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과 긴축이 강화되는:
2014년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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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2014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퍼센트대 후반으로 제시했다. 2012년 2.0퍼센트, 2013년 2.8퍼센트의 저성장에서 벗어나 나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이런 ‘예측’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거의 없어야만 맞아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연초부터 진행되는 세계경제 불안정 상황을 보건대 이럴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세계경제 위기에 대해서는 관련기사 "신흥국 경제 위기 - 세계경제는 여전히 지뢰밭을 걷고 있다"를 참조하시오)
게다가 1천조 원에 이르는 가계 부채는 안심할 처지가 못 되고, 따라서 민간소비가 늘어나리라는 정부 예측이 맞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다. 2013년 상반기 가계부채는 9백80조 원으로, 2009년보다 2백조 원 넘게 늘었다.
물론 2013년 상반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2년 말보다는 둔화됐다. 그러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같은 기간 1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9년 1백29퍼센트에서 2011년 1백35퍼센트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1백37퍼센트로 증가했다. 소득보다 부채가 더 늘었다는 얘기다.
기간 | 국민총소득 | 가계 | 기업 |
---|---|---|---|
1975년~1997년 | 8.9 | 8.2 | 8.1 |
2000년~2010년 | 3.4 | 2.3 | 16.5 |
2005년~2010년 | 2.8 | 1.6 | 19.1 |
2010년 | 5.5 | 2.5 | 26.8 |
이처럼 가계 부채가 크게 는 것은 IMF 경제 위기 이후 가계 소득이 별로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표1]에서 보듯이, 1997년까지는 가계와 기업의 소득 증가율이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2010년까지 기업소득 증가율은 그 전 시기의 곱절이 된 반면, 가계소득 증가율은 4분의 1 토막이 난 연평균 2.3퍼센트에 불과했다.
기업 양극화
기업들은 노동자들을 쥐어짜 더 많은 이득을 취해 왔다. 가계소득에 비해 기업소득이 높은 점이 이를 분명히 보여 준다. 대기업들의 현금 보유량도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기업들의 상황도 양극화되면서 위험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2008년 위기 이후 그럭저럭 버텨 온 일부 재벌조차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기간 | 매출액 증가율1) | 영업 이익률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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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전체 | 삼성전자, 현대차 제외 | 상장사 전체 | 삼성전자, 현대차 제외 | |
2010년 | 18.6 | 18.0 | 7.4 | 6.9 |
2011년 | 6.3 | 5.8 | 5.7 | 5.1 |
2012년 | 5.0 | 3.7 | 5.2 | 3.9 |
[표2]에서 보듯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상장 기업들의 상황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마르크스의 이윤율 개념과 같지 않고 통상적인 의미이지만, 기업 수익성을 보여 주는 영업이익률의 경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포함하면 2011년 5.7퍼센트에서 2012년 5.2퍼센트로 크게 낮아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2012년에 3.9퍼센트로 크게 낮아졌다.
이런 상황은 2013년에도 계속됐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 상장사 중 5백1곳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3년 상반기 매출액은 2012년 같은 기간보다 2.35퍼센트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55퍼센트, 순이익은 2.59퍼센트 늘어,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 개선은 ‘삼성전자 착시현상’에 기댄 장밋빛 환상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5백 개 기업의 2013년 상반기 실적은 오히려 2012년보다 크게 나빠졌다.([그림] 참조)
매출액은 2012년 상반기보다 0.47퍼센트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51퍼센트, 순이익도 14.88퍼센트나 급감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게다가 스마트폰 판매도 점차 한계에 부딪히면서 삼성전자의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웅진·STX·동양 같은 재벌들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부도가 났고, 2014년에도 건설·조선·해운·철강 등을 주업종으로 하는 동부·한진·현대·동국제강·두산 등의 재벌들이 위기에 처하면서 부도가 나거나 구조조정이 벌어질 수 있다.
재벌의 부도는 가계부채 증가·부실화와 함께 한국 금융권에 큰 타격을 줄 것이고, 이렇게 되면 한국의 국가신인도가 추락하면서 해외 자금 이탈 같은 연쇄적인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또, 현대중공업처럼 그동안 버텨 온 조선업계나 GM·르노삼성처럼 기업 상황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 투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긴축 강화
한편, 국회를 통과한 2014년 정부 예산안은 3백55조 8천억 원으로 확정돼, 지난해 추경예산 3백49조 원에 비해 고작 2퍼센트(6조 8천2백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예상한 경제성장률(3.7~3.8퍼센트)만큼도 늘리지 않은 것이다.([표3] 참조)
연도 | 2009 | 2010 | 2011 | 2012 | 2013 | 20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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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예산 | 추경 | ||||||
정부 총지출(조 원) | 284.5 | 292.8 | 309.1 | 325.4 | 342.0 | 349.0 | 355.8 |
복지예산(조 원) | 74.6 | 81.2 | 86.4 | 92.6 | 97.4 | 99.3 | 106.3 |
복지 증가율(퍼센트) | 10.2 | 8.8 | 6.4 | 7.2 | 5.2 | 7.2 | 7.0(9.1)* |
총지출 대비 복지예산 비율(%) | 26.2 | 27.7 | 28.0 | 28.5 | 28.5 | 28.5 | 29.9 |
게다가 올해 ‘공공기관 정상화’ 등으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할 작정이어서, 공기업 투자도 줄 공산이 크다. 2012년에도 SOC 담당 공공기관들은 2011년에 견줘 투자를 4조 원 넘게 줄인 바 있다. 이렇게 정부 지출과 공공기관 투자 등을 함께 보면, 2014년의 정부 예산 방향은 분명한 긴축 기조이다.
복지 예산을 예년 증가율과 비슷하게 7퍼센트 늘렸지만 늘어난 예산의 상당 부분은 의무지출 증가에 따른 것이며, 기초연금에서 보듯 대상자 확대를 제한하거나 지원 단가를 동결한 “반(反)복지적 예산안”이다.
박근혜 정부가 긴축 예산을 짜고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렇다.
1)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 인상 위험에 대처한다.
2) 통상임금 확대, 노동시간 단축 논의에 앞서 공공기관에서 임금을 삭감해 민간 부문의 임금도 억제한다.
3) 위험 기업들을 어느 정도 구조조정 해 둬야만 더 심각한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가 긴축 계획을 한결같이 추진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세계경제 불안정과 중국의 경기 둔화, 국내 가계부채 위험과 한계 기업의 증가 등으로 만일 한국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면, 추경예산 편성으로 대기업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014년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경제 붕괴를 막으려고 미국이 실시한 통화 팽창 정책(양적완화)이 종료되는 전환점이다. 이런 정책 변화는 세계경제의 불안정을 크게 높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겉으로는 양적완화 축소의 여파가 한국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신흥국 위기와 중국의 경기 둔화가 미칠 영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구조를 개편하고 노동자를 더 쥐어짜야 한다는 지배자들의 절박함도 훨씬 커졌을 것이다.
조직 노동자들의 현 상태를 보건대 지배자들의 강공 드라이브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도 터져 나올 공산이 크다. 수년간의 임금 동결로 노동자들의 분노가 커졌고, 철도 파업 등의 여파는 노동자들의 투지를 높여 줬을 것이다.
지배자들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해야만 천대받는 소수자들의 조건과 정치적 민주주의도 방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