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민주화 30주년이기도 했던 지난해, 10월 말에 열린 총선에서 트로츠키주의 정당들의 선거 연합이 5퍼센트 이상(모두 합쳐 1백15만 표)을 득표했다.

‘좌파와 노동자 전선’(스페인어 약칭으로 FIT)이라는 이름의 이 연합은 몇몇 주요 지역에서는 전체 득표율인 5퍼센트보다 훨씬 더 많이 득표하기도 했다.

산타크루스에서는 10퍼센트를, 살타 주(州)에서는 19퍼센트를 득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市)의 여러 선거구와 멘도사 주, 투쿠만 주, 차코 주, 코르도바 주,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런 훌륭한 득표 결과 덕분에 트로츠키주의적 좌파들은 아르헨티나 역사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세 명 배출할 수 있었고, 지방의회 의석도 다수 확보할 수 있었다.

집권 세력인 페론주의자들에 대한 지지가 떨어진 것이 이런 약진의 배경이었다. 페론주의 정당의 득표율은 2011년에는 54퍼센트였는데 2013년 10월에는 32퍼센트로 떨어졌다. 현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키르치네르와 그의 남편이자 전임 대통령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는 지난 10년 이상 아르헨티나 정치를 지배했다.

아르헨티나 자본주의는 2000~01년 경제 위기로 휘청거리며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고, 2001년 12월 대중 항쟁이 일어나 몇 달 안에 대통령 다섯 명이 물러났다.

키르치네르 부부는 아르헨티나 자본주의를 회생시켰는데, 이는 아시아[특히 중국] 발(發) 원자재 시장 호황에 힘을 얻은 것이었다. 그들은 특정 부르주아 집단의 지지를 받아 산업화를 다시 시작하고자 했다.

키르치네르 부부는 고용 수준 개선(그럼에도 불안정 노동자의 비율은 계속 높았다)에 일조한 중소기업들의 지지도 받았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다시 찾아오자 페론주의도 위기를 겪었고, 좌파에게 공간이 생겼다.

키르치네르 세력과 연계가 없는 중도 좌파 민족주의 세력의 일부가 신자유주의 우파와 동맹을 맺은 것도 한 요인이었다. 그 덕에 그들에게 갈 표 일부가 FIT로 왔다.

FIT를 결성한 것은 집권당이 2010년에 선거법을 개정한 것의 영향을 받은 일이기도 하다. 이 선거법 개정은 우파 정당들에 불이익을 주려고 했던 것인데, 국회의원을 배출하려면 2퍼센트 이상을 득표하도록 규정했다.

이 변화로 말미암아 [우익 정당뿐 아니라] 주요 트로츠키주의 단체들인 PO(노동자당), PTS(사회주의를 향한 노동자당), IS(사회주의 좌파)는 선거에서 존재감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선거 연합을 꾸리게 됐다. 비록 아르헨티나 트로츠키주의 경향의 오래된 악습[종파주의]으로 말미암아 New MAS(사회주의를 향한 새로운 운동, IS를 비롯한 소수 정당들과 선거적 영향력이 비슷하다)를 연합에서 배제했지만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트로츠키주의적 좌파들은 대부분 종파주의(때때로 기회주의와 결합됐다)와 이론의 무미건조함으로 악명 높았다. 그러나 FIT가 페론주의에 반대하는 주요 우파 야당인 급진당(UCR)은 물론 키르치네르 세력들에 대한 대안으로 스스로 자리매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기성 정당들에 대한 항의

FIT에 대한 투표는 [기성 정당들에 대한] 항의의 성격이 있었다. 물론 트로츠키주의 단체들이 전투적으로 거리 행진을 벌이고 노조, 지역사회, 학생운동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사람들이 봤기 때문에 FIT에 투표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FIT에 투표한 사람들은 새로운 대안을 찾으며 트로츠키주의적 좌파에 투자를 한 것이다. 그러나 대중 운동과 노동자 운동 수준이 질적으로 전진한 덕에 FIT의 득표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FIT로 왔듯이 미래에는 다른 세력에게로도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선에서는 다시 FPV[‘승리를 향한 전선’, 키르치네르 부부가 속한 페론주의 정당]를 찍을 수도 있고, 다른 선거에서는 중도 좌파를 찍을 수도 있다.

FIT의 선거 강령이 특별히 급진적이지는 않았다(프랑스 반자본주의신당 NPA의 강령이 훨씬 더 급진적이다). 그러나 FIT는 그 나름의 투쟁의 역사가 있고, [특히 그들이 주도한] 노동조합 운동은 전투적이었던 것도 긍정적이었다. 또한, FIT는 국회에 좌파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FIT가 전통적 약점을 극복하고 피억압자들을 위한 투쟁에서 효과적인 수단으로 스스로 변모할 수 있을까 없을까? 이것이 중요할 문제일 텐데, 지금 그럴 기회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