, 우리가 투쟁 수위를 높이면 대화 시늉만 한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 만약 인천공항공사가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전면파업이라도 해야 한다.”

“투쟁을 시작한 이상, 끝까지 싸워서 이겨야 한다.”

파업 9일째를 넘기면서 적잖은 조합원들이 투쟁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탑승교, 소방대, 특수경비 업무 등은 필수유지업무제도와 경비업법 등으로 파업에 큰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파업 노동자 수는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마지막 경고

물론 전면파업의 부담이 크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은 사측을 무릎 꿇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얼마 전 인천공항공사는 탑승교 조합원 세 명에게 사실상 해고 위협인 “현장 내 출입금지” 결정을 내렸다가, 노조 집행부가 긴급회의를 열어 전면파업 논의에 들어가자 곧바로 “출입금지” 조치를 철회했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은 “우리가 참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 내로 답을 주지 않는다면 전면 파업에 들어가겠습니다. 이것이 마지막 경고입니다”라는 조성덕 지부장의 말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한편, 노조는 “설비 부문에 대체인력이 투입되면 곧바로 여객터미널로 올라가 발본색원해서 쫓아내겠다”고 하고 있다. 환경 부문에서도 대체인력을 막을 방법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적잖은 환경지회 조합원들은 “대체인력만 아니었다면 파업 이틀 만에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더 단호하게 싸워 파업의 효과가 커지면 인천공항공사를 물러서게 만들 수 있다. 또, 투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연대도 더 확대될 수 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 공공부문 간접고용의 상징인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정한 성과를 낸다면, 많은 노동자들이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