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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국제 공동 행동의 날:
수만 명이 파시즘과 인종 차별에 맞서 행진하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서 전 세계 대도시 20여 곳에서 벌어진 시위는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고, 다채로웠다.

가장 가시적인 시위는 그리스에서 열렸다. 노동조합원과 이주민 수만 명이 수도 아테네를 비롯해 살로니카·차니아 등 주요 도시들에서 주목할 만한 행진을 벌이며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마녀 사냥에 반대했다.

시위대는 인종차별·파시즘 반대를 긴축 반대와 연결시켰다. 시위대는 정부가 이주민 캠프를 폐쇄하고 이주민 자녀들에게 시민권과 선거권을 주기 위한 예산을 핑계로 긴축을 정당화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물 민영화 반대 운동도 이날 행진에 함께했다.

노동자들이 대열의 주축을 이뤘다. 언론노동조합(POSPERT), 공무원노조연맹(ADEDY) 소속 노동자들을 비롯해 병원 노동자, 통신 노동자, 교사 노동자 등 많은 노동자들이 시위에 참가했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우크라이나 이주민 단체들도 함께 행진했다. 본지가 지난 호에 보도한 것처럼, 교사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했던 학생 단체들도 대열의 중요한 일부를 이뤘다.

뜻깊게도, 파시스트 정당인 황금새벽당과 이들을 비호하는 정부에 희생된 사람들도 행진에 참가했다. 사용자들에게 총격을 당한 이후 투쟁을 벌이는 파키스탄계 농업 노동자들, 황금새벽당 당원들에게 살해당한 셰자드 루크만의 유가족은 “황금새벽당에 한 표라도 찍는 것은 나치의 손에 칼을 들려 주는 것이다! 그리스 의회든, 유럽연합(EU) 의회든, 지방자치단체든 마찬가지다!” 하고 외쳤다.

이 행진은 황금새벽당에 맞서는 중요한 도전이었다. 최근 반파시즘 운동에 밀린 정부는 황금새벽당 소속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박탈했고, 면책특권을 박탈당한 의원 중 일부는 제 앞가림이라도 하고자 황금새벽당을 탈당했다. 이런 상황에 고무된 그리스 민중이 또 한 번 세력을 과시한 것이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서 일어서라” 3월 22일 영국에서 성공적으로 열린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시위. ⓒ〈소셜리스트 워커〉

반파시즘연합(UAF)과 영국노총(TUC)이 공동 주최하고 모든 주요 노조들이 후원한 영국 시위도 힘차게 진행됐다. 런던·글래스고·카디프 등 영국 주요 도시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동은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서 일어서라’ 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노동조합원들과 반파시즘 활동가들뿐 아니라 루마니아·불가리아·폴란드·로마(집시)·쿠르드계 이주민 단체들과 무슬림·기독교인 등 다양한 종교 단체들이 이날 행동에 함께했다.

참가자들의 목소리도 힘찼다. 시위를 지지한 노동당 하원의원 다이앤 애봇은 “이주민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착취가 저임금의 원인”이라며 “[정부는 이주민들 때문에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위험하다지만] 이주민들이 없었다면 NHS도 없었을 것”이라고 연설해 이주노동자들이 긴축에 책임이 있다는 정부의 거짓말을 반박했다.

TUC 위원장 무함마드 타즈는 “자본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노동자들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민의 자유가 없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민의 자유를 옹호했다.

이민의 자유

시위대는 파시스트 정당인 영국국민당(BNP)뿐 아니라 보수당의 부진을 딛고 성장세를 보이는 인종차별적 우익 포퓰리즘 정당 영국독립당(Ukip)에 맞서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연사들은 “모든 정당들은 인종차별, 파시즘, 이민 반대 정치를 규탄해야 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5월 [EU 의회] 선거에서 진흙탕 정치를 원치 않는다”며 인종차별적 정당들을 몰아내자고 주장했다.

이날 시위를 주도적으로 건설한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 주디스 오어 역시 Ukip의 인종차별적 선동에 영합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등의 정치인들을 규탄하며, “누가 이주민들을 더 잘 천대하는지를 두고 경쟁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발언해 박수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이날 행동에 즈음해 민주노총과 이주노조가 포함된 이주공동행동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이 주최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민주노총을 포함해 여러 단체에서 50여 명이 이 자리에 참가해 “인종차별 반대, 파시즘 반대 국제 공동 행동에 연대를 표하고 전국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정원 이주공동행동 공동소집자)이라며 연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외에도 뉴욕, 파리, 코펜하겐, 바르셀로나, 로마, 상파울루 등 다른 여러 대도시에서 벌어진 이날 공동행동은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과 극우·파시즘에 맞선 중요한 도전이 됐다. 이미 그리스에서는 4월 10일과 30일을 기해 후속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도전이 전 세계에서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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