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전출 저지를 위해 철도 노동자들이 다시 반격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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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동자들이 지난해 파업 이후 2월 25일 하루 경고파업을 벌인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파업에 돌입하려 한다. 철도노조는 3월 26일 대의원대회에서 ‘강제전출에 맞서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의’했다.
지난해 12월 파업부터 불과 몇 달 새 세 번째 파업에 나설 만큼 정부의 공격이 집요한데다 노동자들 역시 호락호락하게 굴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3일간의 파업이 끝나자 1백30명 해고 등 4백 명이 넘는 노동자들에 대한 중징계,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노조 기금 가압류 등 파업에 대한 보복이 이어졌다.
몇몇 지부들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밀리지 않고 버티는 가운데 철도노조는 2월 25일 민주노총의 하루 파업에 동참하며 사측의 공세에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 기간에 벌어진 전투와 반격 덕분에 철도공사는 본격적인 공세를 퍼붓지는 못했다. 그러나 철도공사 역시 이 정도 반격에 물러설 요량이 아니다. 박근혜는 취임 1년 연설에서 특별히 철도를 언급하며 공기업 ‘개혁’과 민영화 추진 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정부는 철도를 ‘갈등 관리가 미흡’한 공기업으로 지명하고 연일 두들기기 시작했다. 이것이 강력한 공세의 신호였다.
노조의 반격이 하루 파업 정도로 그치자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을 벌이던 ‘선봉’ 지부들이 점차 고립되고 지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3월 중순, 확대되는 구조조정에도 저항이 확대되거나 전체적인 투쟁으로 모아지지 않는 분위기를 감지한 사측은 강제전출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제전출은 광범한 노동자들의 즉각적인 분노를 사는 중요한 사안이다. 1천여 명에 이르는 초유의 대규모 강제전출인데다, 노동자들 개개인에게는 하루 아침에 자신과 가족들의 생활이 뒤흔들리는 매우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호
특히 기관사와 차량 노동자들이 전출 대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도 강력한 반발을 낳은 요인이다. 철도에서 가장 숙련된 기관사들과 ‘마스터급’ 차량 노동자들이 ‘장기 근속자’라는 이유로 전출 대상으로 대거 뽑힌 것이다. 이들이 신규 발령지에서 새로운 업무에 투입되기 위해 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초짜’ 취급을 받는 처지로 ‘강등’되는 일을 순순히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노동자들은 강제전출이 일부 노동자뿐 아니라 전체를 겨냥한 공격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였고, 강제전출 후보자 명단이 드러나자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게다가 철도 분할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1만 1천 명을 강제로 분할 자회사로 ‘전적’ 시키고 거부하면 해고시키는 정부 방안까지 폭로돼 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우기도 했다.
다시 사측의 공격이 전면화하기 시작하자 노동자들의 태세도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반갑게도 현장의 투쟁적인 지부장들은 신속하게 투쟁 태세를 다시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그 포문은 지난해 파업의 핵심 주도 세력인 기관사들이 열었다. 전국 운전(기관사) 지부장 회의를 열어 기관사 직종 파업을 결의했고, 그 뒤를 차량 직종이 이어받아 기관사들과 함께 파업 돌입을 결의했다. 그리고 서울지방본부도 파업을 결의했다.
기관사 지부들에서 연일 현장 조합원들의 ‘삭발 행렬’이 이어졌고 며칠 만에 전국에서 수백 명이 동참하며 투쟁 열기가 확대됐다. 한 기관사 지부에서는 “조합원들이 이번처럼 자발적으로 집회에 나온 적은 처음”이라며 조합원들의 만만찮은 투지를 설명했다. 몇몇 지부들에서 전면파업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는 것도 지금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직종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열차승무 지부장들도 휴일 근무 거부 등의 집단행동으로 시작해 수위를 높여 ‘운전, 차량 직종과 연계해 파업을 포함한 모든 투쟁’을 결의했다. 전국에서 시설 지부장들의 결의도 이어졌다.
이처럼 뜨거운 현장의 분위기와 가장 강력하고 잘 조직된 부문이 파업을 결의한 것은 노조 중앙에게 투쟁을 적극 조직하라는 강력한 촉구였다.
반격
2월 25일 하루 파업 이후 사측에게 다소 밀리던 역관계에 다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비록 ‘속 빈 강정’이지만 국회 철도 소위원회 기간을 한 달 연장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은 ‘강제전출 규모를 줄여 보자’는 말이라도 꺼내며 중재에 나설 뜻을 비쳤다.
이것은 일부 여당 의원들이 지난해 철도 파업이라는 ‘악몽’이 다시 현실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노조의 파업 돌입 예고 후 철도공사는 강제전출 시행을 4월 초로 예고하면서 “직렬별 정원 대비 5~10퍼센트로 시행 예정이었으나, 정원대비 3퍼센트인 8백50명 수준”으로 하고 “기관사는 1백3명, 차량직은 1백63명”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기관사와 차량 노동자들의 강제전출 비중을 예상보다 낮춰 달래 보려는 의도다.
따라서 지금 정부를 더 강하게 압박해 강제전출을 철회시키고자 강력하게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기관사, 차량 직종 노동자들이 선두에 서는 것뿐 아니라 다른 직종과 지부들의 파업 동참이 중요한 이유다.
공사 측이 4월 초로 시행 시기를 못 박은 만큼, 시행 전에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그래야 강제전출 대상자들이 개별적으로 회유와 협박에 휘둘려 강제전출에 응하지 않을 수 있고, 강제전출 대상자든 아니든 함께 단결해 싸울 수 있다.
이 때문에도 모두가 함께 파업에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누구는 파업에 참가하고 누구는 필수 인력으로 현장에 남으면, 남은 노동자 중 강제전출 대상자는 집중적인 회유와 협박의 대상이 돼, 발령을 거부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또, 모두 함께 파업에 들어가면 사측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다.
지금 시기는 정치적으로도 결코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 박근혜는 막무가내로 신자유주의 폭주 열차를 몰고 있지만,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사건에 이어 청와대의 채동욱 ‘뒷조사’ 정황도 드러나 곤혹스러운 처지다.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투쟁도 좋은 효과를 줄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파업과 투쟁이 이어지고 있고 화물연대도 파업을 예고하는 등 5월 노동절 대규모 집회로 가는 길에 다른 부문 노동자들의 투쟁도 이어질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잘 이용해 파업에 나선다면 결코 불리하지 않다.
연대
철도 노동자들이 이렇게 다시 한 번 투지를 다지며 파업을 결의하자 지지와 연대도 모이기 시작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3월 27일 중앙위원회에서 철도노조 “엄호 투쟁”의 일환으로 철도노조가 손배·가압류 분쇄를 위해 발행한 투쟁채권을 구입하기로 조직적으로 결의했고, 노조탄압과 강제전출 저지를 위해 민주노총 전 조직이 주요 투쟁일정에 결합하기로 결의했다.
또, KTX민영화저지범대위와 각 지역대책위들은 철도노조 파업 지지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고, 강제전출 중단과 파업 지지를 위한 ‘원탁회의’도 소집됐다.
지난해 철도 파업이 강성 우파 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투지를 보여 줘 광범한 지지를 받았던 것처럼, 다시 철도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투쟁에 나선다면 이번에도 지지와 연대가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
그리고 철도 노동자들의 반격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상화’ 추진에 맞선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극하고 의료 민영화 저지 운동도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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