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운송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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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 아르헨티나 운송 노동자들이 대규모 하루 파업을 벌였다. 3월 31일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하루 파업이다.
아르헨티나운송노동조합연맹(CATT)이 호소한 이번 파업으로 버스·기차·전차·지하철이 멈췄다. 노동자들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들어가는 주요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전차·지하철을 세우자, 다른 부문 노동자들도 출근할 수 없었다. 냉동차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식당 영업도 중단됐다. 이 때문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각급 학교와 기업들도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 했다.
주요 노조연맹들에 속하지 않은 노동조합들도 동조 파업을 벌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양대 공항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해 국내선 항공편 전체와 국제선 항공편 일부의 운행이 중단됐다. 청소 노동자들은 쓰레기 수거차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기를 맞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효과는 컸다. 현지 언론은 이날 파업으로 최대 1백10억 페소(약 1조 4천억 원)의 생산량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의 하루 생산량은 약 1백70억 페소(약 2조 1천억 원)다.
파업 노동자들은 소득세 인하와 임금 인상률 상한선 폐기 등을 요구했다. 경제 위기와 물가 인상에 대한 항의였다.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 초 공황 이후 10여 년 만에 또다시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아르헨티나 경제는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이 증가한 것에 힘입어 회생하는 듯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와 세계경제 재침체 우려 때문에 대규모로 자본 유출이 일어났다. 이는 2014년 “기술적·부분적 디폴트” 선언으로 이어졌다.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서 물가가 폭등했다. 2014년 아르헨티나의 물가 인상률은 공식 통계로도 24퍼센트에 이르는데, 실제로는 4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관측이 많다. 반대로, 임금 인상률은 이에 턱없이 못 미친다. 그런데 정부는 임금 인상률 상한선을 27퍼센트로 못 박아 뒀다. 노동자들에게는 실질 임금이 대폭 삭감된 것이다.
피케테로스
문제는 임금만이 아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일시적 경제 회생에 힘입어 아르헨티나 제도권 정치를 주도한 포퓰리즘 성향의 전 대통령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현 대통령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둘은 부부다)는 공공 지출을 삭감해 노동계급을 계속 공격해 왔다.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에서도 2008년 위기 이후 구조조정이 이어져 실업률이 폭등했다.
이 때문에 십수 년 만에 조직 노동자 운동이 성장했다. 2000년대 초 경제 위기 때는 피케테로스(실업자) 운동이 부상했었는데, 이번 위기는 조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주도한다. 지난해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각각 수백만 명이 참가한 하루 총파업을 두 차례 벌여 연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항의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트로츠키주의 정당들의 선거 연합 ‘좌파와 노동자 전선’(FIT)이 1백만 표 이상의 지지를 얻으며 원내에 진출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120호 ‘아르헨티나 혁명적 좌파들에게 찾아온 기회’)
한편, 우파들도 키르치네르 정부에 반발해 결집하고 있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PRO)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 마우리시오 마크리를 앞세워, 키르치네르 정부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10월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자며 우파 결집을 꾀하고 있다. 현 정부의 지지율이 30퍼센트 대로 떨어지면서, 마크리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1퍼센트포인트 차이로 여당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걱정스럽게도 아르헨티나전국노동자총연맹(CGT)을 비롯한 대형 노조 지도자들은 현 정부에 맞서 투쟁을 적극 건설하기보다 노·사·정 협의에 힘을 기울인다. 심지어 일부 노조 지도자들은, 운송 노동자 파업을 “선거에 나쁜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 파업”이라고 비난한 현 정부에 동조하기도 했다.
반면 FIT는 옳게도 파업을 지지하며 9일 행동에 동참했다. 아르헨티나의 혁명적 좌파들은 이처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투쟁에 적극 동참하고, 필요하면 신축성을 발휘해 다른 정치 경향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함으로써, 현 정부 왼쪽에 형성된 공간에서 좌파적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