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의 파기에 이어:
강제전출 저지를 위한 파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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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가 내놓은 강제전출 시행안을 노조 측 협의위원들이 수용하는 매우 유감스러운 사태가 벌어졌다.
4월 1일 사측은 기본적으로 강제전출을 강행하는 안을 내놓았다. 파업에 돌입하려는 기세를 사이드 스텝으로 피하려고 운전과 차량 직종의 강제전출을 연기했지만, 결국 3개월 뒤인 7월에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설·전기·역 직종의 강제전출은 즉시 시행하겠다고 못박았다. 사측은 “대외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여건”에서 강제전출 시행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심지어 사측은 노조 교섭단과 협의 중에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협박할 정도로 강경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측 협의위원들은 사측의 집요한 파업 철회 요구에 굴복해 ‘4월 3일 오전까지 중앙쟁대위를 통해 파업이 철회되도록 한다’는 협의 문구까지 작성했다.
이를 알게 된 많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분노와 규탄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 노사협의 결과는 중앙집행부가 강제전출을 수용할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제대로 대변하지 않고 사측의 입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이 안은 결코 받을 수 없다”, “고작 3개월 연기에 파업 철회냐”, “철도 노조 역사상 이런 합의는 전례가 없다”며 분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4월 2일 서지본 확대쟁대위는 ‘회의록 폐기 및 교섭 결렬을 요구하고 기 계획된 투쟁을 전개한다’고 결정했다. 또 이어 열린 의장단회의에서도 ‘노사협의 결과에 따른 ‘회의록’ 폐기를 공사에 통보’하고 ‘기 결정된 투쟁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서지본 확대쟁대위와 의장단 회의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올바르고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철도노조 투사들과 활동가들이 강제전출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현장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노사 협의를 파기시키는 중요한 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중앙집행부의 동요로 자칫 위기와 마비에 빠질 수 있었던 상황을 일단 극복했다.
다음은 무엇인가? 이제 철도노조 투사와 활동가들은 전 직종이 단결해 강제전출 저지를 위한 파업에 돌입하도록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측은 곧 인사위원회를 강행할 것이다. 그리고 직종간 노동자들 사이를 이간질해 각개격파하려는 기존 안을 고수할 수 있다. 즉, 운전과 차량 직종의 강제전출은 잠시 연기하고, 시설·전기·역 직종의 강제전출은 즉시 강행하는 것이다.
이는 다소 덜 강력한 직종에 대한 강제전출을 먼저 시행해 사측의 의도를 관철하고 이 노동자들을 사기 저하시킨 뒤, 고립된 나머지도 곧이어 공격하려는 것이다.
이런 사측의 전략을 무력화시키려면, 전 직종이 단결해 함께 싸우고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특히, 운전과 차량 직종의 지부장과 투사들이 사측의 분열 시도에 맞서 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직종의 강제전출에도 단호히 반대하며 기존 파업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
이간질해 각개격파하기 전략에 맞선 단결
만약 실질적 저항 없이 시설·전기·역 직종의 강제전출이 시행된다면, 운전과 차량 직종 노동자들이 7월에 강제전출에 맞서려 할 때 지지받지 못하고 고립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운전과 차량 직종이 지금 나서서 투쟁하는 것은 바로 자신들의 강제전출을 막기 위해서도 사활적으로 중요하다.
한편 강제전출이 즉시 시행되는 역·시설·전기 직종 노동자들이 당장 파업에 나설 태세가 돼 있지 않는데 기관사와 차량 직종 노동자들이 앞서 싸우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의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설·전기 등 다른 직종 노동자들은 운전과 차량 직종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 강제전출을 저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이 직종들의 투사들도 운전·차량 직종과 함께 싸우자며 조합원들을 조직하고 있다. 게다가 이 직종들에서는 인력 감축 공격도 벌어지고 있어 노동자들이 느끼는 위기감과 불안감이 크다.
운전과 차량 직종 조합원들은 사측이 두려워하는 자신들의 힘을 강제전출로부터 다른 직종의 조합원들을 방어하는 데도 과감하게 사용해야 한다. 이것은 철도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직종 간의 단결과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 온 성과를 이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만약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는 사측의 시도에 힘있게 단결해 맞서지 못하면 조합원 사이에 불신과 냉소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간질을 단호히 거부하고 노동자 연대와 단결을 드높이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연대와 단결은 사측과의 전투에서 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다.
지금 타이밍도 중요하다. 인사위원회가 예고되면 즉시, 늦어도 강제전출이 시행되기 전에 파업에 돌입해야 한다. 4월 3일 열리는 중앙쟁대위는 늦어도 애초 예정한 4월 5일에는 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정해야 한다.
많은 조합원들이 지적하듯이 지금 강제전출 저지는 이후 진행될 철도 분할 민영화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강제전출을 막아낸다면 정부와 사측은 기세 좋은 노동자들을 꺾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데 훨씬 어려운 처지가 될 것이다.
특히 화물, 차량, 시설을 각각 분할 민영화하는 것에 전 직종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맞서려면 이번 강제전출 저지 투쟁부터 단결해 싸워야 한다.